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최악 넘긴듯"…수퍼엔저, 오락가락 美지표에도 1370원대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7원 내린(환율은 상승) 1377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화값은 지난주 들어 1370원 안팎을 유지했는데, 이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16일 장중 한때 1400원을 찍는 등 1370~1390원대에서 출렁였던 이달 셋째 주(15~19일)보다 안정적인 모습이다.
지난 주중엔 달러당 엔화값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5엔 선이 뚫리고, 미국에선 경기 둔화(국내총생산·GDP)와 물가 상승(개인소비지출·PCE) 신호가 함께 나타났다. 이날도 엔화 가치가 장중 한때 160엔까지 내려가면서 34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미국발(發) 뉴스도 원화값을 크게 끌어내리진 못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전 분기 대비·속보치)로 '서프라이즈'를 찍은 것도 원화 가치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출액이 지난달까지 6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데다 그간 부진 우려가 컸던 내수도 성장을 견인했다. 반도체를 탄 수출 호조 등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 상향도 유력해졌다.
해외에서도 원화값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원화가 복귀 준비를 마쳤다'는 기사를 통해 향후 원화 가치 상승을 점쳤다. 한국은행의 구두개입 등 '지원 신호'에다 경기 호조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 끝날 거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OCBC의 외환 전문가인 크로스토퍼 웡은 "현재로썬 1400원이 달러당 원화값의 하한선"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안정화되면 향후 원화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적정 수준보다 2% 정도 낮게 평가된 상황"이라면서 "5월엔 원화값이 올라갈 여지가 크지만, 환율은 대외 변수 영향력이 큰 만큼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원화값은 안정적인데 엔저만 빠르게 심화할 경우 수출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율이 반영되는 수출 가격이 벌어지면서 이른바 'K상품'의 경쟁력이 일본산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국의 무역구조 다변화 등으로 예전보다 환율이 수출 단가를 높이거나 낮추는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만큼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반감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일 수출 구조 차별화, 한국 제품 경쟁력 제고 등에 따라 세계 시장 내 양국 수출 경합도도 점차 낮아지는 편이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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