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쪼개진 美…파란 주는 '금서' 금지, 빨간 주는 '사서' 처벌
최근 미국에선 정치적 지형에 따라 주별로 금서와 관련한 움직임이 양분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22년 이후 유타·플로리다·텍사스 등 10여개 주가 선정적이거나 유해한 내용을 담은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면 사서를 최대 징역 10년, 2만달러의 벌금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며 “최소 27개주에서 올해 이와 유사한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서 지정을 강제하고, 이를 어긴 사서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했거나 추진하는 주들은 대부분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 스테이트다.
뉴저지에선 사서들이 책을 선정하는 문제로 인한 민원 등으로 정신적 고통, 명예훼손 등을 겪을 경우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내용의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22개 주에서 금서 금지·사서 괴롭힘 금지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주요 이슈는 성소수자였다. ALA에 따르면 금서 요청을 가장 많이 받은 책 상위 10권 중 7권이 LGBTQ(성소수자)를 다룬 책이라는 이유였다. 1위는 성소수자의 회고록 만화『젠더퀴어』, 2위는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작가 조지 M. 존슨의 자서전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였다. 이외에 노골적인 성적 표현, 강간, 인종 관련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도 금서 요청의 주요한 사유로 꼽혔다.
실제로 금서 지정 움직임은 미 전역의 공통적 현상이다. 미 언론자유 감시단체인 PEN 아메리카가 지난 2021년 이후 미 42개 주 공립학교의 금서 목록을 집계한 결과 레드 스테이트와 블루 스테이트 모두에서 금서 지정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주도하는 건 보수 성향의 학부모다. 이들은 성소수자 관련 책 등이 청소년인 자녀들에게 동성애나 문란한 성생활을 부추긴다며 반발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의 금서 지정 증가세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자유를 위한 엄마들’, ‘유타 부모연합’ 같은 학부모 단체들을 통해 도서 검열 시도가 이전보다 조직화, 정치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에 보수 성향 정치인들이 법안 제정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델 브랜든 스틸(공화당) 웨스트버지니아주 의원은 “일부 도서관에 비치된 책의 유일한 목적은 성적 만족일 뿐”이라며 “이는 음란물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미국에선 흑인, 성 소수자 및 여성 등 약자층이 걸어온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자는 지적 운동이 ‘워크(Woke)’란 용어와 함께 좌파를 중심으로 강하게 일어났다”며 “이에 반발한 강경 보수 세력이 도서관 비치 서적 중 상당수를 좌파의 의식화 도구로 규정하고 학부모들과 함께 불온서적 제거하기 운동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WP는 “금서 지정 운동은 미국 사회 분열의 깊이를 더욱 깊이 파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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