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윤아식 위로 "여러분은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겁니다" [마흔공부⑥]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 18일 가수 김윤아를 만났다. 그는 "오랜만에 콘서트에서 팬들을 만날 생각에 무척 들떠있다"고 했다. 김종호 기자
" 사랑 노래를 못하는 게 제 약점이었거든요. 2024년 드디어 사랑 앨범을 내보네요. "

가수 김윤아(50)는 자리에 앉자마자 상기된 얼굴로 노란 꽃이 만발한 새 앨범을 건넸습니다. ‘관능소설’은 2016년 ‘타인의 고통’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다섯 번째 솔로 앨범입니다. 더블 타이틀곡 ‘장밋빛 인생’과 ‘종언’을 포함해 총 10개의 자작곡을 실었는데요. 사랑의 탄생부터 절정, 위기, 소멸에 이르는 '사랑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냈습니다.

그는 밴드 자우림으로 데뷔한 1997년부터 지금까지 늘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자에게 위로를 건넸는데요. 때로는 뜨겁고 격정적으로, 때로는 서늘하고 덤덤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졌죠. 흔들리는 40대를 위한 '마흔 공부' 시리즈, 여섯 번째 주인공은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던 어린 날을 지나 완연한 사랑을 노래하는 김윤아입니다.

✅Part1. 사랑에 끝이 없다면, 그 무엇이 아름다우리


Q : 새 앨범 전체가 사랑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들춰본 것 같아요.
A : 전 사랑 노래를 잘 못 만들고, 못 부른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 약점 중 하나인데요. 그래서 ‘언젠간 앨범 통째로 사랑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벼르고 있었어요. 이번에 그 숙제를 해치운 거죠.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춰본 것 같다면, 제가 일을 잘한 거네요. 진짜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며 만들었거든요.


Q : 사랑도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어떤 사랑을 전하고 싶었나요?
A : ‘독 사과’ 같은 사랑이요. 평탄한 사랑을 음악이나 영화로 만들면 그만큼 지루한 게 없는 거 같거든요.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첫 문장도 이렇게 시작하잖아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사랑도 마찬가지죠. 다 다른 모습으로 파국을 맞아요. 그게 정말 재미있고 맛깔나죠. ‘상처’라는 전리품도 얻고요. 상처가 모여서 성숙한 인격체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Q : 진흙탕에서 굴러봐야 진짜 사랑이란 거죠?
A : 굴러야죠! 그래야 사랑의 씁쓸한 참맛을 알아요. 전 그 부분을 알아채 노래로 만들어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장밋빛 인생’에는 이런 가사가 나와요. ‘마지막이 없다면 그 무엇이 아름다우리.’ 사랑이 끝난다는 걸 알기에, 애틋한 거 아닐까요. 애틋한 게 영원히 지속한다면 지쳐서 죽을지도 몰라요.

" 화사하던 꽃들도 계절을 따라서 사라지네요/ 다 하지 못했던 사랑이 다만 애처러워 울어요/ 스러져가는 마음 나도 어쩔 수 없어/ 그토록 아리던 나를 모두 잊었네/ 사랑했던 나날은 빛바래져가고/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종언' 가사 中 "
김윤아 솔로 5집 '관능소설' 앨범 이미지. 사진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앨범 제목도 ‘관능소설’이라니 어쩐지 야릇하게 들려요.
A : '관능' 하면 육체적 쾌락이 떠오르잖아요. 근데 사전적 의미로는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인체 기관의 기능'을 말하기도 해요. 재밌지 않아요? 에로틱하면서 동시에 생물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니. 결국 관능이 없으면 인간은 죽어요.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중지되는 거니까요. 전 이렇게 모순된 개념이 조화를 이루는 걸 소름 끼치게 좋아하거든요. 이 단어에 '소설'을 붙인 거죠. 각 노래가 단편소설처럼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Part 2. 김윤아는 영원한 청춘의 시간에 있구나


Q : 다섯 번째 솔로 앨범입니다. 자우림 앨범과 달리, 솔로 앨범은 김윤아라는 뮤지션의 내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A : 사실 솔로 앨범을 낸 계기는 대단치 않아요. 소속사에서 “윤아야, 차 사줄 테니까 솔로 앨범 내자” 한 게 계기였어요. 전 그때 면허도 없었거든요. 덕분에 강제로 면허를 땄죠.(웃음) 그렇게 2001년 1집 'Shadow of your smile'을 덥석 만들었어요. 막상 작업해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욕심도 나고. '야상곡'이 수록된 2집 ‘유리가면'(2004)에선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인 죠르지 칼란드렐리(Jorge Calandrelli)와 작업도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했어요. 그동안 안 했던 얘기를 찾다 보니 내 안으로 더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3집 '315360'(2010)은 제 이야기로 가득 채웠는데, 제목도 제가 살아온 시간을 뜻하죠.
김윤아 솔로 앨범 커버 이미지. 1집 'Shadow of Your Smile', 2집 '유리가면', 3집 '315360', 4집 '타인의 고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Q : 내 안의 이야기로 곡을 쓰려면 자신을 잘 살펴봐야겠어요.
A : 저는 여성이라면 더욱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도록 사회에서 교육받잖아요. 그럼 어떨 때 행복한지 놓치기 쉬워요. 솔직히 말하면, 전 일하는 시간 외에는 놀 궁리만 하며 지내거든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까. 시간이 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분들 많더라고요. 그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거예요. 유한한 삶을 알차게 살다 죽으려면 이걸 깨달아야 하거든요. 내면으로 침잠해보는 것, 살면서 꼭 해보면 좋겠어요. 그걸 다른 말로 명상이라고 하잖아요.


Q : 자우림은 1997년 IMF 때 데뷔해서, 온 사회가 힘들 때 '일탈'이란 곡으로 해방감을 줬어요. 친동생이 사기 사건으로 힘들어할 땐 ‘Going home’으로 토닥여주고, 세월호 참사 후엔 '강'이란 곡으로 애도와 위로를 건넸고요.
A : 제 음악에서 위로를 발견해 주시는 거, 진짜 감사해요. 저는 그냥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걸 곡으로 만든 것뿐이거든요. 오히려 여기서 위로를 찾아주니 정말 고맙죠.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어쩌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해요.
김윤아는 "SNS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생각을 바라보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든다. 김종호 기자


Q : "자우림은 영원한 청춘의 시간에 있구나." 자우림 11집 타이틀곡 'Stay with me'(2021)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이에요. '봄날은 간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새 앨범의 '종언'까지 이토록 쓸쓸하고 처연한 청춘의 노래를 계속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A :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저도 똑같이 불안하고 흔들리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나이 들수록 더 불안하지 않나요. 전 그렇던데. 불안은 없어지고, 생기는 게 아니라 그냥 항상 같이 있는 거예요. 나이와 관계없이 우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괴롭잖아요. ‘나 왜 여기 있지?’ 같은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고 하죠. 아무리 번뇌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니 삶이 벅찬 거예요. 인간은 죽을 때까지 흔들리니까.


Q : 죽을 만큼 힘들고 무너져버릴 것같이 두려운 적이 있었나요?
A : 이번 앨범이 특히 그랬는데요. 치약처럼 짜내고 한계까지 밀어붙였거든요. 말 그대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근데 이 시기도 다 지나가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힘들 때마다 절 구원한 건 ‘가상현실’이었어요. 책, 영화, 미술 모든 아름다운 가상현실이 제 생명을 구해줬거든요. 모두에게 도피할 곳은 반드시 있어요. 힘들 때마다 그 안에서 쉬고, 힘 채워서 다시 세상에 나오면 돼요.

✅Part 3. 죽을 때까지 키 컸으면 좋겠어!
마흔에 잘 놀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하다는 김윤아.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운동 하나를 정해보길 권했다. 그는 10년째 발레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Q : 40대를 막 지나온 사람으로서 마흔은 어떤 시기였나요?
A : 40대, 놀기 되게 좋은 시기죠. 일단 술값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있잖아요. (웃음) 저는 나이 들면서 자신을 좀 더 내버려 둘 수 있게 됐어요. 안달 내며 자신을 들볶지 않게 됐고요.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좋아하게 됐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네요.


Q : 나와 점점 친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들려요.
A : 나이가 든다는 건 계속 성장의 계단을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경험치가 쌓이며 발전하는 '시간의 축적'인 거죠. 그런 면에서 전 5년 전에 냈던 목소리 톤보다, 지금 낼 수 있는 톤이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음 앨범은 늘 이전 앨범을 뛰어넘는 앨범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이 시간이 되게 신나요. 모험하는 거잖아요. 죽을 때까지 키 컸으면 좋겠어!


Q : 40대가 되면 책임질 게 많아지니까, 불안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A : 제가 저주의 말을 하나 할게요. 여러분,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겁니다. 평생 그 불안이 당신의 친구가 될 거예요. 제가 한 연구 결과를 읽었는데요. 어떤 선택을 했을 때보다 하지 않았을 때 더 크게 후회한다고 해요. 그러니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거잖아요. 계속 생각만 하면 뭐해요? 해보고 아니면 관두면 되지. 마음을 따라가세요. 행복을 찾는 거, 그게 인간의 숙명 아니겠어요.
다큐멘터리 '자우림, 더 원더랜드' 포스터. 25주년 기념 콘서트 실황과 인터뷰가 담겼다. 왼쪽부터 이선규, 김윤아, 김진만.


Q : 자우림 데뷔 25주년 기념 다큐 ‘자우림, 더 원더랜드’(2023)에서 후배 여성 뮤지션들에게 “나이 먹고 아이를 낳아도 자기 일 계속해가는 좋은 여성 동료가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A : 또래 여성 뮤지션 중에 활동을 계속하는 분이 거의 없어요. 특히 아이가 생기면 ‘이젠 정말 안녕’이 되는 거죠. 저는 “쟤도 저렇게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에서 ‘쟤’가 되고 싶어요. 저는 20대도 아니고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요. 그래도 제멋대로 하거든요. 저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일단 제 일이나 잘하겠습니다!


Q : 지금도 어디선가 흔들리고, 깨져서 아파하는 40대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A : 여러분, 잘하고 계세요. 인간은 원래 흔들리는 거예요. 거꾸로 말하면 흔들리지 않은 사람은 정체된 사람이에요. 모험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입니다. 그냥 흔들리는 땅이 내 땅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삶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 신나는 일 만들고, 절 흥분시키는 걸 찾아다닐 거예요. 인생 짧잖아요.

김윤아는 40대가 특히 공감할 만한 곡으로 2011년 발매한 자우림 8집 수록곡 '피터의 노래'를 꼽았다. 이 노래는 '어느새 우리들의 모험은 끝이 나 버렸네'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꿈과 희망에 가득 차있던 소년이 어른이 되어 현실에 부딪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종호 기자

📌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
40대는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할 나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더, 마음'에서 그 답을 찾는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금요일 '더, 마음' 뉴스레터로 기사를 받아보세요!
[구독]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themaum

1. "40대, 더 고독해져라"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인생수업 강용수 철학 박사
2. '개저씨' 되기 싫으면 움직여라…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3. "Z세대 롤모델? 날 왜 좋아하는 거야"…김창완이 말하는 좋은 어른
4. 40대 커리어, 명함보다 이걸 챙겨라…신수정 KT 부사장
5. "나쁜 며느리 돼라" 정신과 의사가 깨달은 것…한성희 정신분석가
6. "여러분,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겁니다"...'자우림' 김윤아식 위로
7. "40대, 화가 많고 우울해지는 이유는"… 박상미 심리상담가
8. 이혼 후에도 단단하게 살아가는 법... 최유나 이혼전문변호사



선희연(sun.heeyeon@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