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이 한기 뭐꼬" "우짜것노 그래도 2번" 요동치는 부산 민심 [총선 D-12]
4ㆍ10 총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1990년 3당(민주정의당ㆍ통일민주당ㆍ신민주공화당) 합당 이후 보수 텃밭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이 과거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참패했던 지난 총선 때도 부산 전체 18석 중 15석을 얻으며 선방했다.그러나 지금은 지역 선대위에서조차 “자칫 부산의 절반을 야권에 내줄 수 있다”(국민의힘 부산 후보)는 말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이런 보수층의 위기감이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져 “결국엔 개표함을 열어 봐야 한다”는 관측도 여야 모두에서 나온다.
연제구 연산로터리를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 윤우철(52)씨는 “종북 타령 좀 고만 하입시다. 당장 묵고 살기가 어렵십니더”라고 말했다.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하루 수십명의 손님과 부대끼는데, 정부ㆍ여당에 좋은 소리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더”라고 말했다.
사하구 괴정역 인근에서 떡볶이를 파는 오시목(56)씨는 “코로나 끝나고 경기가 더 안 좋아졌다”며 “서민은 배곯는데 정부가 뭘 하겠다는 건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그는 “이번 총선은 기권하겠다”고 했다. 남구 대연동 못골시장에서 54년 장사했다는 80대 전파상은 “내는 이재맹이가 100만원(4인가구 기준 민생지원금) 준다는 것만 귀에 들어오대”라고 했다.
사상구 학장동에 사는 김모(70)씨는 “의대 증원 문제가 처음엔 맹분(명분)이 있었다”면서도 “정원을 조금씩 늘려가면 안 됐나. 왜 꼭 힘으로 밀어붙여 이 사달을 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북구 수정역 인근 떡집에서 일하는 채영호(36)씨는 “의사는 검사만큼 안 똑똑하나. 대통령이 아마 처음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 화명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국형(54)씨는 “수사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보내면서 국민의힘 기세가 꺾였다”며 “한동훈이 오면서 그나마 좀 살아났는데, 대통령이 한동훈이 크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연지동의 문채원(64)씨는 “이종섭씨는 한국에 들어와서 집에서 쉬는기가, 휴가를 낸기가”라고 비꼬았다.
여권을 비판하면서도 “우짜것노, 그래도 2번 찍어야지”라고 말한 사람도 적잖았다. 사상구에서 만난 전순득(52)씨는 “이재맹이나 조국 같이 감옥에 있을 사람들은 당선돼도 잡히갈거 아이가”라며 “분위기 안 좋을 때 보수 지지자들이 더 뭉쳐야 한다”고 했다. 부산진구 초읍동에서 만난 김재경(63)씨는 “아무리 그래도 민주당엔 손이 안 간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부산의 지배정당이다 보니 유권자의 판단 기준도 '여권이 잘하냐 못 하냐'인 분위기가 강했다. 스스로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김종환(62)씨는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받은 걸 두고 대통령이 ‘매정하지 못해 받았다’는 취지로 말한 걸 보고 등을 돌릿다. 뇌물 안 받는 공무원 아내들은 다 승질이 더러버서 안받는기가”라며 “이번엔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정당 투표는 조국혁신당을 찍겠다”고 했다.
민주당 개별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사람도 있었다. 북구 덕천동에 사는 박미정(68)씨는 “민주당이 싫지만, 지역에서 일을 많이 한 전재수(북갑)는 뽑겠다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정성윤(51)씨는 “민주당 현역인 전재수나 박재호, 최인호 의원은 몇번을 떨어지면서도 부산에서 버텨서 당선된 사람들”이라며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부산 각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후보로 나선 북갑·사하갑·남 등 세 개 지역구 외에도 낙동강 벨트인 북을·강서·사상에서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하거나 접전 양상이다. 부산에서도 보수세가 강했던 해운대갑·부산진갑·기장 등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역시 보수세가 강한 연제에선 야권 단일 후보가 된 진보당(통합진보당 후신)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수영에선 장예찬 후보가 국민의힘 공천 취소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게 변수다.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와 보수표를 나눠 가져 유동철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 심판 구도를 깨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번 총선에서 북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5선 서병수 의원은 26일 자신의 SNS에 “국민의 꾸지람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민심과 엇나갈 때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낙관론 경계가 최우선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7일 “지난 총선 때 막판 역결집이 일어나며 부산 전체 선거가 일주일 새 급변했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삐끗하거나 교만해지면 아주 최악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총선 지역 여론조사는 표본이 적어 부정확할 때가 많다”며 “지난 총선 때도 막판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 달리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고 말했다.
김기정.김정재(kim.kijeong@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