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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빌린 돈과 받은 돈의 차이

손헌수

손헌수

애틀란타에 얼터맨(Alterman Foods)이라는 식품도매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57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었고, 각 자회사들은 슈퍼마켓을 소유하고 있었다. 슈퍼마켓은 각각 매니저들을 두고 따로 영업을 했다. 하지만 모회사인 얼터맨이 모든 매장의 매출과 장부정리 등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모회사는 또한 자회사들을 대신해서 모든 물품의 구매를 직접 대행하고 보관했고, 자회사들에 운송해주었다. 또한 모회사는 모든 매장들의 공사와, 광고도 일괄적으로 했다. 모회사는 모든 매장들의 보험도 들고, 각 매장직원들의 급여도 관리하는 등 총괄적인 관리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모회사는 각각의 자회사들로부터 돈을 미리 각출 받아서 보관하고 있었다. 자회사들로부터 먼저 일정한 돈을 받아서 각종 공동 경비를 지출하고, 잔액이 줄어들면 다시 추가로 받는 식이다. 어떤 자회사는 이익이 나지 않아 모회사가 자기 돈을 먼저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회사들의 경영상태가 점점 나아지자,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미리 받아 두는 돈은 점점 증가한다. 모회사는 이 돈을 장부상으로는 빌린 돈으로 처리를 해왔다. 자회사 장부에도 빌려준 돈으로 기입한다.
 
하지만 IRS는 이 돈이 자회사가 모회사에 준 배당금이라고 보고 모회사에 세금을 부과한다. 이 돈이 차입금이었다면 모회사 입장에서는 다시 갚아야 하는 돈이니 수익도 아니고 세금도 안 낸다. 하지만 배당금이라면, 모회사는 수익으로 보고하고 세금도 내야만 했다.        
 
법원과 IRS가 차입금인지 배당금인지를 구분하는데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빌려준 쪽에서 그 돈을 다시 ‘돌려 받을 의도’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증거들을 봐야만 한다. 빌려주는 금액의 한도가 명시되어 있는지, 만기일이 있는지, 이자가 정해져 있는지, 담보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얼터맨 그룹의 자회사들은 모회사에 돈을 보내주면서 빌려준 돈을 어떻게 다시 받을까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금액의 한도도, 만기일도 없었다. 이자도 없었고 담보도 없었다. 또한 자회사들은 많은 이익이 났음에도 모회사에 별다른 배당금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여러 가지 사항들을 모두 판단해서 법원은 얼터맨이 차입금이라고 주장한 자금을 배당금이라고 판단하고 세금을 부과한 IRS의 손을 들어 준다.
 
얼터맨이 만일 자회사들과 세금보고를 통합해서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연결해서 함께 통합세금보고를 했다면 자회사와 모회사 간에 서로 주고받은 거래들은 별도로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회사 안에 그냥 남아있는 돈이니까 말이다. 얼터맨의 변호사들은 자회사들의 이익이 충분하지 않아서 배당금을 줄 여력이 없었다는 논리로 맞섰지만 재판에서 패했다.  
 
부모 자식 간에 돈 거래를 빌려준 것으로 처리해야 하는 지, 증여로 처리해야 하는지 많은 분들이 묻는다. 모든 경우를 가로 지르는 언제나 유효한 단 하나의 해답은 없다. 그리고 실제로 다시 돌려받을 돈이라면 차입금이고, 받을 의사가 없다면 증여가 맞다.  
 
하지만 이런 구분이 모호하다면, 한국과 같이 증여세나 상속세율이 높은 곳에서는 가족 간의 거래라도 차입금이 유리하다. 반면에 미국과 같이 증여세나 상속세가 높지 않고 세금이 낮거나 없는 곳에서는 증여로 처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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