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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前대북제재위 조정관 "활동종료 패널 대안, 유엔 밖에서 찾아야"

펜턴-보크 "러, 유엔 감시 성가셔해…패널 연장 기권한 中도 행복해할 것" "北 대량파괴무기 고도화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

[인터뷰] 前대북제재위 조정관 "활동종료 패널 대안, 유엔 밖에서 찾아야"
펜턴-보크 "러, 유엔 감시 성가셔해…패널 연장 기권한 中도 행복해할 것"
"北 대량파괴무기 고도화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

(뉴욕·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지헌 이재림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는 평소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활동을 '성가신 불편'으로 여겼다고 직접 활동에 관여해온 전문가가 폭로했다.
지난 2021년 5월부터 2년 동안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한 영국의 에릭 펜턴-보크 전 조정관은 3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패널 활동을 (자신들의) 국익에 성가신 불편을 끼치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번에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엔 제재를 제거할 순 없었지만, 이 성가신 부분은 없애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펜턴-보크 전 조정관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기권한 중국도 패널 활동을 끔찍하게 여겨온 러시아와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러시아에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중국의 태도도 아울러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 패널만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일한 기구는 아니라면서 싱크탱크의 활동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한 감시가 대북 제재 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주목했다.

다음은 펜턴-보크 전 조정관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 근본적 배경은 뭐라고 생각하나.
▲ (러시아는)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활동이 (자신들의) 국익에 성가신 불편을 끼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제재 체제에 동의하지 않고, 심각한 무기 금수 위반을 포함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정기적으로 폭로하는 감시 메커니즘을 극도로 싫어했다. 러시아는 제재 자체를 제거할 수는 없었지만, (거부권 행사로) 패널 활동의 성가심은 제거할 수 있게 됐다.
-- 이번 결과로 제재 이행과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결국 약화할 것으로 보나.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범죄 중에 CCTV를 파괴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는데, 이에 동의하나.
▲ 황 대사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패널은 (제재 이행에 대한) 중요한 감시 체제였으며, 패널의 활동이 종료됨에 따라 (제재 이행에 대한) 감시 체제가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특히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패널이 제재 회피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을 정기적으로 공개했던 것을 그리워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패널만이 제재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유일한 곳은 아니다. 싱크탱크와 언론 등도 관련 사안을 정기적으로 살펴 발표하거나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패널 활동은) 러시아와 중국 전문가들에 의해 내부에서 점점 약화하고 있었다.

-- 패널의 보고서가 러시아와 중국 전문가들에 의해 '물타기'를 당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는데.
▲ 패널이 내부적으로 훼손되고 유엔의 내부 합의 규칙에 의해 제한받았지만, 그런데도 패널이 유지된다면 제재 체제 유지에는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고 본다. 여전히 제재 (이행 감시) 체제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지지가 있다면, 유엔 시스템 외부에서 패널의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검열이 없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전문가 패널의 활동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엔의 대북 제재 체제와 '1718위원회'는 남아 있다. 대북 제재위원회가 고려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면.
▲ 1718위원회는 안보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유엔 규정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 합의 규정과 거부권이 (어떤 사안이든) 소수의 횡포를 드러내는 동시에 국제 평화와 안보에 이익을 증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나는 패널에 대한 대안이 유엔 내에서는 고려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보고서 세부 내용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했던 중국은 결의안에 기권했다.
▲ 국제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보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패널 활동을 끔찍하게 여겼던 러시아와 공감대를 가져왔다.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끊임없이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현실에선) 북한 제재 회피가 대부분 중국 단체와 개인의 도움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
표결 후 러시아 입장을 지지하는 중국 대사의 발언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은 '단 한 번의 거부권만 있으면 패널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러시아가 (임기 연장 결의안 거부에 따른) 비난의 대부분을 떠안게 된 것을 중국은 행복해하고 있다고 본다.

-- 가장 강력한 제재 체제에서도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기존의 대북 제재가 효과가 없으며, 다른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 북한이 유엔 제재 체제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고도화한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성공한 것은, 제재 자체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거나 패널이 모니터링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무역 동반자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재가 집행되지 않으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 향후 대북 제재가 더 약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 최근 런던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RUSI'는 러시아 항구에 석유 제품을 적재한 북한 유조선을 보여주는, 흥미롭고 잘 입증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유조선 중 일부는 이미 유엔 결정으로 어떤 항구에도 기항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해당 유조선에 석유를 실었다는 것은, 러시아가 현재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체제를 경멸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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