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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이기희

이기희

‘이럴 수가’라고 경악하기에는 소식이 너무 황당했다. 친구로부터 간단하게 상황을 전달 받았는데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엄마가 위독하다”며 “기도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은 뒤 몇시간 만에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딸로부터 받은 것.  
 
유명을 달리한 분은 한인회 회장직을 4년 동안 역임한 뒤 지난 해 말 무거운 짐 내려 놓고 첫 손주 돌잔치 하러 올해 초 딸이 사는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났었다.  
 
평소에 정성으로 남을 챙기고 열정적으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분인데 이토록 허망하게 만리타향에서 떠날 줄은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 소식을 접한 친구와 한인회 동지들은 벼락 맞은 것처럼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는 증이다.  
 
사인은 패혈증 쇼크사. 패혈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각종 감염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반응이 일어나 장기에 세균이 퍼져 기능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러 장기로 확산 되면 치사율이 높아지고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혈압저하로 패혈성 쇼크가 동반되며 사망에 이른다.  
 


패혈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빠르게 진행되는데 치사율은 대략 30%이고 심각한 경우는 50%인데 패혈증 쇼크로 이어질 경우 치사율이 80%까지 증가한다. 발병 후 짧은 시간내에 사망할 수 있어 갑자기 오한이 나거나 고열과 구토, 설사나 두통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입원치료 해야 한다. 세계보건 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사망자 5명 중 1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한다니 정말 무서운 병이다.  
 
우리는 많은 것들은 알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부분적이거나 제한된 정보 속에서 산다. 편견과 무지, 어리석은 판단으로 그릇된 선택을 한다.  
 
빛과 어둠, 낮과 밤이 번갈아 오듯이 오늘이 내일이 되고 내일은 오늘처럼 아무 일 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착각 속에 산다.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까 내일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살아간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걸 (중략) 아파 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중략)/ 불행해 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에 주인인 걸’ - 김홍신의 ‘겪어보면 안다’ 중에서  
 
 
나이 들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죽음도 삶의 연장선이란 생각을 한다. 죽음과 삶이 크게 차이가 없음을 깨닫는다. 힘든 삶에서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죽음의 계곡에서 낙화되어 꽃잎으로 휘날리다가 종국에는 마른 입김으로 흩어진다는 걸.  
 
지난 몇 달 동안 주변에서 투병을 하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울적하다. 슬픔은 화선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사랑의 흔적을 지우며 스멀스멀 번져나간다. ‘겁쟁이는 죽음에 앞서 몇 번이고 죽지만 용감한 사람은 한 번 밖에 죽음을 맛보지 않는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중에서
 
나는 겁이 많다. 용감해 보이지만 작은 빗방울 소리에도 창 밖을 두리번거리고 바람 불면 지붕이 날라갈까 두렵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쪽으로 두 손을 모은다. 스티브 잡스는 IT업계에 큰 획을 긋는 인물로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희귀암 발병 등 건강문제로 56세로 사망했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속명이다.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말이다.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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