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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알리·테무 공습 무서운데…국내 플랫폼만 규제, 안방 내준다 [박용후가 소리내다]

중국의 유통 플랫폼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국내 유통 시장이 격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밑지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맞지 않는 말이다. 밑지며 장사하는 중국 유통 플랫폼 기업이 많아져서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알테쉬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그 첨병이다. 알테쉬는 초저가 물량 공세로 대한민국을 침공하고 있다. C커머스(China-Commerce)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라는 테무의 슬로건 앞에 국내 소비자의 지갑이 활짝 열렸다. 주문한 물건에 문제가 있으면 그냥 버리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값이 싸기 때문이다. ‘천억 페스타’라는 이름을 건 알리익스프레스의 1000억원 규모 쇼핑 지원금도 화제였다.


C커머스는 쓰나미급이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국내 스마트 소매상이다.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 팔던 소매상들은 알리와 테무의 직접 진출로 고사 위기다. 유통 대기업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입사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 왕좌에 오른 쿠팡조차도 위기를 느낄 정도다. C커머스 업체는 배송비, 반품 비용 모두 공짜다. 값이 싸고 배송비 부담조차 없으니 국내 기업은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셰셰(谢谢)’다. C커머스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살펴볼 부분이 있다. 직구와 수입은 명확히 다르다. 직구는 중국 플랫폼에 한국 사람이 접속해 이용하는 형태고 수입은 국내 업자가 국내 기준에 맞도록 수입해서 국내에 유통하는 것이다. 핵심은 직구라는 방식 때문에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회당 직구 금액 상한선을 낮추거나 직구 총액 한도를 둘 수도 있다.

미국은 무관세 변경, EU는 법으로 압박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초저가 직구로 길을 만들어 국내 커머스 플랫폼 시장에 엄청난 규모로 진입하는 것이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고객을 모은 다음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국내 물류창고를 짓는 것도 국내 제품 유통을 위한 것이다. C커머스의 한국 공략이 국내 시장에 메기 효과를 만들지 아니면 생태교란종인 배스 같은 결과를 만들지는 정부와 국내 기업의 대응에 달려있다.



C커머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짝퉁을 파는지 단속하고,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막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최근 들어 정부가 그들이 수집하는 국내 국민의 데이터가 어찌 쓰이는지 살펴보겠다고 나선 것 정도가 위안거리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EU는 어찌 대처할까? 미국은 무관세 기준을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EU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 법(DSA)으로 C커머스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모두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다.

자국 플랫폼을 갖는 것은 많은 나라의 희망이다. 국내엔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SSG 등 토종 플랫폼이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글로벌 플랫폼에 시장을 내주지 않은 국가다. 그런데 이들을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자국 정부다. 국내에 있는 여러 가지 기존 법으로도 기업의 잘못을 규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세무조사, 검·경의 수사, 유관 정부기관의 압력 등 잘못을 바로잡을 방법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새 법을 만들고 또 만들려고 한다. 규제가 마치 사회악을 바로잡는 것처럼 여긴다. 이런 이면에는 국내 정치의 무지도 한 몫 한다. 국회의원 몇몇과의 자리에서 한 의원이 “미국도 유럽도 거대 플랫폼을 강하게 규제한다. 그래서 우리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국내 플랫폼 기업 역차별 해소해야
미국과 유럽이 플랫폼을 규제하는 이유는 한국과 전혀 다르다. 미국은 구글(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메타), 애플 등 4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미국 전체 상장 기업 시가총액의 15%에 육박했고 2022년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했다. 미국 전체 경제의 힘이 네 개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며 2021년 6월 반독점법이 탄생했다. 독점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자국 플랫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국 시장을 지키려고 플랫폼 독점에 대한 법안들이 나온 거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고점으로 여겨지는 2021년 7월 기준 전체 상장기업의 5% 정도다. 또한 GDP의 7%에도 못 미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외국 플랫폼 기업과 맞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유통 플랫폼의 핵심은 자금력도 있지만 수많은 고객 정보와 거래 정보다. 초고도화된 디지털 사회에서 데이터의 주권을 누가 갖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식민지였던 시대에 대해서는 토착 왜구니 하며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분개를 하면서 우리가 디지털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이제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한다. 글로벌 회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우리의 토종 플랫폼들과 경쟁할 때 제재나 규제가 쉬운 자국 기업들의 팔만 비틀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까? 상식을 갖고 있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용후(th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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