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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세금/회계] 질문의 기술

말의 품격과 말의 무게가 상담과 소통의 성패를 좌우한다

내 자식이 배고프면 바로 밥을 차려준다. 망설임이 없다. 그러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이 불쑥 찾아와서 밥 달라고 하면, 잠시 망설여진다. 그렇다면, 그 낯선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접근은 ‘품격 있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세금신고 시즌에도 모르는 분들로부터의 상담 전화를 많이 받았다. 가장 많이 해오는 질문은 ‘내 회계사가 연락이 안 되는데…’로 시작한다. 오죽하면 얼굴도 모르는 내게까지 전화했을까 싶어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것은 친절한 질문에 한해서다.
 
 못 믿겠지만, 참 다양하게 무례하고 참 다양하게 억지스럽다. 더욱이 상담 내용을 녹음하는 분들이 늘었다. 그러니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 침착하게 달래서 끊으려고 하면, ‘되게 비싸게 군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오죽했으면, 내가 한동안 신문사 업소록에서 내 전화번호를 뺐을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같은 전화 질문인데도, 일부러 찾아서 도와주고 싶은 목소리들도 있다. 전화 끊고 나서 며칠 뒤에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확인까지 해보고 싶은 전화들이 있다. 왜 그런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결국 질문의 기술과 태도의 문제다.
 
내가 단순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질문하는 분의 ‘말의 품격’에 따라 내 답변 태도가 달라진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은 상대방을 죽이기도 하고, 상대방을 살리기도 한다. 성경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부처님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입안에 도끼가 함께 생긴다.’라고 가르쳤다. 말은 그렇게 중요하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말에 그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그 사람의 말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가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 지금은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날카로운 혀를 빼, 칼처럼 휘두르는 사람은 넘쳐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능변가는 홍수처럼 범람한다.
 
 다시 돌아가서, 모르는 회계사에게 전화해서 얻어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우선 말의 품격을 지켜보자. 미리 질문 연습을 해보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까? 바쁠 때 전화를 받았는데 상관없는 내용으로 처음 5분을 쓰는 분들이 있다.  
 
 듣고 싶어서 전화했는지,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는지 분간이 안 되는 분들이다. 상담받고싶어서 전화했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런 질문 전화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드리는 제안인데, 전략적으로라도 질문 연습을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화를 건 목적이 있으면 우선 그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 않는가.
 
 상담을 해주는 나도 내가 하는 말의 무게와 말의 품격을 높이려고 매일 연습한다. 삶의 무게, 죽음의 무게. 그 중간 어디쯤, ‘말의 무게’가 있다. 그 말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의 말은 머리카락 한 가닥보다 더 가볍다. 그러나 누구의 말은 지구보다 더 육중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나도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급하게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만 앞서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한다. 고객의 마음과 사정을 먼저 헤아리고, 더 많이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내 입에서 나갔다고 다 말이 아니다. 상대방 귀에 들린 것이 진짜 말이다. 돌이켜보면, 결국 모든 상담은 인간적인 소통이 우선이다. 
 
 
문주한
한국공인회계사 / 미국공인회계사, 세무사 
www.cpam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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