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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오마주 훌륭했죠"…LP 커버 위해 몸에 불 지른 영국 남자

다큐 '힙노시스: LP커버의 전설'. 힙노시스가 디자인한 영국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음반 커버다. 그간 실험해온 사진 외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핑크 플로이드 제안에 따라 시대를 초월한 과학 이미지인 프리즘을 활용했다. 사진 티캐스트
검정 바탕의 한 줄기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개색을 뿜어낸다. 과학 교과서에나 보던 이미지가 무려 741주간 빌보드 차트를 장식했다. 1973년 발매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LP 커버 얘기다. 이 앨범은 빌보드 차트에 최장 기간 머물러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전위적인 록 정신의 상징이 되면서, 지금도 티셔츠‧문신‧벽화 그래피티로 힙스터들에 사랑받고 있다.
BTS 뮤직비디오 '불타오르네'의 핑크 플로이드 오마주 장면. 사진 하이브, 뮤직비디오 캡처
다큐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에 나오는 핑크 플로이드 음반 'Wish You Were Hear' 음반 커버. 배신당한 사업가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턴트 배우 몸에 실제 불을 붙여 촬영했다. 사진 티캐스트
방탄소년단(BTS)의 ‘불타오르네’(2016)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슈가와 악수하던 남자 몸에 불이 붙는 장면도 핑크 플로이드의 1975년 음반 ‘위시 유 워 히어’(Wish You Were Here)를 오마주한 것이다. 원곡은 스턴트 배우의 몸에 실제로 불까지 붙여 촬영했다고 한다.
두 앨범 커버 모두 1960~80년대를 풍미한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Hipgnosis)가 만들었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피터 가브리엘 등 세계적 뮤지션의 음반 커버를 만든 선구적 회사다. 16살 때 만나 함께 놀이하듯 사진촬영 기술을 익힌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 스톰 소거슨(1944~2013)과 오브리 파월(78)이 1968년 공동 창업해 15년간 운영했다.

BTS도 오마주…LP 커버 위해 몸에 불질렀다
힙노시스 공동 창립자 오브리 파월(왼쪽), 스톰 소거슨. 1960~80년대 이들과 함께 영국 록음악 황금기를 담은 다큐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이 5월 1일 개봉한다. 사진 티캐스트
이들의 전성기와 함께 당대 런던 음악신을 담은 다큐멘터리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이 다음 달 1일 개봉한다. 제작자는 음악 애호가로 이름난 ‘킹스맨’ 배우 콜린 퍼스다. 힙노시스와 작업했던 뮤지션, 동시대 커버아트 디자이너 등이 총출연해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다.
흑백 영상을 감각적으로 활용한 연출은 음악영화 ‘컨트롤’ 감독이자 사진작가‧뮤직비디오 연출가로 유명한 안톤 코르빈 감독의 솜씨다. 다큐 장면마다 팬심이 묻어난다. 영국 록음악 황금기, 힙노시스가 이끈 새로운 이미지의 향연에 대한 경외마저 느껴진다.

사하라 사막에 축구공 60개…음반 디자인 역사 바꿨다
힙노시스가 작업한 록벤드 '나이스'의 음반 '엘레지'. 음반 수록곡을 들은 스톰 소거슨이 "사하라 사막의 붉은 축구공"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실제 사하라로 가서 촬영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바람을 뺀 축구공 60개를 현장에 가져갔다. 공기를 다시 넣는 데 축구공 한개당 20분씩 걸렸다는 내용이 이번 다큐에 나온다. 사진 티캐스트
LP 커버에 우표 크기로 들어간 양(羊) 한 마리 사진을 찍기 위해 하와이까지 가고(록밴드 ‘10cc’의 1980년 음반 ‘룩 히어?’), 사하라 사막에 새빨간 축구공 60개를 늘어놓은 커버가 각광 받던 시기다(록밴드 ‘나이스’의 1971년 음반 ‘엘레지’). 최근 애플의 영국 사옥으로 탈바꿈한 런던 배터시 화력발전소도 힙노시스가 작업한 핑크 플로이드의 1977년 음반 ‘애니멀스’ 커버 사진으로 먼저 유명해졌다.


“‘나이스’의 ‘엘레지’ 음반이 화제가 되면서 음반 커버가 독특하기만 하면 뭐든 해도 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힙노시스의 전환점이었다.” 11년 전 고인이 된 소거슨의 다큐 속 회고다.
힙노시스가 작업한 '10cc'의 음반 'Look Hear?' 커버. 하와이까지 가서 찍어온, 정신과 진료실 의자에 앉은 양 사진이 우표만 한 크기로 축소돼 들어갔다. 사진 티캐스트

"LP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미술작품"
힙노시스는 “과감한 이미지와 황당할 정도의 창의성”(피터 가브리엘)으로 당대 LP 커버를 “가난한 노동계급을 위한 미술작품”(밴드 ‘오아시스’ 멤버 노엘 갤러거) 반열에 올려놓았다. 음반 커버 아트가 휴대폰 화면 속 음원사이트의 손톱 만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요즘에도 ‘힙스터들의 힙스터’로 남은 힙노시스 공동 창업자 오브리 파월을 e메일로 만났다.
힙노시스 창시자 오브리 파월을 다큐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개봉(5월 1일) 전 e메일로 인터뷰했다. 사진 티캐스트
그는 3월 초 힙노시스 대표작 및 미공개 작품을 소개한 전시('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개막에 맞춰 처음 한국을 다녀갔다. “영국에서도 자주 먹을 만큼 김치를 좋아하는데, 서울 김치 맛은 끝내주더라. 서울이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도시란 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파월은 BTS의 오마주도 잘 알고 있었다. “BTS 뮤직비디오는 훌륭했다”며 “덕분에 힙노시스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됐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2017년 힙노시스 작품을 결산한 책도 나왔다. 전시‧다큐 등 재조명되는 이유는 뭘까.
“2017년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핑크 플로이드 전시 '언젠가는 사라질 그들의 잔해'(Their Mortal Remains)를 내가 디자인했다. 5개월간 41만 5000명이 관람했다. 이 박물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계기로 1960~80년대 문화와 함께 힙노시스 작품도 음반 커버를 넘어 순수미술 작품으로 주목받게 됐다.”

"BTS 덕분에 힙노시스 재조명…감사"
오브리 파월이 힙노시스 대표작 3편 중 꼽은 레드 제플린 '프레젠스' 음반 커버. 사진 티캐스트

Q : -힙노시스 대표작을 든다면.
“나이스의 ‘엘레지’ 음반 커버는 힙노시스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풍경화를 시도한 사례다. 핑크 플로이드의 ‘위시 유 워 히어’는 배신당한 사업가를 불타는 모습으로 담았는데 노래 가사와 태도를 시각적으로 잘 요약했다. 레드 제플린의 '프레젠스'(Presence)도 꼽고 싶다. 흔한 록 음반 커버에서 탈피해 누구나 필요로 하는 모종의 에너지를 조각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Q : -전설적인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영감도 받았나.
“음악보단 가사의 영향을 받았다. 힙노시스는 1970년대 음악 중심지 런던에 있었다. 시대와 사회 분위기 덕을 봤다.”


Q : -힙노시스 작품이 지금도 젊은 세대에게 오마주되는 이유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뿌듯하다. 젊은이들은 멋진 아이디어에 즉각 반응한다. 키스 해링, 앤디 워홀의 작품을 티셔츠‧머그컵‧엽서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Q : -커버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초현실주의와 추상주의가 스톰과 나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등 화가부터 영화 ‘황금시대’(1930)·‘안달루시아의 개’(1929)를 만든 영화감독 루이스 부누엘, 마르셀 뒤샹 같은 다다이스트….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었다. 10대 시절엔 재즈도 좋아했다.”
 Houses of the Holy힙노시스가 작업한 '레드 제플린'의 음반' 하우스 오브 더 홀리(Houses of the Holy) 음반 커버. 사진 티캐스트


Q : -당신에게 스톰 소거슨은 어떤 존재인가.
“형제이자 정신적‧창작적 부부 같은 사이.”


Q : -LP 시대와 현재 음악 소비 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음반 커버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종교적 의식과도 같은 경건함‧경외심은 이제 사라졌다. 스마트폰‧태블릿을 터치하는 무감동한 경험만 있을 뿐이다.”


"K팝은 하나의 현상, 주목하는 예술가는…"
핑크 플로이드 음반 '애니멀스'. 커버 사진 속 영국 런던 배터시 화력발전소는 최근 애플 영국 사옥으로 대대적 탈바꿈을 겪고 있다. 사진 티캐스트

Q : -시각적인 면에서 주목하는 예술가는.
“사진 작가로는 데이비드 심스, 나디아 리 코언. 뮤지션은 빌리 아일리시, 두아 리파, 릴 심즈, 스톰지.”


Q : -K팝의 비주얼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나.
“K팝은 팬덤을 위해 기획돼 매끈하고 건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상관이 없다. 말 그대로 팝, 대중음악이다. 가장 좋아하는 K팝 뮤지션은 블랙핑크다.”


Q : -힙노시스 다큐의 어떤 점을 눈여겨봐 주길 바라나.
“좋은 작품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좋은 작품은 그걸 만든 아티스트보다 오래 살아남는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예술은 돈보다 우선 돼야 한다는 것.”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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