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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명절…가족도, 집도 잃은 가자 주민들

라마단 끝나고 최대명절 시작됐지만 가족모임조차 불가 220만 인구 대다수가 피란민…굶주림 시달리는 주민도 다수

피로 얼룩진 명절…가족도, 집도 잃은 가자 주민들
라마단 끝나고 최대명절 시작됐지만 가족모임조차 불가
220만 인구 대다수가 피란민…굶주림 시달리는 주민도 다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우리는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 집, 안전을 모두 잃었다. 죽음의 느낌이 매 순간 우리와 함께 있고 어디에서나 죽음의 냄새가 풍긴다."
전 세계 19억 무슬림의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종료 축일) 연휴가 10일(현지시간) 시작됐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직면한 현실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220만 인구 대다수가 피란민으로 전락한 채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금식성월인 라마단 종료를 기념해 축제를 벌인다는 건 딴 세상 이야기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가자지구 남부 국경도시 라파에서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를 진행한 네 자녀의 어머니 아마니 아부 아우다는 올해 이드 알피트르에는 자녀들에게 새 옷을 사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설빔과 비슷하게 이슬람권에서는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자녀들에게 새 옷을 장만해주는 풍습이 있다. 아부 아우다는 "너무 비싸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면서 "헌 옷이라도 구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전혀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작년 10월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가자지구 주민들은 매년 이드 알피트르 때마다 친척들과 한데 모여 선물을 교환하고 음식을 나누며 회포를 풀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라파의 비좁은 주택이나 텐트,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임시 거처 등에 뿔뿔이 흩어진 채 모일 엄두조차 내지 못 내는 주민이 대부분이고 기아에 직면한 이들도 적지 않다.
중동 지역 무슬림은 이드 알피트르가 되면 조상과 친지의 묘를 찾아 사랑하는 이들을 그리는 풍습도 지니고 있지만, 역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이번 전쟁 와중에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은 최소 3만3천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장례 없이 임시로 매장된 채 종전을 기다리고 있으며, 건물 잔해 등에 묻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와중에도 가자지구 내 최대도시인 가자시티 일부 지역에선 작은 전등과 색종이 등으로 꾸며진 이드 알피트르 장식물이 내걸렸지만, 전쟁으로 인한 어두운 분위기는 여전한 실정이라고 현지 대학생 알리나 알야즈지(20)는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 쿠키와 (전통) 과자, 음식 냄새 대신 피와 살인, 파괴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NYT는 알리나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머리 위에선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음이 울리고 있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라파의 피란민 텐트에서 취재에 응한 팔레스타인 여성 무나 달루브(50)는 조리용 연료는 물론 밀가루와 설탕 같은 재료도 얻을 길이 없어 올해 이드 알피트르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손자, 손녀들을 위해 막대사탕이라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남성 모함마드 셰하다(22)는 "올해는 어린이들에게 이디야(eidiya·세뱃돈과 비슷한 성격의 현금선물)도 줄 수가 없다"면서 "이드를 맞아 기원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역겨운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황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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