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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원 쿠폰 뿌리며, 초저가 쥐어짠다…알리보다 무서운 '테무'

테무의 슬로건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다. 아무리 많이 구매해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의미다. 테무 공식홈페이지
“잭팟! 최고의 경품입니다”

중국 이커머스 앱 테무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잭팟과 축하, 행운,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테무 신규가입자에 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룰렛 경품 이벤트 얘기다. 100% 당첨 확률로 26만원, 5만원, 2만원, 1번 더 참여 등 4개 중 1개에서 룰렛 바늘이 멈춘다. 지난 21일 기자가 이 룰렛 이벤트에 참여했더니 가장 큰 액수인 ‘26만원 쿠폰’이 나왔다. 그래도 구매를 주저했더니 10분 안에 사면 ‘39만원으로 할인 쿠폰 액수를 올려주겠다’는 메시지로 구매를 재촉했다.

테무 앱을 설치하면 룰렛 게임으로 고객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테무 앱 캡쳐
테무는 모바일 쇼핑에 게임성을 접목해 소비자를 붙들고, 끈질긴 추천으로 몇 백원짜리 초저가 상품들로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도록 유도한다. 2022년 9월 미국에서 먼저 시작한 테무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억4000만 건 설치돼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쇼핑 앱 1위에 올랐다(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26일 기준 테무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까지 상륙하며 54개국으로 영토를 넓혔다. 테무의 모기업인 중국 핀둬둬는 지난 20일 전년 대비 90% 증가한 348억 달러(약 46조원) 매출, 영업이익만 11조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박경민 기자
지난해 7월 진출한 한국 시장에서도 테무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3월 17일까지 주 1회 이상 테무에 접속한 이용자 수는 237만3000명에서 370만명으로 56%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주간 사용자 수는 440만명에서 503만명으로 14% 늘었다. 2월 셋째 주엔 테무 접속자 수가 520만명까지 치솟았다. 2018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에 비해, 테무는 이제 7개월 된 ‘걸음마 단계’란 점을 고려하면 테무의 확장세가 더 거세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테무는 유럽과 아시아에 먼저 자리 잡은 알리를 피해 미국을 공략한 후발 주자지만 알리가 10년 이상 걸려 이룬 성과를 채 단 2년 만에 추월할 기세”라고 말했다.



공장-소비자 바로 연결…가격도 테무가 정한다
테무의 초저가 비결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제조공장과 소비자 사이 중간상을 없앤 직거래 방식, 두번째는 테무가 판매가를 정하는 정책이다. 우선 제조 공장에서 A 상품을 테무 창고로 보내면, 테무는 이를 보관·판매·해외 배송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중간 마진을 붙이는 유통 과정이 전혀 없다. 이 과정에서 테무는 창고 보관 비용도 최소화했다. 테무 앱에서 실제 팔린 수량만큼만 판매자에게 대금을 쳐준다고 한다. 안 팔리고 남은 재고는 고스란히 제조·판매자가 수거해 가야 하는 식이다. 반면, 물건을 직매입하는 쿠팡은 직접 재고 관리를 한다.

게다가, 테무는 최저가 입찰 경쟁으로 입점사를 쥐어 짠다. 테무의 가격 정책을 소개한 중국 매체(36kr)나 외신을 종합하면 테무에 입점하는 판매자는 알리바바의 도매사이트인 ‘1688닷컴’보다 저렴하게 값을 제시해야 하고, 입점 뒤에도 같은 제품 공급자가 나타나면 입찰 경쟁을 거쳐 더 싼 제품만 테무에 노출된다. 중간 상인을 없앤 대신 공급망 경쟁을 유도하는 것. 판매자는 테무에 입점하기 위해 초저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테무의 초저가는 물건이 넘쳐 문제인 중국 내에서 공급 업체가 없어질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통 업계 "대다수 타격 불가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시민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테무가 국내 유통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빠르게는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다 파는 온라인 소매상부터 도매상, 비식품 업체들 순으로 대부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소매업 신규 창업은 전년 대비 0.5% 감소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두 자릿수 성장이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320개 중소기업 중 15%는 테무·알리 등 C커머스로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저가 상품 위주 다이소부터 신선식품과 공산품을 함께 파는 쿠팡까지, 시간 문제일 뿐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아마존은 테무에 대응해 가격을 내리고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미국의 다이소 격인 미국 ‘달러트리’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테무나 알리의 등장이 소비자 이익을 높일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올 때도 가구 업체가 도산한다고 난리였지만 국내 가구 업체도 합리적으로 가격을 낮추며 살 길을 찾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질 좋은 가구를 선택할 폭이 넓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테무가 넘볼 수 없는 강점을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배송이다. 마종수 교수는 “직구 특성상 통관에 시간이 걸리고, 물량이 늘수록 배송일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빠른 배송의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쿠팡은 향후 3년 내에 주문 다음날(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로켓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7일 내놨다. 쿠팡의 강점인 빠른 배송으로 중국 커머스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마 교수는 또 “테무에 없는 신선식품을 포함하는 등의 ‘원스톱 쇼핑’도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커머스 앱이 소비자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테무의 약점은 품질과 가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 문제”라며 “국내 업체는 품질과 고객 서비스 높이는 방향이 먼저고, 가격경쟁력은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인 대신 상품의 품질이 지나치게 떨어지고, 가품 통로에 그친다면 오래 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수정(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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