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민희진 배임 고발…민 “날 찍어내는 하이브가 배임”

걸그룹 뉴진스가 속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찬탈(탈취) 계획도, 의도도, 실행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민 대표는 2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저를 매도한 의도가 궁금하다”며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거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박지원 하이브 대표를 거론하며 “감사를 한다면 날 불러서 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내가 누굴 만나 어떻게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는지 증거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일부가 어도어 경영권 및 뉴진스 멤버들을 빼내려 했다고 의심하며 지난 22일 감사에 착수했다. 이어 25일 오전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를 통해 “민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며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등을 경영권 탈취 시도의 증거로 제시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감사 대상자 중 한 명이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 등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했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어 데리고 나간다’는 뉴진스 빼가기 실행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하이브는 이날 추가 보도자료를 통해 “민 대표가 인사·채용 등 회사 경영 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른바 무속인 연루설을 제기했다. 무속인과 의논해 사명도 정하고, 방탄소년단(BTS) 군 입대에 따른 이해득실까지 따지는 등 이른바 ‘주술 경영’을 했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탈취 시도, 주술 경영 등 하이브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벤처캐피털에 다니는 친구에게 법무법인 세종을 소개받아 주주 간 계약 문제를 물어봤던 것”이라며 “실적을 잘 내는 계열사 사장인 나를 찍어내려는 하이브가 배임이다. (일련의 사태가) 희대의 촌극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증거로 든 문건과 카카오톡 대화 발췌본에 대해선 “미안하지만 ‘×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온갖 카톡을 야비하게 캡처했다”며 “하이브와의 노예계약 때문에 압박받는 상황에서 뉴진스를 카피한 아일릿까지 나왔다. 나를 말려 죽이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주술 경영과 관련해선 “무속인 친구에게 ‘BTS 군대 가느냐’고 물어본 건 뉴진스 홍보 포인트를 잡아보려는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민 대표는 방 의장 등 하이브 경영진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쏘스뮤직 산하 르세라핌 데뷔 과정에서 뉴진스가 불이익을 겪었으며,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도 불만이 많다”고 주장했다. 동석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이혼소송에 빗대 “남편(하이브)이 부인(어도어)에게 갑자기 보낸 이혼소장(감사) 때문에 수능이 낼모레(5월 컴백)인 딸들(뉴진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립이 격화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뉴진스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뉴진스는 27일 신곡(버블 검)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다음 달 24일에는 새 싱글 ‘하우 스위트’를 발매하는 등 컴백을 앞뒀다. 6월에는 도쿄돔 팬 미팅(26~27일) 등 해외 활동도 예정돼 있다.

어도어 측은 하이브와의 분쟁과 별개로 뉴진스 컴백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하이브도 어도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멤버들이 이번 사태에서 민 대표와 함께 행동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지난해 그룹 피프티피프티 템퍼링(사전 접촉 행위) 같은 분쟁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팬들 사이에선 뉴진스의 이미지 훼손 및 향후 거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이브는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케어와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황지영.어환희([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