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t짜리 괴물이 걸어다니는 곳…항공우주도시의 반전 매력
비행기에 관심 있는 이라면 프랑스 툴루즈(Toulouse)를 들어봤을 테다. 항공기 제조 분야에서 미국 보잉사와 어깨를 견주는 에어버스 본사가 있는 도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툴루즈는 유럽 우주산업의 중심이다. 유럽우주국 연구시설을 비롯한 온갖 기업이 모여 있다. 이렇게만 보면 여행보다 ‘견학’이 어울리는 산업도시 같지만 의외의 매력도 많다.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유서 깊은 성당과 수도원, 분홍빛과 파스텔 톤이 어우러진 건물도 근사하다. 남프랑스 특유의 쨍한 날씨, 인구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생이 발산하는 생기 덕분에 도시 전체가 푸릇푸릇한 느낌이다.
툴루즈공항 인근, 격납고처럼 생긴 ‘항공박물관’에는 실물 비행기 25대가 전시돼 있다. 1909년 최초로 영불해협을 건넜던 블레리오 11,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 점보기,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등 인류 발전을 함께한 비행기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료 효율성, 환경오염 문제로 2003년 퇴역한 콩코드는 1969년 툴루즈에서 이륙을 시작했다. 내부를 보니 기차처럼 승객이 마주 보는 좌석도 있었다.
‘우주박물관’은 거대한 우주 테마파크다. 발사체 ‘아리안 5호’, 우주정거장 ‘미르’ 등이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룬 익스플로러’가 흥미로웠다. 지구를 출발한 우주선이 대기를 통과하며 겪는 중력 변화와 최대 시속 6000㎞를 약 10분 동안 체험했다. 가상 비행인데도 속이 메슥거렸다.
우주박물관 지척에 자리한 ‘알 드 라 머신(Halle de la machine)’은 기괴한 박물관이다. 높이 14m, 무게 47t에 달하는 반인반수 괴물 ‘미노타우르스’와 초대형 거미 ‘아리안’이 시선을 압도한다. 엔지니어 14명이 조종하는 미노타우르스를 타볼 수도 있다. 실내에서는 기계가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인공지능 로봇이 화두인 시대에 쇳덩이 기계로 작품을 만들다니, 산업도시 툴루즈답다고 생각했다.
툴루즈의 별칭은 ‘장미 도시’, ‘분홍빛 도시’다. 장미꽃이 많아서는 아니다. 로마제국 시절부터 가론 강에서 채취한 점토를 건축 자재로 활용해서 분홍색 건물이 많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으로 통하는 툴루즈시청만 봐도 알 수 있다. 적색 벽돌과 분홍빛 타일이 조화를 이룬다. 건물 대부분의 문과 창틀이 연청색인 것도 눈에 띈다. 가로등 기둥도, 대학교 정문도 연청색이다. 염색 장인 ‘아네트 아르두앵’의 설명이 흥미롭다.
“연청색 물감 원료로 쓰이는 ‘파스텔’은 사실 툴루즈 인근에서 많이 자라는 식물이에요. 고대부터 파스텔로 옷감을 염색했고, 해충을 쫓기 위해 창틀에 칠했습니다.”
생세르넹 대성당은 산티아고 순례길 ‘아를 코스’에 포함된 명소다. 유럽 최대 규모 로마네스크 성당으로, 65m에 이르는 종탑과 곳곳을 수놓은 조각이 볼 만하다. 성당 가까이 자리한 자코뱅 수도원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야자수 모양의 아치 장식이 독특하다. 나폴레옹이 스페인과 전투를 벌이던 시절, 수도원을 막사와 무기창고로 활용했다.
수도원에서 서쪽으로 약 300m만 걸으면 가론 강이 나온다. 해 질 녘 풍경이 특히 근사하다. 잔디밭에서 와인잔을 부딪치는 청춘, 강변을 달리는 사람, 분홍빛 퐁네프 다리 앞에서 입 맞추는 커플들이 이 도시의 낭만을 완성한다.
한국에서 툴루즈를 가려면 파리를 경유해야 한다. 에어프랑스가 인천~파리 노선에 매일 취항한다. 파리~툴루즈 국내선은 수시로 뜬다. 툴루즈 관광청 웹사이트에서 파는 시티패스가 유용하다. 교통권과 관광지 입장권을 포함해 36유로(약 5만원)다. 항공박물관 입장료는 15유로, 우주박물관 1일권은 26유로. 자세한 정보는 프랑스관광청 홈페이지 참조.
최승표(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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