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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뉴스메이커] "두겹 팬티, 항문... 마약 은닉술 상상초월, 촉 아닌 정보로 잡죠"

마약 단속 최일선 관세청 윤상우 조사관
강찬호 논설위원
지금 한국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나라다. 필로폰 1회분이 피자 한 판 값인 2만~3만원까지 내려왔다. 마약사범도 2022년 1만8000명에서 지난해 2만8000명으로 55.5%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마약과의 전쟁’ 최선봉은 관세청 조사관들이다. 2010~13년에 이어 2018년~현재 10년간 500여건을 적발해 450만명 투약분인 250㎏을 압수한 베테랑 조사관 윤상우(52) 인천공항세관 마약 조사 1과 팀장을 만났다.

10년간 450만명분 적발,신변검색권 없어 애로
마약 은닉하는 은밀한 신체 부위, 남녀가 달라
텔레그램 이용 점조직 기승,‘총책’ 추적 난항
처벌 능사 아니나 형량 늘리면 유통감소 분명

테이프 떼자 하얗게 변색된 피부

압수한 대마를 들어보이는 윤상우 조사관. 그는 “지난해 압수된 마약의 83%가 관세청이 적발한 것이나, 조사관들은 신변검색 권한이 없어 애로가 많다”며 “또 마약조직이 이용하는 텔레그램·위챗은 발신자 추적이 불가능해 국제 공조 수사 확대가 절실하다”고 했다. 우상조 기자

Q : 처음 적발한 사례가 기억나시나요.
A : “조사관 2년 차였던 2011년이었죠. 필리핀에서 인천을 거쳐 괌에 가려던 마약 운반범을 국정원 정보로 검거했어요. 탑승 전날 급하게 예약하고, 이전에 입국한 기록이 없는 점에 착안한 거죠. 이후 비슷한 유형의 여행자가 있는지 매일 전산망을 들여다봤는데, 한 달 뒤 똑같은 케이스가 나오더군요. 젊은 남자였는데 필리핀에서 골프백을 들고 입국한 뒤 괌에 가는 환승지였어요. 환승 구역에서 붙잡아 백을 X-레이 찍어보니 골프채 아래에 까만 음영이 발견됐어요. 거기 필로폰 1.7㎏을 은닉한 거죠. (초보 조사관으로 월척을 낚은 것 아닌가요?) 1명당 투약량이 0.03g이니 5만명분을 압수한 셈이죠.”


Q : 가장 기억나는 검거 사례는?
A : “2018년 몸에 필로폰을 숨겨 들어오던 대만인들을 연속해 잡았어요. 그 뒤 대만인들이 딱 끊겼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검거한 대만인들 관련 자료를 분석해보니 우범 대만인들이 인천 대신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김포 입국 대만인들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죠. 역시나 며칠 뒤, 우범 대만인 4명이 김포공항에 입국할 예정이어서 바로 김포로 달려가 4명을 붙잡았죠. 필로폰 10㎏이 적발됐어요. 필로폰 넣은 비닐봉지를 배와 가슴, 허벅지에 감아 1인당 2.5㎏씩 들여오려 한 거죠. 전에도 여러 번 들어온 이들인데 다 무사통과 됐어요. 정보를 분석하고 추적한 덕분에 잡은 거죠”


Q : 마약을 몸에 숨기는 건 원시적 방법 아닌가요.
A : “두꺼운 파카를 입은 데다 테이프를 빡빡하게 감아 겉으로 봐선 몰라요. 테이프 뜯어내면 피부가 하얗게 변색해 있습니다. 피가 안 통해 그런 거죠. 범인들도 ‘살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은밀한 신체 부위에 숨겼다 적발된 경우는요?) 촉이 비상한 요원들은 걸음걸이만 보고도 잡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정보에 의존합니다. 숨기는 부위가 남성은 항문, 여성은 생식기가 많은 편입니다. 한국인이 대부분이죠.”



죄의식 없이 ‘알바’로 마약 나른 20대들


Q : 마약 조사관으로서 일하면서 애로도 있을 텐데요.
A : “국정원·경찰발 정보를 근거로 용의자를 조사했는데 허탕 치고,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면 힘들죠. 10건 중 2건 정도가 그렇습니다. 몸에 마약을 은닉한 정황이 분명해도 신변을 검색할 권한이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도 애로입니다. 이물질을 3초 만에 감지한다는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를 도입했지만 100% 잡아내지는 못해요. 신변 조사 권한을 현실화하도록 법규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거된 이들은 ‘하선’(운반책)이니, ‘상선’(총책)을 잡아야 할 텐데요) 그게 제일 어려워요. 점조직인 데다 텔레그램·위챗으로만 연락하니 상선을 추적할 길이 없어요.”


Q : 가장 큰 실적을 낸 검거 사례는 무엇인가요?
A :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케타민을 500g씩 숨겨 들여온 청년 2명을 검거했죠. 적발량이 34g을 넘었으니 규정대로 검찰에 넘겼는데, 검사가 ‘팀이 여럿인 조직적 범죄 같다’는 거예요. ‘20대 청년들이 한 달에 두세번씩 태국을 드나들며 속옷에 마약을 숨겨 들여오는 패턴이 똑같다. 모르는 사이처럼 여객기 좌석을 띄엄띄엄 예약한다’는 겁니다. 놔두기 아까워 ‘우리가 수사하겠다’고 했더니 검사가 응낙하더군요. 두 달 뒤 방콕에서 1인당 600g씩 케타민을 숨겨 입국한 청년 3명을 검거했어요. 팬티를 두 개 껴입고 그사이에 케타민이 든 봉지를 감췄더군요. 바지가 헐렁한 추리닝이라 겉으론 식별이 안 돼요. 이들은 ‘상선’이 지정한 방콕 호텔에 숙박하며 프런트에 맡겨진 마약을 찾아 입국한 거였어요. 결국 수사 개시 반년만인 지난해 8월 우리가 12명, 검찰이 15명 등 총 27명을 검거했고 케타민 17.2㎏을 적발했죠. 상선인 ‘큰 손’까지 검거했어요.”


Q : 조직을 일망타진한 거군요.
A : “청년들은 강남 클럽 종업원들이었죠. 코인 투자했다가 빚을 진 이들인데 단골 클럽 손님이던 ‘큰 손’이 ‘돈 벌어 빚 갚지 않을래?’라며 유혹한 거죠. 큰 손이 처음엔 운반비로 1000만원 줬다가 500만원으로 내렸는데, 청년들은 그래도 좋다고 운반을 계속하다 덜미를 잡혔죠.”

러시아 권투선수 출신에게 맞을 뻔도


Q : 택배를 가장해서 마약사범을 잡기도 한다면서요.
A : “지난해 베트남에서 들어온 녹차 봉지에서 대마 500g이 X-레이로 적발됐어요. 수취인을 보니 불법 체류 중인 러시아인이더라고요. 집배원을 가장해 그에게 전화해 ‘배송할 곳을 알려달라’고 하니 ‘인천 연수동 러시아인촌 편의점 앞에 둬 달라’고 해요. 편의점 문 앞에 ‘물건’을 두고 저를 포함해 요원 4명이 잠복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러시아인이 벤츠를 몰고 오더군요. 걸어올 줄 알았는데 좀 놀랐죠. 그가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물건을 집는 순간, 저희 4명이 덮쳤습니다. 전직 권투 선수라 저항이 거세 애 좀 먹었죠. 나중에 CCTV를 보니 주먹으로 저를 내려칠 기세였어요.”


Q : 관세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2년째인데요.
A : “적발량이 늘었고 사기도 높습니다. 마약 조사과도 1개에서 3개로 늘었어요. 실적이 인사에 반영되고, 포상 규모도 커졌죠. (포상받았나요?) 태국 케타민 조직 일망타진 건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검찰과 수사를 협력하는 모범을 보였다고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는 표창도 받았어요.”

‘치료용’ 핑계로 급확산


Q : 마약 한 사람들을 보면 어떻습니까?
A : “겉으론 멀쩡해요. 하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살면서 웃다가 울다가 화내다가 합니다. 안타깝죠. 이런 불행한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마약 사범 잡는 일을 60세 정년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경력은요?)1999년 관세청에 들어와 2007년까지 통관 업무를 하다 마약 조사과에 배치됐어요.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 고사했지만, 적발 건수가 늘면서 보람을 느껴, 천직이 됐습니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의 83%가 관세청이 적발한 거예요. 덕분에 국내 필로폰 단가가 급등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보람이 큽니다. 글로벌 수사망도 커졌습니다. 태국·베트남·네덜란드와 협정을 맺어, 우리 조사관들이 그곳 공항에서 합동 수사를 하고 있어요. 이 3개국에서 여행자나 우편물·화물을 통해 국내에 마약이 많이 유입되기 때문이죠.”


Q : 한국은 2015년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고 ‘마약 천국’으로 전락했는데요.
A : “예전엔 마약은 절대악이란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있었죠. 술집·클럽에서 마약이 돌면 바로 신고가 들어왔는데 요즘은 묵인되는 분위기에요. 병원에서 프로포폴 같은 약품을 쉽게 처방해주니 ‘치료용’이란 핑계로 마약이 죄의식 없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코인 투자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청년들이 느는 것도 큰일이고요. 또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져, 전남 낙도에까지 마약이 돌더라고요.”


Q :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나요?
A : “맞습니다. 재활시설 확대 등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죠. 그러나 처벌이 강한 나라일수록 마약 유통이 감소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마약사범을 사형에 처하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이죠. 중국도 예전엔 우리나라에 필로폰을 가장 많이 유입시키는 나라였는데 마약사범을 엄벌하면서 반출량이 급감해 동남아에 지위를 내줬어요.”


Q : 과거 정부가 마약 단속에 소홀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A :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저희는 쭉 열심히 했는데….”



강찬호(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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