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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살아났지만, 내수는 ‘찬물’…‘U’자 경기회복 그림자

지난 5일 서울 중구 명동 쇼핑 거리. 연합뉴스
산업 상황판에 볕이 드나 싶더니, 내수(국내 소비)가 찬물을 끼얹었다. 내수 침체 영향으로 올해 경제가 ‘U’자형으로 느리게 회복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15.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1.3% 올랐다. 산업 생산은 지난해 11월 0.3%로 반등한 뒤 12월(0.4%)과 2024년 1월(0.4%), 2월(1.3%)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수출의 20%를 차지해 한국 경제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지난 1월 8.2% 감소한 반도체 생산이 지난달 4.8% 늘며 반등했다. 기계장비(10.3%), 전자부품(12.5%) 생산도 늘었다. 덕분에 광공업 생산이 3.1% 늘며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도 10.3% 늘었다. 2014년 11월(12.7%) 이래 9년 3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재고율(재고량/출하량)은 110.1%로 1.4%포인트 하락했다.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추는 재고 부담을 다소 덜었다는 얘기다.
김영옥 기자



‘대한민국 공장’을 돌리는 3대 축은 생산·투자·소비다. 생산·투자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지만, 내수 지표는 아직 겨울이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3.1% 줄었다.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非)내구재 소비가 4.8%, 통신기기·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3.2% 각각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흐름인데 소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비교 대상인 1월에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신제품을 출시해 소비가 늘었던 기저효과(base effect)도 일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수출이 부진했던 지난해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내수(민간 소비)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만큼 내수를 살려야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내수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성장기여도)가 낮다. 한은에 따르면 전기 대비 GDP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 0.3%→2분기 0.6%→3분기 0.6%→4분기 0.6%를 기록할 동안,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3%포인트→2분기 -0.1%포인트→3분기 0.1%포인트→4분기 -0.4%포인트에 그쳤다. 내수가 다른 항목의 성장을 갉아먹었다는 의미다.

고금리 추세에 최근 물가가 다시 들썩이며 소비 둔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97.3에서 올해 2월 101.9까지 오르다 이달 들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최근 올해 민간 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경기 회복 기대감 속 수출·내수 경기 양극화’ 보고서에서 “지난해 실질임금이 감소(-1.1%)하는 등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 회복이 기대보다 미약할 수 있다”며 “경기가 ‘V’자형으로 빠르게 회복하기보다 ‘U’자형으로 느리게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수출 호조가 내수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얼마나 살릴지가 경기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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