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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영 괴물’ 황선우 “황금세대와 역사 쓰겠다” [파리올림픽 D-100]

2024 파리올림픽의 최고 기대주인 황선우가 12일 진천선수촌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뒤 오륜기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4 파리올림픽 포스터를 배경으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황선우. 김성룡 기자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24 파리올림픽이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206개국의 1만여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1900년과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100년만의 파리올림픽으로 큰 기대를 모은다. 한 세기를 기다려온 파리올림픽은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 일대에서 펼쳐진다.


1924년 대회에는 참가조차 하지 못했던 한국은 100년이 흐르는 사이 아시아의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했다. 또, 하계올림픽(1988년 서울 대회)과 동계올림픽(2018년 평창 대회)을 모두 개최하며 국제적 위상도 높였다. 최근 들어선 체육 인구 감소와 엘리트 스포츠의 약화로 종합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170명 안팎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가장 믿는 기대주는 단연 ‘수영 괴물’ 황선우(21·강원도청)다. 2003년생인 황선우는 3년 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자유형 100m 5위와 자유형 200m 7위를 기록하며 깜짝 고교생 스타로 떠올랐다. 이어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 금메달을 연달아 따내 명실상부 한국 수영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최초로 자유형 200m 금메달 획득을 꿈꾸는 황선우를 지난 12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다. 개막을 앞두고 고강도 담금질이 한창인 황선우는 “100일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씩 실감이 난다. 긴장도 되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면서 “100일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남은 기간 착실히 훈련을 소화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가 12일 진천선수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 6일 고강도 담금질

이날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황선우는 옅은 미소와 지친 기색이 공존해 있었다. 가장 힘든 오전 훈련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아직 오후·야간 운동이 남았다는 막막함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선우는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고강도 훈련 프로그램을 매일같이 소화하고 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수중 훈련을 한 뒤 곧장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넘어가 1시간가량 근력 운동을 한다. 이어 점심식사와 낮잠으로 2시간여를 쉬자마자 지상 훈련과 수중 훈련을 2시간 정도 소화한다.

또, 저녁에는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다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이 스케줄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고, 토요일 오전 보강 훈련을 마친 뒤에야 짧은 휴식이 주어진다. 매튜 리처즈(22)와 던컨 스콧(27·이상 영국), 다비드 포포비치(20·루마니아) 등 라이벌들의 전력 분석도 과제 중 하나다.


황선우는 “훈련이 끝나면 정말 녹초가 된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씩은 물속으로 정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있다”면서 “그래도 빨리 토요일 오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버틴다. 동료들과 외식도 하고 수다도 떨면 금방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웃었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만난 ‘수영 괴물’ 황선우가 12일 진천선수촌 수영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CJ그룹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황선우는 유치원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처음 수영을 접했다. 시작은 취미반이었지만, 점차 실력이 발휘되면서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갔다.

이어 자신에게 딱 맞는 ‘로핑 영법(양팔에 힘을 다르게 주면서 추진력을 얻는 비대칭 스트로크·황선우의 경우 오른팔에 더 힘을 부여)’을 장착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각종 국내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이름 석 자를 알렸다.

황선우는 “어릴 때는 부모님의 의지가 조금 더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나 역시 점차 수영의 매력을 알아가면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피드를 맛볼 때면 수영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체고로 진학한 황선우는 ‘마린보이’ 박태환(35)의 계보를 잇는 수영 괴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한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유형 200m 1분45초92로 주니어 세계신기록으르 세워 화제를 모았다. 또, 2021년 7월 도쿄올림픽에선 자유형 100m와 200m 모두 결선까지 진출했고,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200m 정상을 차지하면서 차세대 에이스가 됐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4년 수영강습을 받고 있는 황선우. 사진 올댓스포츠
◆“황금세대 일원이라 뿌듯해”

황선우에게 올림픽 무대는 짙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3년 전 도쿄 대회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페이스 조절 실패로 메달권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50m와 100m, 150m 구간을 모두 1위로 통과했지만, 체력이 떨어져 마지막 구간에서 7위로 밀려났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 개인전으로 나간 메이저대회가 도쿄올림픽이었다. 나이도 어렸고, 노하우도 부족했다. 어떻게 레이스를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한 점이 많았고, 결국 아쉬운 결과를 냈다”면서 “그러나 이후 3년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계속 경험했다. 또, 그동안 많은 훈련을 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신체적 격차도 많이 줄였다. 이제 도쿄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때가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태환 이후 명맥이 끊겼던 한국 수영은 다시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평가다. 황선우를 비롯해 김우민(23)과 양재훈(26), 이호준(23), 이유연(24) 등이 모두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례 없는 황금세대를 이뤘다. 한국 수영이 역대 올림픽에서 수확한 메달은 총 4개인데 이 모두 박태환 혼자 이뤄낸 성과로 이번 대회에선 사상 처음으로 복수의 메달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황금세대의 주역인 황선우는 “대표팀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무엇보다 내가 황금세대의 일원으로 뛸 수 있어서 뿌듯하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파리올림픽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했다.

기념 촬영하는 수영 국가대표들   (영종도=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024 카타르 도하 국제수영연맹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나선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이 19일 오후 인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황선우, 김우민, 양재훈, 이유연. 2024.2.19   ksm797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MBTI가 ENFP라는 황선우는 평소에도 동료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진천선수촌 안에선 휴식시간이면 풋살이나 탁구 등 다른 구기종목을 즐기고, 휴식일에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함께 스트레스를 푼다. 이러한 외향적 성향은 국제대회에서도 장점으로 발휘돼 후원사인 CJ그룹에서 지원하는 각종 한국 식료품을 해외 선수들에게 나눠주며 우애를 쌓곤 한다. 황선우는 “3년 전 처음 후원 계약을 할 때는 내 가치가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서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황선우는 자세한 기술 훈련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조만간 유럽으로 건너가 막바지 훈련을 소화하고 개막 보름 전쯤 파리로 입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어린 시절의 황선우는 국내 1위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몇 년 뒤 진짜 국내 1위가 된 뒤에는 시야를 넓혀 세계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물살을 갈랐다. 이제 세계선수권을 넘어 올림픽에서 자신이 명실상부 1인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황선우는 “파리올림픽이 끝난 뒤 메달을 걸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면서 “박태환 선배님을 보면서 아시아 선수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다. 그 장면을 보고 자란 내가 어느덧 그 위치까지 오게 됐다. 많은 분들께서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만큼 파리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과를 내고 돌아오겠다”고 힘찬 포부를 밝혔다.

◆‘수영 괴물’ 황선우는…

생년월일 : 2003년 5월 21일

신장·체중 : 1m87㎝·79㎏

윙스팬 : 1m93㎝

출신교 : 팔달초-서울체중-서울체고

주요 경력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금메달, 2023 도하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금메달

MBTI : ENFP
황선우가 12일 진천선수촌에서 태극기를 두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그룹



고봉준(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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