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공수처에 벌써 싫증 나나[강주안의 시시각각]
노무현 공약 이후 17년 만에 관철
지금까지는 검찰이 특검에 사건을 내줬다. 검찰을 불신하는 야당이 이를 주도했다. 한 건당 수십억원의 예산이 드는 특검 수사가 늘 성공적인 건 아니다. ‘특검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특검에 파견된 검사와 특별검사 사이의 갈등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박준휘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한 연구』). 검찰과 특검은 천적 관계다.
공수처는 다르다. 검찰 견제가 목적인 기관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 공수처법을 강행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 정부는 17대 국회에서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 법안을 제출했다. 18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을 밀어붙인 것도 민주당이다. 지향점이 비슷한 특검에 공수처 수사를 넘긴다니 수긍이 어렵다.
채 상병 수사 중인데 특검하자니
여당서 야당 되니 생각 달라졌나
민주당에선 지난 2월 처장 후보 두 명이 추천됐는데도 지명을 미루는 윤석열 대통령을 탓한다. 김영배 의원은 “지금 공수처가 처장도, 차장도 없는 비정상적 상태이고 특히 윤 대통령이 공수처를 무력화하려는 모습이 계속 노정됐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공수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그걸 중단시킬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채 상병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다. 이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 밝히면 된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해 호주 대사로 임명된 그와 현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 민주당으로선 큰 신세를 진 셈이다. 이제 막 관련자 소환을 시작한 공수처를 외면하고 특검을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 민주당에는 한 해 200억원을 쓰는 공수처를 궤도에 올려야 할 책무가 있다. 지난해 사퇴한 검사 출신 김성문 전 공수처 부장은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마음이 불편한 건 그렇다쳐도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다”는 대목에서 내가 낸 세금이 떠올라 몹시 화가 난다.
강주안(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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