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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 관리, 돈풀기 공약 기대심리부터 잡아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재하나로마트 과일코너를 찾아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과일값 고공 행진에 3월 소비자물가 3.1% 뛰어
국제유가 상승, 강달러에 묻지마 총선 공약 겹쳐
‘금(金) 사과’ 등 과일값 급등의 영향으로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1%를 기록했다. 지난 2월(3.1%) 이후 두 달 연속 3%대를 찍었다. 지난 1월 2.8%로 낮아졌다가 다시 뛴 것이다. 사과(88.2%)와 배(87.8%) 등 과일값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장보기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장바구니 물가에 빨간불이 켜지며 물가가 총선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출정식 장소로 서울 가락시장을 선택했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을 저격하며 ‘대파 챌린지’를 벌였다. 물가가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자 정부도 총력전에 나섰다. 1500억원을 투입해 과일과 채소 등 21개 품목의 가격 안정을 지원했다. 사과와 배의 재배 물량도 늘린다. 윤 대통령은 어제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 흐름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동안 물가 상승 압력을 낮췄던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브렌트유 값은 배럴당 90달러 선에 육박했다. JP모건은 러시아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가 감산을 이어가면 오는 9월 브렌트유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달러도 위험 요인이다. 미국의 경기 확장이 이어지며, 오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도 오름세다. 환율이 오르면(원화가치 하락) 수입 물가도 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쏟아낸 각종 공약은 물가 관리에 돌출한 강력한 악재다. 수백조원의 비용이 예상되는 각종 개발 공약을 비롯해 감세와 지원금 등을 위해 공약대로 돈줄을 풀면, 물가의 고삐는 통제 불능일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고 일상의 부담과 어려움은 커진다. 경제에도 부정적이다. 소비 심리 위축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고물가는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전환에도 걸림돌이다. 경기 둔화 속 고금리·고물가의 동거가 길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내리막을 걷더라도 물가는 언제든 다시 튈지 모르는 울퉁불퉁한 상태”라고 했다. 물가 관리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적 변수는 어쩔 수 없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공약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부추기지 않도록 정부가 세밀한 견제 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수출 호조로 살아난 온기를 소비 심리와 경기 회복 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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