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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의 마켓 나우] 주식 투자자가 ‘스토리’에 속지 않으려면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사람들은 세상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세상의 변화를 합리화할 수 있는 ‘스토리’를 본능적으로 원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서로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도 같은 목적을 위해 협력하도록 이끄는 스토리는 오직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전달력과 영향력에서 스토리는 숫자를 압도한다. 특히 경제에서 스토리의 힘은 강력하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근심거리는 양호한 경제지표에 비해 낮은 지지율이다. 그는 스토리에서 지고 있다. 사람들이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은 쉽게 체감하기 어렵지만, 주위 사람들과 언론을 통해 접하는 일상의 ‘고물가 스토리’는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하버드대 토머스 그레이버 교수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는 통계수치보다 사람들의 기억에 두 배 이상 오래 남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스토리는 주식시장에서 집단행동을 끌어내기도 한다. 투자자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스토리와 관련한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인공지능(AI) 열풍이 그런 경우다. 챗GPT의 탄생과 맞물려 본격화된 ‘AI 스토리’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거대한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적정한 가치평가에 있다. 아직은 숫자로 측정되는 펀더멘털이 불확실한 탓에 스토리가 제시하는 장밋빛 전망에 투자자들이 몰려 거품이 낄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발생한다. 비관적인 스토리가 강해지면 투자금이 유출되고 주가는 적정 가치를 밑돌게 된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이 좌우하는 주가 움직임에 대처할 방법은 무엇일까. 미주리대 쿤타라 푹투안통 교수의 2021년 연구가 단서를 제공한다. 미국 양대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130년 이상 축적한 전체 기사 데이터와 S&P500 지수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패닉’ 관련 스토리와 ‘주식시장 버블’ 관련 스토리는 향후 주가 수익률에 대해 상당한 예측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패닉 스토리’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높은 주가 수익률이 뒤따랐고, 주식시장 ‘버블 스토리’의 경우는 반대였다. 스토리가 무르익어 가면서 주가는 점점 적정 가치를 벗어나고 결국엔 주가 움직임의 전환이 시작된다. 또한 독자의 믿음에 맞춘 콘텐트 제공이라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는 언론의 특성상, 기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스토리일 가능성이 크다. 언론이 다루는 기사에 주목하되 무작정 기사를 따르지 말고 기사에 대한 주가의 반응도 함께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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