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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진 르포] 도로엔 굴러떨어진 커다란 바위가…차안에서도 여진 느껴

기찻길 막혀 7시간 운전해갔지만 낙석에 막힌 화롄현 진입로…평소 붐비던 관광버스 안보여 강진 이틀째에도 도로 복구 불확실하다는 경찰 "차라리 남부 해안 우회해 가는 게 나을 것" "국립공원 간 부친 연락 안 닿아" 한 남성 파출소 찾기도…도로 곳곳 낙석에 지진 위력 실감

[대만 지진 르포] 도로엔 굴러떨어진 커다란 바위가…차안에서도 여진 느껴
기찻길 막혀 7시간 운전해갔지만 낙석에 막힌 화롄현 진입로…평소 붐비던 관광버스 안보여
강진 이틀째에도 도로 복구 불확실하다는 경찰 "차라리 남부 해안 우회해 가는 게 나을 것"
"국립공원 간 부친 연락 안 닿아" 한 남성 파출소 찾기도…도로 곳곳 낙석에 지진 위력 실감

(화롄<대만>=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여기서부턴 못 들어갑니다. 공원 안 도로 위의 낙석 치우는 작업이 이작 안끝났어요."
지난 3일 오후 10시(현지시간)께 대만 동부 화롄(花蓮)현 타이루거(太魯閣)국가공원 입구.
기자는 규모 7.2(미국·유럽 지진 당국 발표치는 7.4) 지진이 강타한 화롄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강진 당일 오후 3시께 수도 타이베이에서 자동차를 타고 출발했다.


평소 타이베이에서 화롄현으로 가기 위해선 열차를 많이 이용하지만, 지진 영향으로 3일에는 화롄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만 북부 타이베이에서 도로를 이용해 화롄으로 가려면 북동부 이란(宜蘭)현까지 고속도로로 이동한 뒤 이란과 화롄을 잇는 성도(省道) 제9호선에 올라야 한다.
이란현에서 화롄현 북부 초입 타이루거국가공원까지는 험준한 산악 지형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평소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대관령을 넘는 것 같다"거나 "멀미하는 곳"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급히 짐과 취재 장비를 차에 쑤셔넣고 자동차를 몰고 7시간 가량을 달렸다.
2020년 쑤화고속도로가 개량돼 이란현에서 화롄현으로 가는 길이 다소 편리해졌지만, 이번 지진으로 터널이 막히면서 새 길은 일찌감치 '통행 불가' 상태가 됐기 때문에 좁은 옛길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름난 관광지인 만큼 평소 같으면 타이루거국가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관광버스나 여행객 차량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었겠지만, 이날 기자가 이동한 7시간 동안 도로 위에선 간간이 나타나는 복구 장비와 인근 주민 오토바이를 빼고는 일반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진 발생 당일 오전부터 200여회 이어졌다는 여진은 기자가 차를 몰고 가던 도로 위에서도 몇 차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진 바위가 도로 곳곳에 떨어져 있어 아찔한 순간도 몇 차례 넘겼다.
쉼 없이 230㎞가량을 달리자 오후 10시께 어둠 속에 타이루거국가공원이 보였다. 여기에서 2시간 반 정도만 더 가면 화롄현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어 속도를 냈다.

그러나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경찰 통제로 타이루거국가공원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막힌 상태였다. 경찰은 지진으로 산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로 도로가 막혔다고 설명했다. 지진 현장 취재를 위해 왔다고 설명하고 화롄현 쪽으로 갈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전 문제로 불가능하다"였다.

실제 멀리 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도로 위로 돌들이 쏟아져 내려온 모습이 보였다.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기자는 숙박 시설을 찾았지만 당혹스럽게도 근처에는 그 비슷한 곳도 없었다. 결국 인근 파출소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밤을 지내야 했다. 주유소가 없는 산중이라 쉽게 시동을 걸 수도 없었다.

좁은 승용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 이날(4일) 새벽 현지 경찰에게 상황을 다시 물었다.
이 경찰은 기자에게 "타이루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도로 총 11군데에 낙석이 있는데 4곳은 (4일) 0시까지 정리를 마쳤지만 7곳은 아직 복구가 안 끝났다"며 "오늘 중으로 도로를 개통하기를 바라지만, 여진으로 공사 진척이 느리니 5일까지 복구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기약 없는 도로 복구를 기다리느니 이란현에서 화롄현으로 가는 직통 도로 대신 아예 대만 남서부 가오슝(高雄)으로 가 해안도로를 이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강릉 가는 길이 막혔으니 부산으로 가서 해안을 따라 강릉으로 가라는 셈이다.
낭패라는 생각에 당황하는 기자 앞에 오전 6시 30분께 봉쇄된 타이루거국가공원 안에 있는 부친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한 대만 남성이 파출소를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앞서 타이루거국가공원측은 전날 (3일) 기준으로 공원 안에서 묵은 여행객과 직원 등이 모두 654명이고, 당일 입산자를 더하면 1천명 가까운 시민이 산에 갇혔다고 추산한 바 있다.
무작정 도로 복구가 끝나기를 기다리기엔 위험이 너무 큰지라 그 경찰 말대로 최소한 7∼8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화롄현 강진 현장 취재에 나서기로 하고 다시 차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30분가량을 승용차를 운전해 국가공원지역을 벗어나 거꾸로 나오고 있는데 타이베이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제는 중단됐던 화롄행 열차 운행이 이날 오전부터 재개됐다는 소식이었다.

내륙 깊숙이 차를 몰고 들어온 터라 화롄행 열차가 서는 근처 기차역까지 4시간 가까이를 다시 운전하고 가야 하지만 남부 지역으로 도로를 '빙' 돌아가는 경우도 현장 진입을 담보할 수 없기에 기자는 서둘러 기차역으로 차를 돌렸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는 산에서 굴러내려 온 돌들이 쏟아져 내려와 있었다.
그렇다 보니 속도를 내서 똑바로 주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낙석을 피해 조심조심 '곡예운전'을 하다시피 해야 했다.
가장 무서운 건 규모 7.2 강진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듯 도로 곳곳에 굴러내려온 커다란 바위들 모습이었다. 앞으로 사나흘간 여진이 계속된다고 대만 당국이 예상한 만큼, 규모가 큰 여진이라도 발생하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뒷목이 서늘했다.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3일 오전 7시 58분께 화롄현에서 25㎞ 떨어진 대만 동부 해역에서 발생했다. 대만 당국이 추산한 지진 규모는 7.2, 진앙 깊이는 15.5㎞다.
이번 지진으로 이날 오전 현재 화롄현 등 대만 전역에서 사망자 9명과 부상자 1천11명이 발생했고, 143명이 곳곳에 고립돼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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