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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법·연금개혁 건건이 입장 달랐던 尹·李…딱 하나 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에선 정치권의 거의 모든 쟁점이 언급됐다. 그러나 각자의 의견 개진 이상은 없었다. 29일 회담은 이 대표가 15분간 공개 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이어진 비공개 회담 때 윤 대통령이 주로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양측이 명분으로 내걸었던 민생 이슈부터 엇나갔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1인당 25만원의 긴급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재차 요구했다. 약 13조원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는 취지였다.

윤 대통령은 일축했다. “물가와 금리, 재정 상황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어 소상공인 지원, 서민금융 확대 정책을 거론하며 “정부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 야당이 제기하는 부분을 여야가 협의하며 논의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의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가 재정이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제가 단칼에 잘랐다,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시점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랐다. 이 대표가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밝힌 데 대해, 윤 대통령은 “R&D 자금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며 정부의 R&D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추경을 통해 R&D 예산을 복원하거나 증액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진성준 정책위의장)는 입장이다.



여·야·정 민생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측은 “(민생 정책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되는 일인데, 협의체에 사안을 넘기면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금 개혁의 방향과 결정 주체에 대한 생각도 엇갈렸다. 이 대표는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안’(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을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정부·여당이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이미 국회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많은 데이터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신재민 기자
야권이 추진 중인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시각차는 더욱 확연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국민 159명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와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법 통과를 요구했다. 이후 비공개 회담에선 채 상병 특검법은 거론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만 논의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사건 조사, 재 방지책, 피해자 유족 지원에 대해 공감한다고 했다”며 “다만 민간조사위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것은 법리적 문제가 있어 해소하고 논의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설명은 대통령실 브리핑과 달랐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유가족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독소 조항이 있다, 이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며 “사실상 이태원 특별법을 윤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날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1차 판결이 나고 그 판결에 대해서 유가족이 동의한다면 (정부는) 더이상 항소하지 않을 생각도 고려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유가족들이 위로받고 충분히 배상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 관련 입장은 180도 가까이 달랐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정부 비판적 방송에 대한 중징계가 이어지고, 기자·언론사 압수 수색이 일상적”이라며 “우리 국민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언론사 징계) 이런 내용은 보고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박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가짜 뉴스, 허위 조작이 국가 업무방해 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수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에둘러 언급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과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말없이 듣기만 했고, 이후 비공개 회담에선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만나 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내내 평행선을 달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그나마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은 의료 개혁의 필요성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시급한 과제고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어느 정도 의료 개혁 필요성을 공감하는 얘기는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대화는 제대로 오가지 못했다.



오현석.손국희.왕준열.황수빈(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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