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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어떻게 들을 것인가?

언어를 가르치다 보면 듣기는 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단지 기능의 문제로 비추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정확히 들을까에 관심이 집중되는 겁니다. 발음도, 내용도, 의미도 정확한 듣기를 위한 일입니다. 하지만 언어에서 듣기는 기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듣기를 기능에서 태도로 옮겨오면 듣기는 그대로 깨달음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에 듣기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 셈입니다.
 
인간의 언어 습득은 시작이 듣기입니다. 수없이 많은 듣기가 반복되고 나서야 말하기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듣기는 태어나서야 시작되는 것도 아닙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 뱃속에서도 듣고 또 듣습니다. 엄마의 소리를 듣고, 아빠의 소리를 듣고, 주변의 축복을 듣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뱃속의 듣기는 귀한 기억으로 무의식 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수많은 듣기 과정을 통하여 아이는 발음을 구별하고, 의미를 습득합니다. 듣는 것은 그래서 배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교에서는 여시아문(如是我聞) 즉, 나는 부처님의 말씀을 이렇게 들었다고 표현합니다. 들은 것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마음이 느껴지고, 들었을 때의 환희가 전해집니다. 여시아문이라는 표현은 참으로 부러운 말입니다. 성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만큼 큰 축복이 있을까요? 듣고 깨달은 이를 성문승(聲聞僧)이라고 하는데, 부러운 이들입니다. 기독교 성경이나 논어, 맹자에서는 들었다고 하지 않고, 말했다고 표현합니다. 예스러운 말투로 ‘가로되, 가라사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말했다는 표현을 달리 말하면 들었다는 말입니다. 말은 듣는 게 중요하고, 어떤 말을 듣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좋은 말, 즉 선언(宣言)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할 겁니다. 스승을 찾아 불원천리(不遠千里) 가기도 하고, 산속을 헤매기도 합니다. ‘선생’은 찾아가서 들을 만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호칭에 선생이 붙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귀한 일입니다. 예전의 경전들은 모두 성인의 말씀을 듣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말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옛날에는 귀한 말을 들으려면 우선 절을 하였다고 합니다. 스승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일일 겁니다. 마음자세가 듣기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맹자 공손추 상’에 나옵니다. 맹자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합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는 남이 그에게 잘못이 있음을 알려주면 기뻐했다고 합니다. 쉬운 경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禹) 임금은 선한 말을 들으면 절을 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감탄이 나왔습니다. 좋은 말을 듣는 자세인 것입니다. 신분에 상관없이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이는 스승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절을 해야 하는 겁니다. 듣기의 태도는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듣기의 마지막 단계는 순(舜) 임금이 보여줍니다. 맹자에서는 순 임금은 더 위대하여 선을 남들과 함께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을 버리고 남을 좇고, 남의 좋은 점을 받아들인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말은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군자는 다른 사람이 선행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듣기는 들은 내용을 남과 함께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남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시작이라면, 들은 선한 말을 남과 함께 실행하는 것, 남에게 선행하게 해 주는 것이 듣기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듣기도 결국은 받아들이는 차원을 넘어서서 나누는 것입니다. 아무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기뻐하고, 절하며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것은 그저 내 속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일로 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듣기가 곧 실행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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