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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공수처에 벌써 싫증 나나[강주안의 시시각각]

강주안 논설위원
누가 뭐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낳은 부모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이후 17년의 산고를 거쳤다. 요즘 민주당의 공수처 홀대가 불편한 이유다. 공수처가 나름 공들여 온 ‘채 상병 사건’을 특검 대상으로 밀어붙인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중대한 사건을 빼앗기는 것만큼 허탈한 일은 없다.

노무현 공약 이후 17년 만에 관철

지금까지는 검찰이 특검에 사건을 내줬다. 검찰을 불신하는 야당이 이를 주도했다. 한 건당 수십억원의 예산이 드는 특검 수사가 늘 성공적인 건 아니다. ‘특검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특검에 파견된 검사와 특별검사 사이의 갈등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박준휘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한 연구』). 검찰과 특검은 천적 관계다.

공수처는 다르다. 검찰 견제가 목적인 기관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 공수처법을 강행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 정부는 17대 국회에서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 법안을 제출했다. 18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을 밀어붙인 것도 민주당이다. 지향점이 비슷한 특검에 공수처 수사를 넘긴다니 수긍이 어렵다.
채 상병 수사 중인데 특검하자니
민주당의 찜찜한 속내가 짐작은 간다. 당초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을 중시해 처장 인선에 야당이 비토권을 갖도록 설계했다. 과반 의석을 무기로 이를 무너뜨린 장본인이 민주당이다. 총 7명인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6명에서 5명(3분의 2 이상)으로 낮췄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해도 지명이 가능해졌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했던 이해찬 전 대표 머릿속엔 “민주당 정부가 20년 정도 집권할 계획”이 들어 있었으니 여당 입장에서 만만한 공수처를 원했으리라. 그러나 5년 만에 국민의힘 정부가 들어서는 바람에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자를 비토조차 못 하는 신세가 됐다.



2021년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에 김진욱 초대 처장(이하 당시 직함),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고 해서 채 상병 사건처럼 ‘장성급 장교’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 3급 이상 공무원’이 연루된 의혹을 수사하라고 만든 공수처를 두고 특검을 하겠다니 답답하다. 200억원 넘는 공수처 예산이 아깝지도 않나. 문 전 대통령이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관한 특별 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2019년 국회 시정연설)고 밝혔듯 수사 범위는 꽤 넓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을 포함한다.
여당서 야당 되니 생각 달라졌나
막대한 돈이 드는 특검을 주장하기 전에 공수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민주당의 도리다. 처장 인사 비토권을 없앤 게 후회된다면 이제라도 후보 추천 의결정족수를 6명으로 환원하면 된다. 공수처법 개정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력히 반대했기에 이제 와서 야당 비토권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민주당에선 지난 2월 처장 후보 두 명이 추천됐는데도 지명을 미루는 윤석열 대통령을 탓한다. 김영배 의원은 “지금 공수처가 처장도, 차장도 없는 비정상적 상태이고 특히 윤 대통령이 공수처를 무력화하려는 모습이 계속 노정됐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공수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그걸 중단시킬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채 상병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다. 이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 밝히면 된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해 호주 대사로 임명된 그와 현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 민주당으로선 큰 신세를 진 셈이다. 이제 막 관련자 소환을 시작한 공수처를 외면하고 특검을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 민주당에는 한 해 200억원을 쓰는 공수처를 궤도에 올려야 할 책무가 있다. 지난해 사퇴한 검사 출신 김성문 전 공수처 부장은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마음이 불편한 건 그렇다쳐도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다”는 대목에서 내가 낸 세금이 떠올라 몹시 화가 난다.




강주안(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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