[돈의 세계] 『브리태니커』 리덕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결혼할 때 오빠가 『브리태니커』를 결혼 선물로 줬어요. 오빠가 보기에는 그게 없으면 제대로 된 가정이 아니었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여동생 조안 파인만이 이렇게 회고했다고 책 『리처드 파인만』은 전한다. 천체물리학자가 되는 조안은 1948년에 결혼했다.『브리태니커』는 앞서 20세기 들어 미국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영어권 최초로 1768년부터 이 백과사전을 발행해온 스코틀랜드 회사의 소유권이 1901년 미국으로 넘어가면서였다.
『브리태니커』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68년 한국지사를 설립한 한창기는 이를 백과사전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고, 그 수익으로 월간 ‘뿌리 깊은 나무’를 발행하면서 우리 문화를 보듬었다. 한창기가 도입·실행한 현대적인 판매 시스템 속에서 나중에 웅진그룹 회장이 되는 윤석금이 54개국 최고의 『브리태니커』 세일즈맨에 올랐다.
콘텐트의 블랙홀 인터넷에는 이 백과사전도 버텨내지 못했다. 1990년 12만 질이 팔리던 전성기는 이내 꺾였다. 2012년 종이 책 발행이 중단됐다.
그랬던 『브리태니커』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르면 6월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보도됐다. 유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와 학생 대상 교육 서비스 등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했으며 기업가치는 10억 달러로 평가된다고 전해졌다.
부활의 저력은 무엇일까. 첫째가 ‘품질이 뛰어난’ 지식의 방대한 저량(貯量)이다. 파인만은 이 백과사전의 설명은 “설령 내용이 압축돼 있더라도 전부 자세히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둘째는 이를 시의적절하게 홈페이지를 통해 유량(流量)으로 내보내는 큐레이션이 아닐까 싶다. 연간 온라인 페이지뷰는 70억건에 이른다고 한다. 콘텐트 서비스 사업자라면 참고할 대목이다.
백우진 /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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