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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 공시제도, 적정가격 개념 재정립해야

시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돌풍이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에 몰아치고 있다. 공시가격을 시장 가격(시가)에 근접시키려는 정부 정책이 저금리 상황으로 인한 토지 및 주택가격 급등 현상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사회 이슈가 됐다. 단기간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자연적 상승분에 더해 공시가 현실화율 적용이라는 이중 요인으로 인해 부동산 공시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국민은 정부가 제도를 잘 만드는지, 제대로 운영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게 된 것이다.

급변하는 시세 좇아가선 안돼
정부 개입에서 독립성 확보하고
정책가격을 적정가격 삼아야

1989년 ‘지가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에 근거해 이듬해 1월부터 공시지가 공시가 시작됐다. 정부는 현행 ‘부동산 공시법(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구 수(2023년 기준 5132만명)보다 많은 5400만개 필지의 토지와 주택 약 1900만 호에 대해 가격을 산정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위치·크기·용도 등이 제각각인 부동산을 대상으로 완벽한 공시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2006년 실거래 신고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2010년 이후 민간의 부동산 시세 제공 서비스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누구나 인식해온 ‘시세보다 매우 낮은 공시가격’이라는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어느 정부를 가리지 않고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시제도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적정 가격’ 개념은 그대로 둔 상태였다.

현행법에서는 공시가격 수준의 목표를 적정 가격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으로 정의한다. 국민이 생각하는 시가 혹은 시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이 가고자 한 방향은 객관적 시장가치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일각에서는 실거래가 자료가 있기 때문에 공시가격을 시세의 100%로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실거래가로 전국의 모든 토지와 주택에 대한 시세를 알 수 있을까. 개발에 대한 발표나 소문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시세가 급변하는 시장 현장을 수십 년 경험한 필자가 보기에 실거래 자료에 대한 환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비정상적 주택 가격 양상을 보이는 특정 지역을 ‘버블 세븐’이라고 불렀다. 국민 정서나 경제 이론으로도 인정할 수 없는 고가의 시세 형성 현상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었다. 버블 세븐 지역에도 시세대로 공시해야 한다면 비정상적인 한 때의 시세를 국가가 공시가격으로 공인해주는 자기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일정 시기 이후 정상적인 시세를 회복한다면 그사이 부담한 보유세 등은 조세 형평에 부합하는 것인지 당연히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시세만을 바라보고 좇아가다가 시세를 넘어서는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의 폐지에 맞춰 공시가격의 개념부터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상 시가보다 낮게 공시가격을 산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통상적인 시장에서 형성될 시장가치를 반영하되 전문가의 통계학적·과학적 분석을 거친 ‘정책 가격’으로 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공시제도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려는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다. 감정평가사의 독립적이고도 전문적인 역할의 확대도 필요하다.

60여개나 되는 공시가격의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세 부과다. 여기서 공시가격은 과세 표준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역대 정부는 증세 또는 감세하는 데 있어 세율이 아닌 공시가격에 개입했다. 정책적 개입으로부터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시제도를 재정비하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는 선진국 중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이고 우수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공시제도가 공공의 행정비용을 줄이고, 민간 경제 성장에 기여한 효과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감정평가사의 전문적 역할이 더욱 막중함을 인식하며 새로운 부동산가격 공시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잘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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