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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아이 살리려 애쓴 그 병원…"6억에도 의사 구하기 힘들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지난 1일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의사 진료 복귀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군에서 물웅덩이에 빠져 심정지가 상태가 된 생후 33개월 아이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보은한양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CPR)과 약물치료를 받았다. 아이의 맥박이 뛰자 병원 측은 전원을 시도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심정지 환자는 받아도 소생하기 힘들다" "병실이 없다"고 거부했고 아이는 숨졌다.
보은한양병원은 112개 병상을 보유한 보은군 유일의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종합병원은 아니지만 지역의료의 최전선에 있다. 의사 10명, 간호사 22명 등 100명의 직원이 보은군민 3만여명을 책임진다. 하루 외래환자 200~250명을 본다. 정부(지자체 포함)의 응급실·소아청소년과 지원금으로 5억원을 받는다. 이 병원 김형성 총괄본부장은 "병원 문을 연지 10년 동안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대출금 돌려막기로 꾸려간다"고 말한다.

"CT·MRI 정부가 지원을"
가장 큰 애로는 의사·간호사 구인난이다. 의사는 보통 연 6억~7억원을 지급해야 구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CPR 해서 큰 병원으로 보낸다"며 "정부가 CT·MRI 같은 장비와 의사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지역의료 지킴이라는 소명감으로 버틴다. 우리가 없으면 응급 대응도 안 되고, 보은군 주민이 1시간 걸려 대전·청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홍종란 보은군 보건소장은 "보은한양병원이 이번에 최선을 다했더라. 우리 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문을 닫으면 주민이 애를 먹게 된다"며 "시골 의료기관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병원 최대 애로 의사 구인난
"정원 결정권 지자체에 달라"
의대증원 앞장 김영환 지사 호소
일본 지역의사제 시·도가 주도
김영환 충북지사
아이 사망 사고가 지역의료의 민낯을 드러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1일 숨진 아이의 유족을 찾아 위로했다. 김 지사는 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충북대 의대, 건국대 의대 분교 정원을 8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는 게 충북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치과의사인 김 지사는 17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지역의료 혁신에 가장 열성적이다. 그는 "충북의 의대 정원 300명은 도민 생명을 위해 꼭 필요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25일 충북대 의대 교수와 간담회를 열어 이들을 설득했다. 또 카데바(해부용 시신) 부족 걱정이 나오자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지역의료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A : "지역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고 건강에 이상 있을 때 제대로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Q : 충북이 열악한가.
A : "예방 가능 사망률, 신생아 사망률이 광역지자체 중 1위이다. 보은군의 아이도 1~2시간 이내 (추가로) 응급처치를 잘 했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Q : 의대 증원이 필요한 이유는.
A : "(사망한) 아이 할머니가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 환자를 살리고 봐야 하지 않으냐'고 절규하더라. 주민을 위해 의사를 더 확보해야 한다. 의사 집단에 욕 먹어도 할말은 한다."

김영환 지사, 실습용 시신 기증 약속

Q : 교육이 불가능하다는데.
A : "기초의학은 의사가 아니어도 관련 학자가 가르칠 수 있다. 해부용 시신도 기증을 늘리는 등의 해결법이 얼마든지 있다. 건물 건축 지원 등 정원 확대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도민 건강에 직결되는데, 예산을 (거기에 안쓰고) 어디에 쓰겠느냐. 경상국립대처럼 (의무 근무 조건부)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장학금을 지급할 용의가 있다."



김 지사는 "우리도 미국처럼 의대 정원 결정권을 지자체 단체장에게 주면 좋겠다"며 "의사가 늘면 충북의 바이오헬스·신약개발 등에 대거 뛰어들게 유도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창업하면 세금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일본 지역의사 9년 벽지 근무
일본은 지자체가 의료 정책을 주도한다. 기자가 지난해 12월 일본 후생노동성을 방문했을 때 '의사등 의료종사자 근무방식 개혁추진실' 사사키 코우스케 실장은 지자체의 역할을 설명했다. 2018년 법을 개정해 의사 인원 책정, 임상연수병원(우리의 수련병원) 지정, 연수의사 정원 결정권을 광역시도로 이양했다. 광역시도는 의사 편중 현황을 파악해 확보 목표를 정한다. 지역의사회·의대·의료기관 등과 지역의료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여기에서 세부사항을 정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지역의사제(의무 근무제)·지역인재전형 증원 규모를 정한다. 도쿄도의 경우 3개 의대에 25명의 지역의사를 선발한다. 졸업 후 9년 벽지에 근무하며 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 등 네 개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국에서 지역의사제로 양성한 의사의 88%(그 지역 출신은 93%)가 9년 의무 근무 후에도 지역에 남는다.
일본은 전국을 335개 진료권으로 쪼개 의사 수요, 인구 변화, 환자 유출입, 지리 여건, 의사의 성·연령 분포 등 5개 요소를 종합해 의사편재(편중) 지표를 만든다. 지역협의회가 상위 진료권(의사가 많은 곳) 의사를 하위 지역으로 파견하는 것도 결정한다. 일본은 지역의사제와 별도로 한해 정원 107명가량의 자치의과대학을 운영해 지역의사를 양성한다. 전국 47개 광역시도에서 2~3명을 선발해 이 대학에 교육을 위탁한다. 비용은 지자체가 댄다. 도쿄도는 매년 여름방학마다 자치의대생을 모아 연수시킨다. 도교도청 보건의료국 코바야시 요스케 과장은 "연수에서 산간 벽지 의료 중요성을 인식시킨다. 졸업 후 현지 적응을 촉진하고 업무 능력 향상 기법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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