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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총선 르포] 힌두·무슬림 갈렸지만 투표장엔 가족 손잡고 '축제처럼'

9.7억 유권자, '44일 총선' 시작…북부 무자파르나가르 등 102곳부터 투표 모디 압승 분위기 속 종교간 입장 달라…정당 상징그림·'중복투표 방지' 잉크 눈길

[인도총선 르포] 힌두·무슬림 갈렸지만 투표장엔 가족 손잡고 '축제처럼'
9.7억 유권자, '44일 총선' 시작…북부 무자파르나가르 등 102곳부터 투표
모디 압승 분위기 속 종교간 입장 달라…정당 상징그림·'중복투표 방지' 잉크 눈길

(무자파르나가르[인도]=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인도에서 무려 44일간 진행되는 총선이 막을 올린 19일(현지시간).
이날 기자는 수도 뉴델리에서 약 140㎞ 떨어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무자파르나가르 지역구의 한 여자대학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오전 7시께 뉴델리 집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이곳 투표소 주변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로 붐볐다.
유권자 등록소에는 투표하려는 사람이 빼곡히 들어서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들은 등록소에서 이름 등을 확인한 후 투표소로 이동하게 된다.


이번 총선은 오는 6월 1일까지(개표는 6월 4일) 지역별로 돌아가며 7차례에 걸쳐 치러지는데 약 9억7천만명의 유권자는 히말라야 산악지역과 밀림, 사막 등 오지를 포함한 전국 105만여개 투표소에서 전자투표기(EVM)를 이용해 투표한다.
무자파르나가르는 이날 투표가 실시되는 102개 지역구 중 하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압승해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다소 '맥빠진 총선'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지역구에서도 모디 총리 지지자가 많이 눈에 띄었다.

투표를 마친 아르피트 싱할(29)은 "20년 전에는 범죄가 많아 밤 8시 이후에는 외출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치안 사정이 많이 개선되고 도시도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힌두교 신자인 싱할은 "특히 모디 총리가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많이 발전했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부 벵갈루루에서 IT업종에 종사한다는 그는 부모님이 계시는 무자파르나가르까지 와서 투표했다고 전했다.
손녀와 손잡고 투표소에서 나온 힌두교 신자 벨라 데비(85) 할머니는 그간 모디 총리를 여러 번 찍었다고 말했다.
데비는 모디 총리 지지 이유로 "생활이 (이전에 비해) 많이 안정됐다"는 점을 들었다.
옆에 있던 데비의 50대 아들은 "(모디 총리 집권 기간에) 도로가 개설되고 주택난도 해결되고 경제도 발전했다"고 부연했다.
힌두교 신자인 모디 총리는 14억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를 겨냥, 노골적으로 힌두 국수주의 행보를 걸어왔다.
이 같은 행보 속에 집권 기간 인도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점이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였다.
반면 인구의 14%인 무슬림은 모디 총리 집권 기간 다양한 형태로 '탄압' 받았다는 지적이 야권과 인권단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굴제국(1526∼1857) 시절인 1663년 만들어진 무자파르나가르의 경우 인구 80만여명 가운데 무슬림 비중이 41%로 전국 평균보다 많다.
이로 인해 한때 두 종교 신자 간 충돌이 심했다고 한다. 실제로 2013년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 충돌로 60여명이 사망할 정도로 종교 간 긴장관계가 잔존하고 있다.
이날 투표에 나선 무슬림 나심 아흐마드(52)는 힌두교도와는 확실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아흐마드는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다"면서 "실업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최근 사회 상황을 걱정했다.
그는 "누가 (연방정부) 총리가 되든 (힌두교 신자이건 무슬림이건) 모든 이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부언했다.
누구를 지지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 정부의 경제 및 노동정책에 상당히 불만이 담긴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종교 등에 따라 유권자 입장은 뚜렷하게 갈렸지만 투표소 분위기 자체는 일종의 '축제'처럼 보였다.
온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나와 투표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고 투표소를 찾은 이들 사이에서는 들뜬 분위기도 감지됐다.
선거를 마친 사람들은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얼굴 가까이 올리고 웃으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투표를 끝낸 사람의 손가락에 며칠 동안 지워지지 않는 특수 잉크를 바르는 식으로 표식을 남겨 중복 투표를 막는다.
각 정당이 투표 편의를 돕기 위해 정당 상징(그림)을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유권자 상당수가 문맹인 점을 고려해 정당이 정체성 등과 관련한 의미를 부여하는 특정 그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선관위가 허용한 것이다.
실제로 이 지역구 총선 후보들도 연꽃, 자전거, 코끼리 등 정당 상징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다.
이 지역구에는 BJP의 산지브 쿠마르 발리얀 현 연방하원 의원과 지역정당 사마지와디당(SP)의 하렌드라 밀라크 후보, 또다른 지역정당 바후잔사마지당(BSP)의 다라 싱 프라자파티 후보가 출마했다.
투표소 인근에서는 인도 경찰 등 당국의 경직된 단면도 포착됐다.
기자가 등록소 앞에서 한 자원봉사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한 경찰관이 와서 자원봉사자는 언론과 인터뷰할 수 없다며 그를 어디론가로 데리고 갔다.
기자도 투표소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당국이 투표소 주변 취재만 허용하는 허가증을 내줬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취재 중인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코리아에서 왔다는 한국 기자에게 남한이냐 북한이냐고 물은 한 유권자는 서울에서 왔다는 답변을 듣고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기자가 여기까지 취재하러 왔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yct94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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