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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작가의 해방일지…"남자분들, 집안일 해봐요"

퇴사 신드롬의 주인공 이나가키 에미코. 이번엔 집안일 예찬론으로 돌아왔다. 사진은 자택에서 포즈를 취한 이나가키. 아프로 스타일 머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21세기북스 제공

일상의 편리함을 찾다가 인생이 불편해진다. 이나가키 에미코(稲垣えみ子ㆍ49)가 체득한 삶의 방식이다. 그는 일본에서 괴짜로 통한다. 본인이 "훌륭한 회사"라고 부른 아사히(朝日)신문 기자를 하다가 제발로 걸어나왔다. '퇴사 10개년 계획'을 세워, 회사에 공표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과정이 한국에서도 2017년 '퇴사 신드롬'을 부른 책, 『퇴사하겠습니다』(원제: 혼의 퇴사, 魂の退社)였다. 고정 수입 없이, 작은 원룸에 살면서 자급자족하는 생활. 지속 가능성이 있을까 묻는 이들에게 이나가키 작가가 내놓은 답. 신간 『살림지옥 해방일지』(원제: 가사가 지옥인가, 歌詞が地獄ㆍ21세기북스)다.

그의 집엔 전자렌지도, 세탁기도 냉장고도 없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의식적으로 가스와 전기도 쓰지 않는다. 그의 식탁은 고슬고슬 윤기 자르르 쌀밥에 손수 만든 반찬과 동네 가게에서 사온 갓 만든 두부와 된장국으로 풍성하다. 매일의 루틴은 손빨래와 변기 손청소. "인생의 필수품은 돈이 아니라, 스스로 해내는 집안일이었다"며 "돈이 없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스스로 신변을 돌볼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더라"는 그를, 17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나가키 에미코의 자택.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21세기북스 제공


Q : 집안일은 안 하면 티가 나고, 하면 티가 안 난다. 그래서 지치는데.
A : "생각을 바꿔보자. 집안일은 곧 나 스스로의 신변을 돌본다는 의미가 있다. 집안일이 하기 싫은 건 인간이라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가족에서 엄마에게 그 집안일을 떠맡기게 된다. 요즘엔 부부가 '가사 분담'을 한다지만, 나는 그 말에도 반대한다. 가사는 분담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가사를 스스로가 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해방의 길이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원룸이다. 그는 "작은 방에서 사는 것이 행복의 첫걸음"이라 말했다. 21세기북스 제공




Q : 해방이라니. 무슨 뜻인가.
A : "욕망은 끝이 없다. 무언가를 갖기 시작하면, 아직 갖지 못한 것이 갖고 싶다. 그렇다면 아예 갖지 않으면 어떤가. 갖고 싶은 마음에서 자유로워진다. 해방인 것이다. 집안일이라는 것은 의외로 마음을 바꾸면 즐겁다. 하기 싫어서 미루다 보면 그게 더 부담이 되고 더 하기 싫어진다. 나는 내가 스스로 돌본다는 마음을 갖고 해치워보자. 스스로가 스스로일 수 있는 자유,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소박하지만 강한 자유를 맛보게 된다."

방에서 직접 차린 식사를 하는 이나가키 에미코. 21세기북스 제공


Q : 손빨래가 해방의 방법인가.
A : "한때 나도 이것저것 물건을 사들이고 쌓아놓고 살았다. 화려한 맛집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먹었다. 집에도 갖은 양념이며 세계 요리 재료를 뒀다. 하지만, 그래서 행복했을까? 아니다. 편리하고 싶다고, 더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물건을 들이면, 그 물건이 나를 지배한다. 전자렌지나 세탁기, 냉장고를 위해 월세를 내는 셈이 된다. 주객 전도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해답이 나온다. 결국 생활 필수품이라는 것은 의외로 별로 없다. 내가 누울 곳을 포기하면서까지 전자렌지를 집에 모셔둘 것인가. 아니다."

전기와 가스, 엘리베이터 없이 사는 건 아무래도 엄두가 안 난다.
"의외로 쉽고 더 편리하다. 편리함을 위해 사들이는 것들은 결국 불편함을 부른다. 행주 하나면 부엌을 말끔히 치울 수 있고, 속옷도 옷가지도 빨기 쉽고 잘 마르는 것을 사두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게 되면 다리의 힘이 길러진다. 편리함에 기대어 몸을 쓰지 않으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퇴화한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베란다. 냉장고도 전자렌지도 없는 대신, 그는 태양열을 이용해 식자재를 말리고, 최고의 맛을 끌어낸다. 21세기북스 제공


Q : 일본에서도 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거나, 여성이 더 잘한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A : "맞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도 있었다."


Q : 한국에도 있었다.
A : "오, 두 나라는 꽤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웃음). 그런데 이렇게 꼭 말하고 싶다. 친애하는 남성분들께, 가사를 하지 않고 부인에게 미루다보면 결국 지옥문을 스스로 여는 셈이 된다고. 자신의 방을 스스로 정리하고, 세탁과 요리를 스스로 할 수 없는 남자는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할 수 없다. 이건 물론,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사를 스스로 할 수 있는지에 따라 삶의 질의 격차가 벌어진다. 고령화가 진행하면서 더더욱 그리 될 것이다."

책 표지.


Q : 외롭진 않은가.
A : "물론, 혼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침잠해있지 않다. 집에 물건이 없고, 목욕탕도 없기 때문에 동네 공중목욕탕을 가고, 단골 두부가게에 가면서, 동네 사람들과 친해진다. 서로를 지켜봐주는 것(見守る)이 진정한 커뮤니티다."


Q : 한국 독자들께 한 말씀.
A : "예전 프랑스 파리에 사는 언니의 집에 갔다가, 한국인 가사도우미 분을 보고 엄청난 공부가 됐다. 그분은 가사일을 척척, 엄청난 속도와 질로 해냈는데, 그분을 보며 집안일도 즐거울 수 있고 효율적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행복에 관한 것이다. 다들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행복과 돈은 사실 무관하다. 자신에게 맞는 생활, 스스로가 스스로를 제대로 책임지는 생활을 꾸려갈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유이자 행복이다. 마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니, 꼭 나름의 방식으로 시도해보시라고 하고 싶다."



전수진(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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