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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피부로 만든 '하버드 책'…책 속에서 발견된 메모 섬뜩

프랑스인 아르센 우세가 1879년에 쓴 『영혼의 운명에 대하여(Des Destinees de L’Ame)』. 책을 선물받은 프랑스 의사 루도빅 불랑은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피부로 책 표지를 만들었다. 사진 NYT

하버드대학교가 사람의 피부로 만든 책을 약 90년간 소장 및 전시한 데 대해 사과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는 27일(현지시간) 호튼 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19세기 책 표지에서 인피(人皮)를 걷어냈으며 정중한 처분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책은 프랑스인 아르센 우세가 1879년에 쓴 『영혼의 운명에 대하여(Des Destinées de L’Ame)』다. 1934년 하버드대에 기증됐을 때부터 이 책에는 여성의 등에서 떼어낸 피부로 표지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끼워져 있었다. 손으로 쓴 메모에는 “인간의 영혼에 관한 책은 인간의 피부로 감싸야 마땅하다”고 쓰여 있었다.

때문에 이 책은 수십년간 학생들의 입방아에 올랐으며 하버드가 소장한 2000만여권의 장서 중 가장 논란거리였다. 지난 2014년, 연구진은 단백질을 식별하는 펩타이드 질량 지문 추적법(PMF)을 활용해 이 책 표지가 양이나 소가 아닌 인간의 피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지난 27일, 하버드대는 성명을 내고 “유해에 대한 존중 어린 마지막 처분”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이 책의 첫 소유자는 프랑스 의사 루도빅 불랑으로, 그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사망한 여성 환자의 피부를 이용해 동의 없이 책을 엮었다.

프랑스인 아젠느 우세가 1879년에 쓴 『영혼의 운명에 대하여(Des Destinees de L’Ame)』. 현재 하버드도서관은 이 책에서 피부를 제거해 보관 중이며 고인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하버드대는 “신중한 연구와 이해 관계자들의 논의 끝에, 책의 출처와 이력을 둘러싼 여러 윤리적인 특성 때문에 이 책에 사용된 유해는 더이상 하버드 도서관 소장품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현재 피부가 사용된 여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며, 유해의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프랑스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아울러 하버드대는 “이 책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과거의 실패를 인정한다. 이는 책에 그 유해가 사용된 인간의 존엄성을 대상화하고 손상시켰다”며 “이런 행동으로 인해 악영향을 받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대학 측은 지난 2014년 책 표지가 인피(人皮)임을 발표하면서 선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어조를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당시 대학은 테스트 결과를 알리면서 “이는 인피 제본 팬(fans)들이나 서적광들, 식인주의자들에게 굿 뉴스”라고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교는 성명을 내고 인간의 피부를 사용한 책을 전시 및 보관했던 데 대해 사과했다. 사진 하버드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이번 성명은 하버드대가 지난 3년간 소장품 중 노예제·식민주의의 산물을 가려내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시행한 가운데 나왔다. 지난 2022년 로렌스 바카우 전 하버드 총장은 조사를 시작하며 낸 성명에서 “고인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보다 학문적 성취를 우선시하는” 관행에 대해 사과했다.

2022년 하버드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버드 소장품에서는 해골, 머리카락, 뼛조각, 치아 등 2만여 점의 인간 유골이 확인됐다. 이 중에는 6500명의 북미 원주민 유해, 노예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흑인 유해 19점 등이 포함됐다.




최서인(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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