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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발묶인 항공기 400대…'수조원대' 보험금 공방

우크라전 이후 서방 항공기 사실상 억류…13조원 상당 임대업체 보험금 청구…보험사 "지불 책임 없어"

러시아에 발묶인 항공기 400대…'수조원대' 보험금 공방
우크라전 이후 서방 항공기 사실상 억류…13조원 상당
임대업체 보험금 청구…보험사 "지불 책임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억류된 외국 항공기 수백대를 두고 리스업체와 보험사들이 수조원대 '보험금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억류된 해외 리스업체 소유의 항공기 수는 400여대로, 약 10억달러(한화 약 13조원) 어치로 추정된다.
이 항공기들은 2년 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대러 제재 차원에서 항공기 리스업체들에 러시아 항공사와 계약을 파기하도록 하자 이에 반발한 러시아 당국이 돌려주지 않고 자국 내에 억류해둔 것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항공기 총 500대 이상을 러시아 항공사에 빌려주고 있던 해외 리스업체들은 이를 회수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러시아에 사실상 이를 빼앗긴 상태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 이 항공기의 등록지를 러시아로 옮기고 국내 노선이나 우호국 간의 운항에만 투입하고 있다.

수조원대의 손해를 보게 된 항공기 리스업체들은 보험금을 청구하고 나섰으나 보험사들은 해당 항공기들이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수년째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상업용 여객기의 절반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 리스업체는 보통 항공기를 빌려줄 때 항공사에 직접 현지 보험사에 보험을 들도록 요구하며, 이들 현지 보험사는 다시 외국계 재보험사에 가입해 위험 일부를 부담하게 한다.
리스업체 자체적으로도 전쟁 등 다른 위험 요소에 대비하기 위해 별도의 보험을 들기도 한다.
이들 업체들은 수년째 자신들의 항공기가 러시아에 억류당하자 이에 대해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처브, 스위스 리 등 서방의 대형 보험사 및 러시아 현지 보험사들에 보험금을 청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리스업체들이 항공기를 회수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 간의 '대리전'에 가까워 사실상 전시 상황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사항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 보험사 처브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리스업체들이 "2022년 2월 24일 전후로 러시아에서 자신들의 자산을 회수해 올 기회가 있었다"며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이들 업체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자산을 포기한 것"이고 따라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해당 항공기들이 소유주에게 반환될 여지가 전혀 없는지, 또 러시아 항공사들에 의해 도난당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혹은 러시아 국가에 의해 압류된 것인지 등 항공기의 법적 상태를 두고도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2년 가까이 소유주의 손을 떠난 항공기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기능이 훼손돼 값어치가 떨어졌을 가능성도 커 이에 대한 적절한 보험금 액수에 대한 합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현지 보험사들은 리스업체들에 항공기 가격보다 다소 낮은 액수의 합의금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항공기 리스업체 에어캡은 최근 러시아에 억류된 항공기 113대 중 67대에 대해 러시아 보험사로부터 책정된 보험금의 70%에 해당하는 13억달러(약 1조 7천420억원)를 받는 것에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이 기회에 싼 가격으로 항공기를 매입하고자 보험사를 통해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 리스업체들은 이러한 합의금 제안을 거절했으며, 에어캡 역시 서방 보험사들에는 여전히 22억달러(약 2조9천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보험금 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항공기 리스업체인 칼라일 항공 파트너스의 법률 대리인 측은 지난 달 미 연방보험청(FIO)에 제출한 서류에서 보험사들이 보험금 액수를 깎고자 시간을 끌고 있다며 이들의 보험금 지급 능력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isef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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