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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바쵸프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고,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전차에 대해서, 빵가게에 대해서, 넵스키 대로에 내리는 소나기에 대해서, 여자들의 구두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무엇이든지, 정말로 뭐든지 다 이야기로 만들 수 있었어요.” 아무리 소소한 소재라도 이바쵸프의 입을 거치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재미있고 매혹적인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전차에 무임승차하려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빵 속에서 발견된 외화 때문에 체포됐지만 같은 빵 속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를 뇌물로 주고 풀려난 사람의 이야기, 넵스키 대로에 소나기가 내릴 때 갑자기 비를 맞고 홀딱 젖은 채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 새로 구두를 사서 뽐내며 신고 다니다가 전차 안에서 건설 노동자의 흙투성이 발에 밟혀 울상이 된 멋쟁이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  
 
정보라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의 초기 단편 모음집이다. 인용문은 러시아 배경의 ‘Nessun sapra(네순 사프라)’. 종전 후 숙청당해 정신병원에서 죽어간 전설적 소설가 이바쵸프와 그가 죽자 시체를 잘라 먹으며 사랑을 지켰다는 간호사 류보프의 얘기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상적인 생활, 내 어린 날의 생활이 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바깥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이바쵸프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류보프의 회고인데, 한편으론 왜 사람들이 이야기의 마법을 필요로 하는지도 말해 준다.
 
나무가 돼버린 친구를 위해 복수하는 ‘나무’ 등 기이하고 비현실적 세계에 냉엄한 현실과 잔혹한 복수를 뒤섞는 정보라 환상문학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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