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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시각각] 김 여사 조사, 피할 방법 있습니까?

이상언 논설위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주어진 과업을 네 종류로 분류했다. ①긴급하고 중요한 것, ②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 ③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 ④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것으로. ①은 즉각 처리, ②는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 처리, ③은 시간을 갖고 해결, ④는 일단 무시로 대응을 달리했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로 불리는 일 처리 방법이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조사(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는 지난 3년간 ④에서 ③의 단계를 거쳐 ①의 문제가 됐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지지와 영부인의 높은 인기→검찰의 서면조사→여론 지지→불기소 처분으로 사건 종결. 이 시나리오가 대통령 부부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했으나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오르 가방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해 정식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 압박이 오히려 커졌다.

초읽기에 몰린 영부인 수사 문제
특검법과 검찰 내부 사정이 압박
정면 돌파 외의 해결책이 보이나

이제는 초읽기에 몰렸다. 대통령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야당은 ‘특검’ 카드로 대통령을 옥죈다. 여당의 총선 패배가 결정타가 됐다. 야권이 합세해 의결한 특검 법안에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된다. 국회의 재표결에서 여당 의원 8명이 ‘가(可)’를 적으면 더는 막을 방법이 없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되면 ‘레임덕’ 수준을 한참 초과한 권력 공백이 온다.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게 또 있다. 검찰 내부 사정이다. 다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팀에서 수개월 전에 김 여사 소환조사를 처리 방안의 제1안으로 상부에 제시했다. 1안, 2안, 3안 식으로 건조하게 의견을 담았지만, 검사들은 다 안다. 1안에 수사팀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의 완곡 화법일 뿐이라는 것을.



검찰 수뇌부가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사 방법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는데, 이제는 총선도 지나갔다. 내세울 수 있는 다른 명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범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다. 이르면 7월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서 이 재판의 결과까지 반영해 김 여사 사안을 한 번에 처리하는 게 원만한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야당이 그때까지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혁신당 입장도 이 건에는 다르지 않다. 다른 하나는 검찰 인사 문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월에 취임했는데, 지금까지 검찰 간부 인사가 없었다. 인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여사 관련 사건 지휘 책임자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도, 그대로 둬도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좋은 자리를 내줘도, 좌천성으로 보여도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 인사를 계속 미루기는 어렵다. 다음 달에 송경호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지 만 2년이 된다. 그 자리를 한 사람이 2년 넘게 맡는 것은 검찰 관례에서 벗어난다. 중간 간부들이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도 하다. 요직 등용, 지방에서의 상경을 고대하는 검사들이 즐비하다. 박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런 현실을 계속 모르는 척하기가 힘들다. 인사 지연에 따른 내부 불만이 커간다.

검찰이 김 여사 조사를 기약 없이 미루면 야당은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 ‘검사 직무유기 의혹’을 추가할 것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늘 그래왔음을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안다. 후배 검사들이 특검 사무실에 불려 다니는 것은 윤 대통령에겐 그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제2의 ‘검수완박’ 입법으로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바꾸겠다고 이미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검사가 대통령이 됐는데, 그의 고향인 검찰은 자칫 만신창이가 될 위기에 놓였다. 이 문제의 해법을 대다수 국민이 안다. 수사팀의 1안에 있다. 정면 돌파 말고 다른 수가 있나.





이상언(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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