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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철저히 외면당한 보수 정당, 존재해야 하는 거 맞나" [김현기의 직격인터뷰]

윤희숙 전 의원이 보는 보수의 '진실의 순간'

쓰러진 원인 밝히고 일어서야 하는데, 쓰러진 적 없다고 우겨
체질 개선 없이는 국힘 생존 어려워, 그래도 보수의 미래 믿어
이재명식 25만원은 황당, 다만 보수도 고통 위로하고 나눠야



김현기 논설위원
국민의힘 총선 낙선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에서 친윤, 영남을 제외하라고 공개적으로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당원 100% 투표인 현행 당 대표 선거방식도 당원 50%, 국민 50%로 바꾸라고 한다. 다음 달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단체로 광주를 방문한다.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누구보다 "이대로 가다간 보수 정당이 궤멸한다"는 바닥민심을 몸으로 체감한 이들이다. 물론 근저에는 "수도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또 영남 당선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영남 자민련'에 안주하려 한다"는 불만도 깔려있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경제수석이든 경제관료든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께 사과, 대파, 양팟값이 올라 정말 죄송하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김종혁 조직부총장)며 날을 세운다. 낙선자 164명의 집단 세력화는 앞으로 무시 못 할 힘이다. 같은 맥락에서 차기 당 대표를 원외 수도권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희숙 전 의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의 인터뷰에서 "보수 정치세력은 지금 진실의 순간에 맞닥뜨려있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김종호 기자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윤희숙 전 의원이다.
험지인 중·성동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윤희숙 전 의원의 쓴소리는 넓고 깊었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 어느 쪽의 책임이냐를 따질 게 아니라 "철저하게 외면당한 정치 세력이 정말 우리나라에 존재해야 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도 했다. "4년 전보다 5석 늘지 않았느냐(103석→108석)"는 반응이 당내에서 나오고, 친윤 인사들이 다시 당 지도부를 기웃거리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쓰러졌다면 왜 쓰러졌는지를 분명히 얘기하고 무릎을 딱 세우고 일어나야 하는데, '쓰러진 적 없다'고 우기고 있다"고 비유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내가 이렇게 정말 독하게 인터뷰를 하는 건 당에 있는 분들께 '이대로면 다 죽습니다'란 이야기를 누군가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보수, 수도권 정당 못 되면 4년 후 또 진다
지난주 낙선·낙천·불출마한 현역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일제히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해야 했다"고 비판했는데.
A : 낙선한 현역 의원들만 초대했다. 이야기만 전해 들었지만 좀 피상적이다. 난 특정 개인이 아니라 전체 덩어리가 심하게 잘못돼 있다고 본다. 둔감하다. 아직도 보수 45%는 계속 우리를 지지해줄 것이란 생각을 한다. 45%라는 것도 연고가 있는 지역(영남)에서 많이 표를 받았기 때문 아니냐. 4년 전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로는 4년 후도 똑같이 패배한다. 보수 세력은 진짜 철저하게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 변하겠다고 해도 국민들이 이제 믿어주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뭐가 구체적으로 문제였나.
A : 결국은 연고주의·집단주의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수도권·충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야 했다. 그들의 마음을 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상식·공정에 공감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당은 지난 10여년 동안 권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최근 2년이 그랬다. 그래서 수도권 유권자의 신뢰를 잃었다. 둘째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처절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예컨대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가장 적대적인 유권자들은 바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적대적이었다.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정치세력을 자처하면서 이들에게 신뢰를 못 받았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 아닌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시효를 다 한 지난 70년의 성장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모델로 우리가 대선 당시 약속했던 게 구조개혁이었다. 그런데 지난 2년 정말 전력을 다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여소야대 국면이라도 계속 제기하고, 노력하고, 또 추구했어야 했다. 그런 진정성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지 못했다.

왜 못했나.
입으로만 얘기한 건지, 마음으로부터 생각한 건지 돌이켜 반성해야 한다. 입으로만 얘기했던 거면 우리 보수 세력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전혀 새로운 보수가 태어나든지 해야지, 기존 보수로는 안 된다. 보수 세력은 지금 진실의 순간에 맞닥뜨려 있다.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보는 건가.
A : 총선이 끝난 뒤 정말 며칠을 고민하며 '이제 한국에 보수는 없는 것인가'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 보수가 마음이 꺾이면 안 된다는 결론과 자신감을 얻었다.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국가와 국민을 보다 더 잘 살게 할 수 있는 세력이다. 민주당 정권에서의 소득주도 성장이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그들은 국민을 더 살게 할 욕망도 역량도 없다. 둘째, 국가와 개인의 자율성을 철저히 수호하는 것도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 셋째,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세력은 보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 지도부, 중진, 초선할 것 없이 총선 결과에 편안함을 느끼면 안 된다. 생각만 바꿔서 될 게 아니고 지도부 구성, 자원과 역량도 수도권에 쏟아야 한다. 낙선자들에 1년간 매달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턱도 없다. 현수막 비용에 불과하다. 방치하면 4년 후도, 그 뒤에도 결과는 참패일 것이다.
윤희숙 전 의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허술했던 선거대응
총선을 잠시 복기해보자. 대응의 측면에서 당이 잘못됐던 게 뭐였나.
'이종섭 대사→황상무 수석→대파 가격 파동이 총선 전에 갖고 있던 보수세력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상기시켰다. 사람에 대해선 더 빨리 정리하고, 사안에 대해선 더 제대로 설명을 해야 했다. 이종섭 대사를 부임 열흘 만에 귀국시키면서 당에선 '이제 악재가 해결됐다'고 했다. 난 어마어마한 괴리를 느꼈다. 하루라도 빨리 자진 사퇴시켜야 될 것을 왜 이렇게 둔감한가 싶었다. 이런 당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결심 없이는 이 당은 생존이 어렵다. 연고주의에 기대 다음에도 45% 얻어 그냥 끌려가는 정당으로 남아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게 과연 생존일까.
그때 왜 제대로 대응을 못 했나. 모두 대통령을 의식한 건가.
그 이전에 수도권 민심에 대한 '더듬이'가 없거나 약했다. 당 전체가 수도권 유권자들의 민심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자생존 아닌 따뜻한 보수 지향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아이디어는 어떤가.
넉넉하신 분들은 받아도 별 도움도 안 되면서 재정으로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된다. 미래의 빚을 그냥 선심성으로 쓰는 것 아니냐.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대표가 그렇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귀에 꽂힌 이유다. 뭔가 우리를 배려한다는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국민을 배려하는 마음을, 국가를 망가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내보였어야 했는데, 그에 둔감했고 공을 덜 들였다.

Q : 그럼 어떻게 해야 했나.
예컨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해선 '국민 여러분. 지금 농산물 가격이 이러저러해서 급등했습니다. 수입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농민들에게 타격이 갑니다. 수입까지는 준비가 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재정으로 어느 정도 틀어막겠습니다. 대파 한단 가격 4000원까지 갔는데, 하나로마트에서 1000원까지 내려간 것 모두 재정으로 틀어막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거 오래가면 정말 안 좋습니다. 우린 이걸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어야 했다. 시장원리를 무너뜨리면서 선심성으로 가는 건 반대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대한 도움은 보수에서도 필요하다. 시장원리를 적자생존의 논리로 잘못 이해해선 안 된다. 사회의 응집을 위해선 따뜻한 것을 서로 나눠야 한다. 그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김 여사 특검은 당이 개입하지 말아야
김건희 여사 특검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의힘은 철저한 반성과 함께 정책적인 부분에서 변화도 하고 타협도 해야 하지만, 그 누구건 개인의 사법적 리스크나 도덕적 문제에 대해선 당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처럼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당이 하나의 '로펌'이 돼선 곤란하지 않나. (김 여사 문제는) 대통령실과 야당이 얘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Q : 보수 위기의 상황에서 정치인 윤희숙은 지금 뭘 어떻게 할 건가.
A : 당이 깨어나고 바뀌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생각이다. 수도권 중심의 정당이라는 말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 법치를 바탕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 되자는 것이다. 누구를 봐주고, 상식 밖의 판단을 하고, 연고주의, 줄서기, 무사안일에 빠져 국민과 멀어지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




김현기(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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