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나도…구명조끼 벗어줬다는 아들, 금방 올 것 같은데 [세월호 3654일]
김씨는 “유품 전시를 한다는 얘길 듣고 주저 없이 차웅이의 해동검도 가검(진검과 반대 개념)을 건넸다”며 “이 검 자체가 차웅이의 짧지만 귀중했던 삶”이라고 말했다. 차웅군의 검도 인생은 9살부터 시작됐다. 해동검도장에서 차웅이는 충효예의를 배웠고,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까지 검도장에서 단련했다고 한다.
김씨 자택 베란다에서 차웅군이 다니던 검도장이 보인다. 김씨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웅이가 학교 갔다가 운동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을 씩씩한 목소리로 들려줄 것만 같다”며 “자녀는 가슴에 묻는다고 하던데, 세월호 가족들은 잃어버린 아이를 가슴에 도저히 묻을 수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이 말을 전하는 차웅이 친구도 ‘어머니를 더 빨리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하더라”며 “진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희생된 우리 아들과 아들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 한스럽다”고 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김씨의 어깨 뒤로 전시장 안엔 ‘기억이 기어이 길을 낸다’는 조형물이 있었고, 차웅군의 검 위로 학생들이 참사가 없었다면 수학여행에서 봤을 법한 제주도의 자연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김씨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아들이 내 곁에 없다는 것 말고 그날 이후 변한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죄인이 아니잖아요. 희생된 아이들과 살아 돌아온 아이들, 그들의 친구와 형제자매들이 여전히 혐오,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게 서글퍼요. 앞으로 10년도 지난 10년처럼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길을 갈 거에요.”
손성배(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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