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재 감시 새 메커니즘 준비에 "강력한 행동"...도발 명분쌓기 나서
김은철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지난 10여년간 유엔에서 대조선 제재 결의 이행 감시에 종사해온 불법적 존재가 조락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미국이 거덜이 난 제재 압박 구도의 파구를 메꾸어보려고 급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상은 "지난날 미국이 유엔무대에서 새로운 제재결의를 조작해낼 때마다 공화국의 보다 위력하고 보다 향상된 핵시험을 촉발시켰듯이 미국의 극악무도한 제재는 우리 국력의 단계적 상승을 분발시킨 촉매제, 동력으로 작용해왔다"며 "미국의 끊임없는 적대시 정책과 제재압박 때문에 우리가 헛눈을 팔지 않고 직주하여 세계적인 핵열강의 지위에 등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자신들의 핵무장 동력이 됐다는 궤변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 감시 메커니즘 모색을 빌미로 자신들의 7차 핵실험을 비롯한 군사행동에 대한 명분 쌓기에 나선 모습"이라며 "전통적인 우호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반미 외교를 지속하면서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여론전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북한이 새로운 메커니즘이 갖춰지기도 전에 이같이 예민하게 반발하는 것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망으로 고통이 크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불만과 초조감을 보여주는 반응으로, 대북제재의 유효성과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수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핵 미사일 개발과 인권 유린, 국제 규범을 유린하고 있는 북한의 불법적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지와 결단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놓은 건 3년여 만이다. 북한은 2021년 9월 24일 이태성 당시 미국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간 안보동맹) 확대 시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을 옹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제문제평론가 강진성 명의의 글을 통해 "일본을 오커스라는 대결함선에 승선시켜 반중국 압박의 전초선에 내세우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핵기뢰원을 중국의 지경 가까이 내밀자는 것이 미국의 흉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마닐라와 도쿄, 캔버라와 서울 사이 안보협력 강화를 주선해 나선 것도 (중략) 대중국 통합억제전략 실현을 위한 하부구조를 2중, 3중으로 구축하려는 데 기본 목적이 있다"며 "중국을 주적으로 하는 미국의 소규모집단 창설과 끊임없는 확대 시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치열한 힘의 대결장, 일촉즉발의 핵기뢰밭으로 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영교(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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