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못 고친 오십견을 '나무망치'로…치앙마이 천년의 치료법
10년째 신혼여행⑫치앙마이
남편의 여행
출발은 좋지 않았다. 숙소 근처 마사지사에게 며칠간 지압을 받았지만, 굳어 버린 내 어깨를 풀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영험한 마사지사를 알고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손이 아니라 나무 방망이로 몸을 때립니다”라는 다소 살벌한 추천사와 함께.
소문난 무당집을 소개받은 기분으로 마사지를 찾아갔다. ‘아무렴! 용하다고 소문이 나려면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지’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함이 밀려왔다. ‘내 몸이 쇳덩이도 아닌데 어찌 두드려 팬단 말인가’ 싶었다.
첫 방문 시 가졌던 의심은 어느새 믿음으로 변했다. 매주 한 번씩 총 4회(1회 2만5000원), 내 발로 찾아가 나무 방망이로 온몸을 두들겨 맞고 왔다. 사실 더 많이 맞고 싶었다. 매일 찾아오겠다고 억지를 부려봤지만, 마스터(그는 사람들에게 마스터라는 호칭으로 불렸다)는 몸속 근육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를 진정시켰다. 의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저 한 달 동안 내 어깨가 눈에 띌 정도로 호전되었으니, 내 몸이 증거일 뿐이다. 몇 년간 나를 괴롭히던 오십견을 치앙마이에서 고쳤다. 지난 10년 중 최고의 한 달 살기였다.
백종민 alejandrobaek@gmail.com
아내의 여행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인기를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치앙마이는 시쳇말로 폼 미쳤다. 장기 체류를 위한 인프라가 이처럼 훌륭한 도시도 많지 않다. 먼저 체류 비용이 방콕의 3분의 2 수준인데도 깔끔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가 많다. 우리는 작은 수영장과 체육시설이 딸린 숙소에서 한 달을 살았는데 300달러(약 41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방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태국 북부 지역의 소울푸드로 통하는 국수 요리 카오소이나 팟타이도 우리 돈으로 2000원이면 충분했다.
우리 부부는 2015년과 2024년, 두 차례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10년 전에는 태국어 공부가 목적이었다.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한 달 내내 어학연수를 받았다. 우리의 일과는 꽤 규칙적이었다. 매일 오전에 4시간씩 수업을 듣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카페에서 두어 시간씩 예습‧복습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오후 늦게 수영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30일 내내 일과가 똑같았다.
한날은 매일 공부만 하는 우리를 보고 같은 반 한국인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공부 못 하는 애들이 놀 줄도 모른다고. 그는 수업 대신 밤새 클럽에서 현지인들과 술 마시고 노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내가 치앙마이에서 본 외국인 여행자들은 늘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골프‧요가‧무에타이‧요리‧바느질 등 치앙마이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수업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도 태국어 수업을 받으며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났다. 현지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배워 본다는 건 한 달 살기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김은덕 think-things@naver.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