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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봄, 5개의 명제

[신호철]

[신호철]


 
짙은 녹색의 계절이 오기 전 연둣빛 봄날이 좋아요. 이때가 제일 아름다울 때지요.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싹도 대견하고요. 봄빛 햇살에 얼굴 내미는 꽃망울들도 자랑스러워요.
 
목련  
 
한날의 햇살이
푸른 밤 별빛으로 돌아


뜰 안 가득 펼친 서러움
한 뼘 빛으로 충분한 자리
숨을 고르는 설레임으로
한껏 부푼 하얀 봉오리
서둘러 떠나려는 너는
얼굴을 들어도 좋으리
느리게 피어도 좋으리
봄 길에서 만나는 쉼이 되
내게로 돌아오지 않는
하루가 되어도 좋으리 
 



여행은 속삭임과 더불어 가는 거라네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막 들려와요. 바람도, 꽃도, 나무도, 바다도 속살거려요.
파란 하늘에 이름 석 자를 쓰다 말고 날아가는 새 무리를 바라보았어요. 모든 것이 떠나도 봄은 어김없이 곁에 오고 있어요. 길을 걷다 보면 멀리서부터 오후가 사라져가요. 꽃이 피지 않은 거리에도 향기가 나요.

 
봄날 아침  
 
봄날 아침은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이어요
나뭇가지 설레임으로 푸릇  
물오른 새색시이어요
바쁠 곳도 없이 너를 만나려 나서는  
지극한 일상의 기쁨이어요  
두 팔 벌려 안기어 오는
사랑스런 봄날 아침이어요
 
봄날 아침은
너의 하루가 시작되는 하늘이어요
나의 하루도 그 길 따라 펼쳐져
눈가에 흐려오는 눈물이어요
서로를 향해 걸어오는 반가운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허허한 봄날 아침이어요
 
봄날 아침은
하얀 꽃망울 품고 있는 언덕이어요
저미도록 꽃잎을 접고, 펼치며
제 손으로 뿌려 놓은 향기 이어요
깊이 들이마시면 막혔던 숨 터지는
향기론 봄날 아침 이어요 
 

사진을 찍을 때 귓가에 수신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어요. 마음속에 울림으로 담겨져 와요. 기억해 달라 이야기 안 해도
자동으로 그 시간 그 풍경으로 스며들게 되요. 사진 속에는  
그 사람의 호흡과 체온, 표정이 어우러져 있어요. 사진 속에는 안간힘이 담겨 있어요. 소리 없는 몸부림이 있어요.
그것이 들풀이든, 산비탈의 집들이든,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간이역이든, 어딘가를 향하는 걸음이든 절실한 안간힘 속에 담겨있어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거에요.
 
안간힘
 
물 소릴 들으며 잠이 들었나 봐
짧은 시간 긴 꿈속에 있었네
산을 끼고 바다가 보이는 한 폭의 그림
꽃마당에 꽃들이 잠들어 있네
두 팔 뻗어 감은 눈 만져주었네
딜빛에 눈을 뜨니
버드나무 가지 어깨를 스치네
그러니 사랑아 잘 있거라
그리고 이별아 잘 가거라 
 

터널을 빠져나가자마자 빛이 왔어요.  

은빛 바다도 함께 왔어요. 덩그렇게 남겨진 긴 터널 앞에 생생한 기억으로 돌아온 우리의 정원이 거기 있었어요. 저 빨간 양귀비꽃 무슨 영화가 있길래 저리도 붉게 물들었을까?
 
봄은 흐르고
 
그리 아프시어도
붉게 피시려고요
나를 버리어도
사랑 하시려고요
내 속 피멍이 들어도
참으시려고요
 
봄은 흐르고
홀로 뜨거워
스스로 일어서는
여린 꽃망울
송송 맺힌 그리움으로
그대를 향해  
깨어있어
붉게 피어나고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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