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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청주로"…복덕방도 고개젓는다, 이런 '허풍공약' 665개 [지역후보 508명 공약 분석]

이연희(청주 흥덕·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22일 청주 복대동 거리에서 '청와대 이전' 공약 팻말을 건 채 유세하고 있다. 후보 제공
4·10 총선에 출마한 이연희(청주 흥덕·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호 공약은 ‘청와대 청주 이전’이다.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22일 그를 만난 청주 복대동 선거사무소에는 ‘청주에는 청와대, 흥덕에는 이연희’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 공약을 달성하려면 여러 전제를 풀어야 한다.

이 후보는 “총선은 물론이고 3년 뒤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을 대통령 집무실로 쓸 수 없다”며 “기존 청와대로 다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새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청와대 청주 이전을 공론화하고, 개헌을 통해 공약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왜 청주냐”는 질문에 대해 이 후보는 “청주공항이 인근에 있어 외국 정상이 드나들기 쉽고, KTX(오송역)를 통해 정부세종청사에 접근하기 편하다”며 “미호강을 사이에 두고 세종과 인접한 병마산 인근이 풍수지리상 명당”이라고 말했다. 병마산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A씨는 “청와대가 들어오면 좋겠지만, 꿈 같은 얘기”라며 “선거에서 이기려고 낸 공약인 줄 알지만 듣기 좋은 얘기라 넘어간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선거에서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게 공약이다. 하지만 지역구 공약을 보면 청와대 이전처럼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후보자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부실 ‘공약(空約)’을 남발해서다. 중앙일보가 26일 현재까지 지역구 254곳에 출마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제3지대’ 신당 주요 후보자 508명이 유세 과정에서 밝힌 공약을 분석한 결과다. 정치권의 공약 이행을 평가하는 시민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조언을 받아 ▶국회의원의 권한(입법권)으로 추진하기 어려우면서 ▶목표와 이행 방안의 구체성 ▶재원 조달 방안 ▶공약 달성 기한을 밝히지 못한 공약 665개를 부실 공약으로 분류했다.



부실 공약 유형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개통)이나 지하철역 신설 등 목표 달성을 기약하기 어려운 교통 공약(249개·37.4%)이 가장 많았다. 경로당 무상 급식, 어르신 수당 추가 지급 등 막대한 재원이 드는데 재원 마련 계획은 부실한 복지 공약(173개·26.0%)이 뒤를 이었다. 이어 대기업·대학·쇼핑몰 유치 등 대상 기관의 의지가 결정적인 경제 공약(125개·18.8%), 행정구역 개편 등 도시 정비 공약(95개·14.3%), 청와대 청주 이전 등 기타 공약(23개·3.5%) 순이었다.

정당 공약이 저출산 대응과 노인 복지, 기후 변화 대응 같은 ‘거대 담론’ 이라면, 지역구 후보 공약은 교통·복지·일자리 등 생활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춘 ‘풀뿌리 담론’에 가깝다. 유권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경제 발전의 핵심이 지역구 공약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당 공약보다 부실한 지역구 공약은 한국 정치의 고질(痼疾)이다. 선거 문화 개선 시민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최근 21대 총선 당시 지역구 후보자가 낸 공약을 분석한 결과 이행률이 51.8%에 불과했다.

김형준 배재대(정치학) 석좌교수는 “정당 차원의 총선 공약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촘촘하고 선거 이후에도 꾸준히 검증을 받지만, 지역구 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권자는 지역구 공약에 (정당 공약보다) 둔감하고, 후보자는 그 틈을 노려 선심성 공약을 쏟아낸다”고 지적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부실한 지역구 공약은 실현되더라도 향후 재정에 부담을 주고,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지역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구 공약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김민중.이아미(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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