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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시각각] 선거 좌우하는 ‘응징 기권’

이상언 논설위원
1단계:강의실 안 학생 중 일부에게 20달러를 주면서 18달러를 자신이 갖고 2달러를 다른 학생에게 주거나, 10달러만 갖고 나머지 10달러를 다른 학생에게 주는 두 방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2단계: 10달러씩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택한 학생들과 18달러를 챙긴 학생들을 앞으로 나오게 한 뒤에 18달러 가진 학생들에게서 6달러를 회수해 12달러를 보유하게 한다. 강의실의 나머지 학생에게 앞으로 나온 학생과 가진 돈을 절반으로 나누는 작업을 할 경우에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 10달러를 가진 학생과 짝이 되면 5달러를 갖게 되고, 12달러를 가진 학생과 짝이 되면 6달러를 갖게 된다.

6·1 지선, 야당 쪽 투표율 극저조
이번 총선에선 여당이 기권 걱정
‘미워도 다시 한번’엔 절박함 필수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가 한 실험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81%의 학생이 10달러 가진 쪽을 골랐다. 1달러 손해를 감수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탈러는 “피실험자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기꺼이 이익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 실험을 설계했다고 밝혔다(『행동경제학』, 웅진지식하우스). 그리고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다. “다수의 피실험자가 ‘부당한’ 제안자(20달러 중 18달러를 챙겼던 학생)와 12달러를 나눠 갖는 쪽보다 ‘공정한’ 제안자(20달러의 절반만 챙겼던 학생)와 10달러를 나눠 갖는 쪽을 택했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부당한 제안을 하는 사람을 처벌(선택받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드러냄)하기 위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려 든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준다.”

탈러는 이 실험에 ‘처벌(punishment)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다른 학자가 ‘갖게 되는 돈의 차이가 1달러밖에 안 돼 경제적 이기심이 발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갖고 액수를 열 배로 올렸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탈러는 인간에겐 부당한 쪽을 응징하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성향이 있음을 이 실험이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6·1 지방선거 투표율이 50%를 겨우 넘기며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기권이 민주당 대패로 이어졌다.’ 2022년 6월 2일자 한겨레 기사의 첫 문장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기권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지난 3월 대선 패배 이후 0.73%포인트 차라는 숫자에 매달려 반성이나 성찰, 쇄신 없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내세운 민주당에 투표할 동력을 얻지 못했다.’ 기사는 이렇게 전개됐다. 당시 선거 투표율은 40대가 43%, 광주광역시가 38%였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 기반에서 기권 비율이 높았다. 결과는 민주당의 대패였다.

4·10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경남에 부동층(지지 정당·후보 없음 또는 모름)이 20% 후반대인 지역이 상당수고, 전국적으로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20대가 많아졌다. 지난달 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19∼29세 유권자 중 38%가 부동층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48.56%의 표를 얻어 당선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전국 평균 지지율은 30% 중반을 오르내린다. 야당에 약 10%포인트 차로 뒤진다.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실망이 전세를 역전시켰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기권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흔하다. 냉정히 이해득실을 따져 보면 여당에 투표하는 게 맞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6달러가 아니라 5달러를 택한 학생들의 태도와 비슷해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장으로 나와 달라”고 호소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읍소다. 그런데 여권 수장인 대통령에게서는 ‘응징 기권’을 생각하는 과거 지지자의 마음을 돌리려 하는 절박감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까지 일주일 남았고, 이틀 뒤엔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이상언(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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