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비대위원장에 '어당팔' 황우여…일각선 "혁신 포기" 쓴소리
국민의힘은 혁신보단 안정을 택했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9일 황우여 당 상임고문을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했다. 4ㆍ10 총선 참패로 지도부 공백 사태가 벌어진 지 19일 만이다.‘황우여 비대위’는 오는 6~7월 개최 예정인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황 상임고문도 이날 중앙일보에 “당의 명(命)이 있을 땐 받아들이고, 책임지라고 하면 그만두는 게 당직”이라며 “내가 사보타주(sabotageㆍ태업)하지 않고 신중하게 잘해서 좋은 대표를 뽑고 물려주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할 수 있는 비대위를 구상하고 있다”며 “비대위원으로 정치 경험과 식견을 갖춰 일을 분담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이 좀 오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원장 지명 과정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한 원내지도부 인사는 “나도 윤 대행의 총회 발언을 듣고 알았다”고 말했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전ㆍ현직 중진이 잇따라 비대위원장 자리를 거부하자 윤 대행은 지난 26일 황 상임고문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해 수락 의사를 받았다고 한다. 설득 과정에는 황 상임고문과 같은 인천 출신인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사무총장이 가교 역할을 했다.
황 상임고문은 “최근 취미활동인 사진을 찍으러 나섰다가 발을 헛디뎌 복숭아뼈에 금이 갔다”며 고사했지만, 윤 대행이 “다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죽을병 아닌 이상 맡으셔야 한다”고 강하게 요청해 결국 황 상임고문이 수락했다고 한다.
그의 별명은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唐手ㆍ가라테)가 8단”이란 뜻의 ‘어당팔’이다. 그만큼 정치고수란 의미로, 정치권의 복잡한 갈등 국면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황우여 비대위’의 성패가 걸린 전당대회 개최까진 ‘룰 개정’이란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인사를 중심으로 현재 당원 100% 비중인 대표 선출 투표의 민심 반영 비중을 높이고,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잠재적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저는 민심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상임고문은 “룰 개정은 비대위가 아닌 당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여러 의견을 많이 수렴하겠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혁신을 포기한 올드보이의 귀환”(영남 중진)이란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혁신형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던 윤상현 의원은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어떤 혁신의 그림을 그려나갈지 잘 모르겠다”며 “관리형 비대위 자체가 무난하게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여당에 변화와 혁신은 없을 것임을 선언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여당이)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도대체 무엇을 깨닫고, 느끼고, 바뀌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 측면에서 보면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자숙할 때가 맞는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를 소개하며 “선수교체 없이 옷만 갈아입혀 다시 뛰게 할 순 없다”고 적었다.
김기정.김한솔(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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