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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이기희

이기희

겨울이 봄의 탄생을 알린다. 봄은 그저 오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와 살을 저미는 폭풍이 휩쓸고 간 계절의 끝을 견디는 사람에게 봄은 온다.
 
세상 모든 것들은 진화한다. 인간과 동물, 꽃과 나무도 진화한다. 길가에 피는 이름 없는 풀도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거듭한다. 진화는 천체나 항성, 화성암과 지형의 변화, 지질구조 등 자연현상에도 적용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 팝아트 화가 데이빗 호크니(David Hockney)는 회화뿐 아니라 사진, 판화, 삽화, 무대 디자인의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8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예술 세계를 확장해왔다.
 
호크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작품이 팔리는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이다. 2018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1972)’이 약 9030만 달러(당시 환율 한화 1019억원)에 판매돼 당시 살아 있는 예술가의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됐다. 이 기록은 2019년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조각 ‘래빗(토끼)’이 1082억5000만원에 낙찰되며 깨졌지만, 현재 전 세계 콜랙터들이 아이패드 그림 한 점이라도 소장하기 위해 줄을 선다.
 
“세상은 제대로 바라보기만 하면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을 잘 보려고 하지 않는다. 내 말은 색이란 곧 즐거운 것이란 이야기다. 내 작품 역시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면 한다.” 호크니의 예술론이다.
 
런던에 이어 두 번째로 라이트룸서울에서 게최된 ‘데이비드 호크니: Bigger &Closer’는 현존하는 작가가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해 3년간 제작팀과 함께 몰입형전시를 선보여 풍부한 콘텐츠에 음악과 조명. 애니메이션을 더해 호크니의 예술과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기획해 높은 작품성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호크니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흔들며,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색감, 원근•기억•공간•자연에 대한 천재적인 해석과 열렬한 탐구 정신으로 식지 않는 호크니의 인기를 회화와 접목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관점으로 감동을 준다.
 
호크니는 화가이면서 멋쟁이로도 유명하다. 그림을 그릴 때도 정장을 입는다. 패션에 신경 쓰는 이유를 ‘우리는 모두 예쁘고 멋진 것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메일에는 ‘삶을 사랑하라(Love Life)’라고 적는다. “후회 따윈 하지 않는다.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나만의 눈을 가지는 것이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어두운 눈으로 보면 세상이 캄캄해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시간의 흐름이나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사람들은 회화의 종말을 얘기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흥미로운 아티스트 중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화가들이다. 사람들은 회화를 통해 아름다움과 색채, 현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단순한 진화가 아닌, 순간에서 영생의 빛을 본다. (Q7 Fine Art 대표)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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