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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나도…구명조끼 벗어줬다는 아들, 금방 올 것 같은데 [세월호 3654일]

단원고 2학년4반 희생자 정차웅군의 어머니 김연실씨가 지난 11일 오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전시관 2층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에서 아들의 해동검도 목검을 어루만지고 있다. 손성배 기자
세월호 3654일
2014년 4월 16일에서 3654일, 만 10년이 흘렀다. 기억 속 세월호는 여전히 기울어진 선체 위태로운 모습 그대로다. 국민 생명이 최우선인 안전한 나라는 아직 요원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남겨진 이들은 슬픔의 심연(深淵)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304명을 가슴에 묻고 새긴 채 안간힘을 다해 살아냈다. 마음 치유사로 다시 선 생존 단원고 학생, 기간제 교사 딸의 차별을 철폐하고 순직을 인정받은 아버지, 다른 재난 현장을 찾아 봉사하는 어머니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사죄를 끌어낸 목사…. 이들에게 지난 10년의 의미를 물었다.
김연실(56)씨는 단원고 2학년 4반 희생자이자 학생 의사자 정차웅(당시 17세)군의 어머니다. 아들 차웅군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친구를 위해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준 뒤 숨져 2016년 의사자로 지정됐다. 지난 11일 오후 세월호 10주기를 기념해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전시관에서 열린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回憶庭園)’엔 아들의 유품인 해동검도 목검 앞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유품 전시를 한다는 얘길 듣고 주저 없이 차웅이의 해동검도 가검(진검과 반대 개념)을 건넸다”며 “이 검 자체가 차웅이의 짧지만 귀중했던 삶”이라고 말했다. 차웅군의 검도 인생은 9살부터 시작됐다. 해동검도장에서 차웅이는 충효예의를 배웠고,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까지 검도장에서 단련했다고 한다.

김씨 자택 베란다에서 차웅군이 다니던 검도장이 보인다. 김씨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웅이가 학교 갔다가 운동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을 씩씩한 목소리로 들려줄 것만 같다”며 “자녀는 가슴에 묻는다고 하던데, 세월호 가족들은 잃어버린 아이를 가슴에 도저히 묻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단원고 2학년4반 희생자 정차웅군의 어머니 김연실씨가 지난 11일 오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전시관 2층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에 서 있다. 희생자 37명 유품과 주인을 찾지 못한 세월호 유류품을 활용한 예술창작작품 6점이 전시된 회억정원 중앙엔 생화와 살아있는 나무를 배치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손성배 기자
세월호 참사 이전까진 안산 소재 회사 경리부에서 일하던 워킹맘이었다. 그는 이후 안산시 4·16 합창단과 희생 학생 어머니 모임인 꽃마중에서 먼저 떠난 아들을 기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4년 전 세월호 6주기 즈음엔 차웅군과 함께 세월호 로비에서 기둥을 붙잡고 있었던 생존 학생으로부터 “엄마 아빠에게 돌아가려고 부단히 애를 썼는데, 못 돌아가서 미안하다”는 차웅군의 마지막 말을 전해 들었다.



김씨는 “이 말을 전하는 차웅이 친구도 ‘어머니를 더 빨리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하더라”며 “진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희생된 우리 아들과 아들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 한스럽다”고 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김씨의 어깨 뒤로 전시장 안엔 ‘기억이 기어이 길을 낸다’는 조형물이 있었고, 차웅군의 검 위로 학생들이 참사가 없었다면 수학여행에서 봤을 법한 제주도의 자연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김씨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아들이 내 곁에 없다는 것 말고 그날 이후 변한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죄인이 아니잖아요. 희생된 아이들과 살아 돌아온 아이들, 그들의 친구와 형제자매들이 여전히 혐오,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게 서글퍼요. 앞으로 10년도 지난 10년처럼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길을 갈 거에요.”



손성배(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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