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참패'로 벼랑 끝에 선 日기시다...스가처럼 퇴진 수순?
일본 집권 자민당이 28일 열린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 기존에 보유했던 3석을 모두 잃는 참패를 당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지율이 위기 수준인 1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패배로 치명타를 입은 기시다 총리가 전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처럼 퇴진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반면 자민당 내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만큼, 총재 선거가 열리는 9월까지 민심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 재선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이번 보궐선거는 시마네(島根) 1구와 도쿄(東京) 15구, 나가사키(長崎) 3구 등 3곳의 선거구에서 진행됐다. 모두 기존에 자민당 의원들이 활동했던 곳이다. 시마네는 중의원 의장을 지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의원이 사망하며 공석이 됐고, 도쿄와 나가사키는 기존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비자금 문제 등으로 물러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자민당은 당내 정치자금 스캔들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도쿄와 나가사키엔 후보를 내지 않았다. 시마네에서만 자민당 후보와 야당 후보의 양자 대결이 펼쳐졌다. ‘보수 왕국’으로 불리는 시마네현은 소선거구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자민당이 ‘무패’를 기록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엔 입헌민주당이 17.6%포인트 차로 자민당을 크게 누르는 ‘역사적’ 결과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29일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반감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며 “자민당에 대한 냉엄한 시선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짚었다.
집단적 퇴진요구 나오나
마이니치신문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기다리지 않고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 총리를 얼굴로 내세워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전임 스가 총리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 스가 총리는 2021년 4월 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뒤 그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형태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럴 경우 기시다 총리는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소득세·주민세 감세 등의 정책으로 여론을 반전시킨 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각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횡보하거나 더 떨어질 경우, 기시다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는 강해질 전망이다.
“한·일관계 큰 변화 없을 것”
당 내 비주류를 이끌고 있는 스가 전 총리는 지난 총재선에서 고노 디지털상을 지지했지만 현재는 파벌 탈퇴를 하지 않는 고노 디지털상에게서 마음이 돌아선 상태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막강한 배후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으로 동력을 잃었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 외에는 (사람이) 없다”는 자민당 간부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의 행보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줄곧 강조해온 만큼, 총리가 바뀔 경우 새로운 정국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그동안의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성사시킨 측면이 크다”면서 총리가 바뀌더라도 일본 정부 내 입장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보선 결과로 기시다 총리가 “사실상 벼랑 끝에 섰다”고 진단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장기 연휴인 ‘골든위크’가 시작된 29~30일 일정을 비우고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이영희(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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