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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온몸으로 읽다

요즘 저는 법화경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법화경을 공부하면서 배울 게 참 많다는 생각을 하고, 동시에 배울 게 많아서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는 게 많아지면 모르는 게 많아진다는 말은 탁월한 진실의 언어입니다.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즐겁습니다. 종교를 넘나드는 독서는 큰 즐거움을 줍니다. 여러 종교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책에서 법화경 독송에 관한 부분을 보면서 읽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어교육을 강의하는 사람이어서 읽기 교육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지 늘 고민입니다. 이 책은 읽기에 대한 제 눈을 밝혀주었습니다.  
 
법화경을 읽다(카마타 시게오 지음)라는 책에서는 읽기의 종류를 네 가지로 나누어 놓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목독(目讀)입니다. 즉, 눈으로만 읽는 겁니다. 요즘 우리의 읽기는 거의 다 목독입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본 경험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할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지금도 교실에서 학생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소리 내어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모두 책을 속으로 읽습니다. 눈으로만 읽으면, 시각으로 감각이 한정되어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끔이라도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두 번째 읽기 방법은 낭독(朗讀) 즉, 음독(音讀)입니다. 책에서는 입으로만 읽는 것이라 소개되어 있습니다. 즉, 소리를 내어서 읽는 것입니다. 주로 시 읽기에 사용되는 읽기 방법입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러한 읽기 방법을 부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입으로 읽는 것이 건성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읽는 모습에 진심이 담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입으로만, 말로만 읽는 겁니다.
 
세 번째 읽기 방법으로 심독(心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독을 잘못 이해하면 마음속으로 읽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전에서도 묵독(默讀)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심독은 소리를 내서 읽되, 마음을 다하여 읽으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게 전체 논리에 맞습니다. 물론 경지에 오른 사람이 마음으로 읽는다면 소리를 낼 필요도 없어질 수는 있겠습니다. 아무튼 심독은 온 마음을 다하여 읽는 것입니다.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책이나 철학책의 경우라면 더욱 심독을 하여야 할 겁니다.
 


이 책에서는 읽기의 방법으로 소개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심독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하나를 덧붙이고 있는 겁니다. 바로 색독(色讀)입니다. 여기에서 색의 의미가 어렵습니다. 색독은 다른 말로 하자면 체독(體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색독에 대한 설명에도 몸[體]으로 읽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몸으로 읽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어떻게 읽어야 몸으로 읽는 것일까요? 저는 이 부분이 한참 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독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온 마음으로 읽는 것과 온몸으로 읽는 것은 한 쌍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몸으로 읽는다는 것은 몸으로 실행한다는 의미라는 것이었습니다. 색독의 핵심은 실천에 있다는 겁니다. 색독이야말로 종교적인 읽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 내어 읽고, 마음 깊이 이해하였다고 하여도 실천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법화경을 대승불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겁니다. 법화경은 심독하고, 색독해야 합니다. 어쩌면 모든 종교의 경전은 색독하고, 체독해야 할 겁니다. 온몸으로 책을 읽었다는 말은 읽은 바를 실천하고 있다는 말, 깨달음과 삶이 둘이 아니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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