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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아이 치여 숨졌는데…여전히 아파트 지상 운행중인 택배차

지난 27일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2세 아이가 택배 트럭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오전 해당 아파트 사고 지점에 아이를 추모하는 꽃과 과자가 놓여있다. 한 주민은 "아가야. 어른들이 미안해"란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최종권 기자
세종서 택배 트럭에 치인 2세 아이 숨져
세종시 아파트에서 택배 트럭에 2세 아이가 치어 숨진 사고와 관련 해당 아파트는 2021년 입주 시점부터 택배 트럭을 지상으로 다닐 수 있게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차시설이 지하에 있는 세종시 신도시 일부 아파트는 택배 트럭 등 일부 자동차의 지상 운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운전자 안전 교육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9일 경찰과 세종시 A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따르면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진출입로 높이는 2.7m로, 통상 2.6m 높이인 1t 택배 트럭을 안전상 문제로 지하 출입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택배 트럭과 재활용 수거 차, 이삿짐 트럭, 구급차나 소방차 등 긴급 차는 지상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입주민 차나 외부인이 타고 온 승용차는 지하로만 다닌다. 이런 조처는 2021년 11월 입주 시점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27일 낮 12시17분쯤 단지 안에 들어온 택배 트럭에 B군(2)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배 기사 60대 C씨가 짐을 내려놓고 출발하는 순간 트럭 앞에 있던 B군을 치었다”며 “C씨는 차고가 높아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또 사고 당시 폐쇄회로TV(CCTV)와 주차장 운영과 관련한 관리규약 등도 확인하고 있다.
29일 세종시 한 아파트에 택배 트럭이 지상에 올라와 배달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27일 택배 트럭이 2세 아이가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종권 기자
“아이들 많아 늘 불안”…사고 3일째 여전히 지상 통행
이 아파트는 2021년 입주했다. 지상에 상가·업무용 지상 주차면 4곳이 있고, 나머지 주차장은 모두 지하에 있는 공원형 아파트다. 사고가 난 지점은 세대 1층 공터로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이다. 어린이집에 놀이터가 붙어있어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고 한다. 주민 신모(60)씨는 “택배 트럭은 당연히 지하로만 다니는 줄 알았는데 지상으로 이동했다가 아이를 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에서 한낮에 사망사고가 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지상으로 택배 트럭이 자주 왔다 갔다 해서 늘 조마조마했다”며 “다른 단지보다 조경 공간 사이에 곡선 구간이 많고, 길이 좁아 지상에 올라온 차가 이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사고 발생 3일째인 29일에도 택배 트럭이 드나들고 있었다. 아파트 정문에 설치한 볼라드(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한 장애물)를 경비원이 들어 올리면 트럭이 들어가는 식으로 운영됐다.

29일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차량 이동을 위해 볼라드를 제거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27일 택배 트럭에 치인 2세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종권 기자
아파트 진출입로 높이 2.7m…택배 트럭 지상 허용
아파트 경비원은 “이삿짐 트럭은 볼라드를 치운 뒤 해당 동까지 차를 인솔해서 간다. 택배 트럭은 출입이 워낙 잦다 보니 배달하는 위치까지 일일이 쫓아가기 어렵다”고 했다. 30대 택배기사는 “관리사무소에서 높이 2.6m~2.7m짜리 택배 트럭은 출입 신청서를 적을 때 지상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며 “주차장 방지턱을 넘을 때 천장에 붙은 배선이나 구조물을 파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말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공동주택 주차장 입구 높이는 바닥 면으로부터 2.7m 이상 해야 한다. A아파트 관리소장 안모(48)씨는 “지하주차장 진입로 높이는 2.7m이지만, 주차장 설비가 달린 일부 구간은 이보다 낮은 곳도 있다”며 “입주 시점인 2021년께 주차장법이 개정되면서 주차장 위험구간에 과속방지턱을 만들었다. 시설 안전을 고려해 천장과 20㎝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는 높이 2.5m 이하 자동차만 지하 주차장을 출입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자대표와 회의를 거쳐 택배 트럭 통제나 주차장 구조물 변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택배 트럭 사망 사고가 난 아파트 주차장 진출입로. 최종권 기자
관리사무소 “시설 안전 고려해 2.5m 이하만 지하 허용”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차시설이 지하에만 있는 다른 아파트도 택배 트럭 등이 지상에 다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의 경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조성된 2010년 이후 지은 아파트 단지 주차시설은 거의 모두 지하에 있다.

실제 이날 세종시 A아파트 인근 단지에서도 택배 트럭 지상 출입을 통제를 요청했다. D아파트에 사는 40대 여성은 “오전에 택배 트럭 2대가 지상으로 올라온 것을 보고 관리사무소에 출입 금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D아파트 관계자는 “정문 주차장 높이가 낮아 택배차는 후문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후속 조처가 있기 전까지 경비원이 택배 트럭과 동행하는 방법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아파트마다 주차장 입구 높이가 달라 자동차 진입 높이를 일률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라며 “하지만 택배 트럭 운전자 안전교육과 함께 아파트 관리자 동승 등 어린이통학차에 준하는 안전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권(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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