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러 왔다" 통역사 부르고 환영식도…농촌에 온 귀한 손님 [외노자, 공존의 시대]
사람 없는 농촌 “외국인 노동자는 귀한 손님”
성씨는 “마을 농사꾼 중 내가 제일 어리다”며 “딸기·포도·상추·양파 농사를 위해 1~6월까지 매일 7~8명이 필요하지만, 일꾼이 없어 외국인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은 외국인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인력난이 심하다. 그나마 계절근로자 덕분에 땅을 놀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19명 시작한 ‘계절근로자’ 10년 만에 4만9000명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농가인구 216만명 중 65세 이상 비율이 49.8%로, 10년 뒤인 2033년에는 56.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무농협 최용재 조합장은 “계절근로자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온 노동자가 아니라, 양국을 잇는 문화대사로 상대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권익뿐만 아니라 의무를 명시한 자체 복무규정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무농협은 59.4㎡(18평)짜리 아파트 10채를 임대해 계절근로자에게 제공한다. 숙소 주변에 병원·식당·편의점· 은행 등 편의시설이 있다. 김춘길 과장은 “근로자 월급에서 거주비 15%를 공제하고 있지만, 월세(45만원)와 난방비, 전기료, 상하수도 요금 등을 내고 나면 비용이 웃돌 때가 많다”며 “초과 비용은 농협에서 대신 내준다”고 설명했다.
숙소마다 TV·가스레인지·냉장고·세탁기·선풍기·테이블 등 집기류도 마련했다. 최 조합장은 “병원 치료나 애로사항 청취를 위해 박사 출신인 몽골인 통역사를 채용했다”며 “대천해수욕장과 한옥마을에 관광을 다녀오고, 체육관을 빌려 농구·탁구 등 체육 활동도 지원한다. 농협 회의실에서 주 2회 한국어 교육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숙소에 한국어 교육, 관광도 시켜줘
논산시는 100억원을 투입해 양촌면 폐교 부지에 2025년까지 계절근로자용 공공기숙사 건립도 추진한다. 지상 3층 건물에 방 40실, 86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다. 논산시 농촌인력지원팀 박병우 주무관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쓰고 싶어도 숙소를 갖추지 못하거나, 원룸 주인이 외국인 입주를 거부해 신청을 취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계절근로자 입국 환영식까지 열어주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올해 첫 계절근로자를 맞이한 충북 괴산은 입국환영식을 열었다.
“데리러 왔다니, 모시러 왔다” 입국 환영식도
괴산군 관계자는 “근로자 숙소는 냉난방 설비와 온수 샤워시설, 내부 잠금장치, 취사도구, 침구류, 소화기, 화재감지기 등을 갖춰야 한다”며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창고를 개조한 숙소에서 생활하는 걸 막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외국인 근로자 이탈 현상도 감소 추세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현장을 이탈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329명에 달했다. 다만 최근 이탈률은 2021년 17.1%에서 지난해 2.1%로 낮아졌다.
최종권(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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