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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개밥바라기별

박종진

박종진

지난주 보이저호와 연락이 끊겼다고 말씀 드린 것은 2호가 아니고 1호다. 지난 5개월 동안 내장 컴퓨터의 이상으로 통신에 문제가 생겨서 영영 우주 미아가 된 줄 알았던 보이저 1호와 다시 교신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린다.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는 물론 태양이다. 그 다음은 달이고 세 번째로 밝은 천체가 바로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인데 순 우리말로 개밥바라기별이라고 한다. 새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은 계명성이라고도 부르고 초저녁 하늘에 보이는 금성은 태백성이라고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금성이 새벽에 보일 때는 샛별이라고 했고, 온종일 뛰놀던 강아지가 해 질 무렵 배가 고파서 밥을 기다릴 때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보인다고 해서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굳이 따지자면 별도 아닌데 별의별 이름이 다 붙었다.
 
금성은 그 크기나 질량이 지구와 아주 비슷해서 지구와 쌍둥이 행성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자전 속도가 아주 느려서 지구가 117번 자전하는 동안 딱 한 번 자전한다. 다시 말해서 금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약 4개월 걸린다.  
 
자전 속도가 그렇게 느리다 보니 금성은 자전이 끝나기도 전에 한 번 공전하기 때문에 금성의 하루는 금성의 1년보다 더 길다. 게다가 금성의 자전 방향은 지구를 포함한 다른 행성과 달리 거꾸로이므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며, 금성의 축은 지구의 지축이 기운 반대 방향으로 아주 조금 기울어져 있다.
 
19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금성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서 당시 구소련이 보낸 탐사선이 금성 표면이 섭씨 약 30°를 오르내릴 것으로 추측했으며 미국 과학자들도 그곳 기후가 플로리다 주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탐사선이 계속해서 보낸 정보에 따르면 금성의 표면 온도는 섭씨 500°에 이르고 기압이 너무 높고 폭풍이 심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금성의 대기는 거의 이산화탄소여서 그로 인한 온실효과 때문에 그렇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만약 금성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을 지구 정도로 줄이면 온실효과는 그만큼 떨어질 것이고 표면 온도는 대략 섭씨 50°쯤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 정도면 우리 인간을 포함해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수준이지만, 표면 온도 말고도 해로운 방사선을 막아주는 자기장도 있어야 하고, 호흡 가능한 공기와 충분한 물도 필요하므로 인간이 이주하여 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초창기 우주 탐사는 구소련이 미국을 앞지르고 있었다. 금성도 구소련의 우주선이 먼저 도착했지만, 표면의 높은 기압과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바로 망가졌다. 결국, 13번째 도전한 탐사선이 금성 표면에서 두 시간을 버티며 컬러 사진을 지구로 보내고 생을 마쳤다. 금성은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건질 것이 없어서인지 미국은 금성 탐사에 소극적이었는데 앞으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공조해서 금성 탐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태양계의 여덟 행성 중 지구와 가장 가깝고 중력 등 물리적인 성질이 비슷한 금성이어서 미래 어느 날 금성의 지구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라진 물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 또 자기장을 강하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칼 세이건에 의해서 테라포밍(행성의 지구화)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현재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아직은 요원하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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