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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칼럼] 국회 세종시 이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는 동시에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하였다. 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도 국회 이전에 찬성한다며 숟가락을 얹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금방이라도 세종시로의 국회 이전이 이루어질 기세다.

헌재 2004년 “서울이 수도” 결정
대통령실 견제·감시 기능에 차질
정부가 여기저기 찢겨서도 문제
포퓰리즘으로 이용해서는 곤란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회의 이전이 가능한지, 또 바람직한지부터 살펴보자. 우선 헌법재판소의 2004년 10월 결정(2004헌마554)이라는 법적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임은 관습헌법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봤다. 국회의 이전은 수도의 이전, 즉 천도(遷都)라고 해석될 여지가 많은데, 그렇다면 위헌적이다. 이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는 명시적으로 개헌을 하거나, 최소한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4년의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 둘 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의 이전이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 바람직한 것인가? 국회의 근본적 역할 중 하나는 행정부 감시이다. 비록 많은 중앙행정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했으나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서울 용산에서 집무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업무를 감시해야 할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 정부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 모습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10여 년전 수도를 꼭 세종시로 옮겨야한다면 정부, 국회, 법원의 일부만 갈 것이 아니라 모두 다 가야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세종시의 현재 상황도 국회 이전을 무리 없이 수용하는 데 많은 문제를 노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실상을 살펴보자. 국회와 사법부, 그리고 일부 행정부처는 서울에 잔류하고, 총리실과 대부분의 행정부처는 세종시로 이전했다. 광의의 정부가 이리저리 찢긴 모습이다.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입법수도, 행정수도, 사법수도를 따로 둔 나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이 행정부처를 두 곳으로 나누어 배치한 나라는 아무 데도 없다. 어쩌면 국회 이전 과정에서 일부 상임위나 지원조직은 서울에 잔류하는 형태로 국회도 분할될 수 있다. 자칫하면 대부분의 행정부처와 국회의 상당 부분이 포진하는 세종시와 사법부 전체 및 국회와 행정부처 일부 그리고 대통령실이 존재하는 서울시가 쌍봉을 형성하는 기형적인 수도의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하드웨어가 사분오열된 정부 조직 형태가 그 정부를 운영해야 할 소프트웨어의 퇴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은 이미 현재의 세종시에서도 엿보인다.



사회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이 지방 근무를 꺼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이가 줄었다. 이미 공무원이 된 사람도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그들의 상사가 빈번히 서울을 왕래하거나 아예 서울에 상주하는 사람까지 있어 상사와 자주 만나지 못하므로 일을 배우지 못한다.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주도로 세종시 건설이 추진된 핵심적인 논거는 ‘국토 균형발전’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세종시 건설로 인해 충청권 국민은 그 혜택을 맘껏 누리고 있을까? 세종시는 2022년 말 기준으로 출범 후 10년 동안 약 26만5000명의 인구 증가가 있었다. 이들의 직전 거주지를 보면 충청권이 63.4%,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이 23.5%로 나타난다. 수도권의 경우, 공직자와 그 가족을 제외하면 수도권 집중 완화에 대한 기여는 기대보다 훨씬 낮다. 결국 세종시 인구 증가는 주로 충청권 내에서의 ‘제살깎아 먹기’로 이루어진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세종시는 블랙홀이 되어 인근 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였고 어떤 곳은 아예 인구소멸 지역으로 분류되어 가는 중이다.

국가 정책은 신중히 해야 한다. 기본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추진 방향은 적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당초의 정책 의도와 실제 정책의 결과 사이에 괴리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보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 이전은 그 자체로 냉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재평가도 없이 국회 이전 논의가 총선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은 생경하다.

세종대왕은 어떤 정책을 최종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끊임없이 사전에 실험을 했다. 한글의 창제와 반포 사이에 3년의 실험 기간이 있었고, 『농사직설』을 통해 새로운 농사 기술을 백성들에게 전파하거나 공법(貢法)이라는 조세제도를 시행할 때에도 치밀하게 그 현실성을 점검했었다. 21세기가 시작되었지만,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15세기의 세종대왕 발끝도 못 따라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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