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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러 왔다" 통역사 부르고 환영식도…농촌에 온 귀한 손님 [외노자, 공존의 시대]

지난 3월 18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딸기농장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자에 참여한 외국인 노동자와 농협관계자가 빨갛게 익은 딸기를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수렌호, 아요르쟌, 농장주 성효용씨, 김춘길 연무농협 과장, 토야, 김남용 연무농협 과장. 프리랜서 김성태
사람 없는 농촌 “외국인 노동자는 귀한 손님”
지난 3월 18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한 딸기 농장. 지난해 10월 몽골에서 온 수렌호(33)·토야(30)·아요르쟌(40) 등 외국인 계절근로자 3명이 딸기를 따고 있었다. 이들은 몽골 현지에서 기업 관리직이나 미용사로 일했다. 농장주가 직접 고용한 캄보디아·네팔 근로자 4명(고용허가제 입국자)도 보였다. 한국인은 농장주 성효용(69)씨와 올해 89세인 동네 주민 1명이 전부였다.


성씨는 “마을 농사꾼 중 내가 제일 어리다”며 “딸기·포도·상추·양파 농사를 위해 1~6월까지 매일 7~8명이 필요하지만, 일꾼이 없어 외국인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은 외국인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인력난이 심하다. 그나마 계절근로자 덕분에 땅을 놀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논산시는 지난해 3월부터 연무농협 주도로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쓰고 있다.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 40명을 5개월(최대 8개월)간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일한 날만큼 급여를 준다. 연무농협 전담팀이 신청을 받아, 딸기 농가 등에 하루 단위로 인력을 파견한다. 인건비는 일꾼을 쓴 농가가 준다. 일당은 남성 9만원, 여성 8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연무읍에 있는 사설 인력중계소가 소개하는 인력보다 30% 정도 싸다. 연무농협 김춘길 과장은 “농민들이 인력사무소 대신 계절근로자를 먼저 찾는다”며 “하루 12만~13만원, 최대 16만원까지 치솟던 인건비 폭등 현상도 주춤해졌다”고 했다.



몽골인 통역사 진주씨와 농협관계자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숙소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9명 시작한 ‘계절근로자’ 10년 만에 4만9000명
계절근로자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농어촌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015년 도입한 제도다. 농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몇 개월씩 일하는 농가형 계절근로자와 지역 농협이 일손 중계 역할을 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자로 구분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 시범사업 때 전국에 19명이던 계절근로자 수는 2016년 200명, 2017년 1085명 지난해 3만2837명, 올해 4만9286명(배정 인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계절근로자를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농가인구 216만명 중 65세 이상 비율이 49.8%로, 10년 뒤인 2033년에는 56.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무농협 최용재 조합장은 “계절근로자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온 노동자가 아니라, 양국을 잇는 문화대사로 상대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권익뿐만 아니라 의무를 명시한 자체 복무규정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무농협은 59.4㎡(18평)짜리 아파트 10채를 임대해 계절근로자에게 제공한다. 숙소 주변에 병원·식당·편의점· 은행 등 편의시설이 있다. 김춘길 과장은 “근로자 월급에서 거주비 15%를 공제하고 있지만, 월세(45만원)와 난방비, 전기료, 상하수도 요금 등을 내고 나면 비용이 웃돌 때가 많다”며 “초과 비용은 농협에서 대신 내준다”고 설명했다.


숙소마다 TV·가스레인지·냉장고·세탁기·선풍기·테이블 등 집기류도 마련했다. 최 조합장은 “병원 치료나 애로사항 청취를 위해 박사 출신인 몽골인 통역사를 채용했다”며 “대천해수욕장과 한옥마을에 관광을 다녀오고, 체육관을 빌려 농구·탁구 등 체육 활동도 지원한다. 농협 회의실에서 주 2회 한국어 교육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충남 논산시 연무농협 관계자들이 몽골을 방문해 계절근로자 지원자들을 면접하고 있다. 사진 연무농협
아파트 숙소에 한국어 교육, 관광도 시켜줘
연무농협 계절근로자 사업은 초창기 어려움을 겪었다. “쉬는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능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요령을 피우거나 늦게 온다”는 등 농가 불만이 많았다. 최 조합장은 “2차 사업을 앞두고는 직접 몽골에 건너가 계절근로자 면접을 봤다”며 “한국어 실력과 인품, 농사 경험을 묻는 등 263명을 직접 면접해 20명을 뽑았다. 고급 인력을 선발했더니 농가 불만도 사라졌다”고 했다.


논산시는 100억원을 투입해 양촌면 폐교 부지에 2025년까지 계절근로자용 공공기숙사 건립도 추진한다. 지상 3층 건물에 방 40실, 86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다. 논산시 농촌인력지원팀 박병우 주무관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쓰고 싶어도 숙소를 갖추지 못하거나, 원룸 주인이 외국인 입주를 거부해 신청을 취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계절근로자 입국 환영식까지 열어주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올해 첫 계절근로자를 맞이한 충북 괴산은 입국환영식을 열었다.

지난 3월 14일 충북 괴산 괴산농업기술센터 회의실에서 캄보디아 계절근로자가 환영식을 앞두고 손을 흔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데리러 왔다니, 모시러 왔다” 입국 환영식도
이날 환영식이 열린 괴산농업기술센터 앞에는 캄보디아 출신 계절근로자 62명을 데리러 온 농가들이 차를 타고 속속 도착했다. 한 농장주에게 “계절근로자를 데리러 왔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난다. 귀한 손님이니 모시러 왔다”며 웃었다. 연풍면에서 감자·사과·옥수수 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운이 좋아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계절근로자 4명을 배정받았다”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주고 농장 근처에 주택 한 채를 빌려 근로자 전용 숙소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괴산군 관계자는 “근로자 숙소는 냉난방 설비와 온수 샤워시설, 내부 잠금장치, 취사도구, 침구류, 소화기, 화재감지기 등을 갖춰야 한다”며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창고를 개조한 숙소에서 생활하는 걸 막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외국인 근로자 이탈 현상도 감소 추세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현장을 이탈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329명에 달했다. 다만 최근 이탈률은 2021년 17.1%에서 지난해 2.1%로 낮아졌다.



최종권(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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