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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삼각화와 바운더리

A형, B형, O형, AB형 넷이서 밥을 먹고 있다. AB형이 갑자기 식당을 뛰쳐나간다. A형, 나 때문인가 하며 울기 시작한다. B형, 상관없이 계속 밥을 먹는다. O형은? 곧바로 AB형을 따라 나간다. 지난 칼럼에 나눈 혈액형에 대한 우스갯소리였다. 거기서 나의 마지막 질문, O형은 왜 뛰쳐나간 AB형을 즉시 따라 나갔을까는, 삼각화(Triangulation)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O형 스타일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삼각화(Triangulation)라는 심리학 용어는 원래 가족상담치료에서 나온 개념이다. 예를 들어, 모든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갈등이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것을 당사자인 부부간에 해결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보니, 대신에 자기편이 될 듯한 자녀 혹은 부모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위안을 받으려 한다. 혹은 일밖에 모르는 남편의 일 중독을 남편과 직접 해결하는 대신, 자녀에게만 온갖 정성을 기울이다 나중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즉, 두 사람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가족 멤버를 끌어들여 갈등을 우회시키는, 가족관계에서 아주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 경우, 부부 사이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자기편을 들어줄 것 같아 선택된 마음 약한 자녀는 희생양(scapegoat)이 되어 많이 불안하고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한쪽 부모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집안에서 영웅(Hero), 귀염둥이(Mascot/Cheerleader) 역할에다 때로는 부모의 부모나 대리 배우자 역할까지 하려고 노력하다 힘들어진다. 결국 문제아가 되어 부모의 주의를 환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감정의 부담들은 자녀들의 분화와 감정발달에 큰 장애가 된다.  
 
삼각화(Triangulation)는 가족 아닌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볼 수 있다. A, B, C 삼총사, 포에버 베프다. 그런데 어느 날 A와 B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어떻게 A가, B가 그럴 수 있어! 서로 말하기도 싫어진다. 그러면서 A와 B는 항상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의리형 인간, 아마도 O형 스타일인 C에게 의지한다. A는 A대로, B는 B대로 쏟아내는 힘든 이야기들을, C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묵묵히 받아낸다. 중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체한다. 아프다. 화병이 난다. 중재 노력은 반대 방향으로 튀기 일쑤다. 차라리 울고불고하더라도 A와 B 둘이 서로 갈등을 해결하도록 빠져주는 것이 낫다. 그것이 탈삼각화의 길이다.
 


아무리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다 힘들어지지 말고, 힘들 때는 뚜껑을 닫으라고 해도 못 하는 것은 바운더리 문제다. 요즘 금요 독서모임에서 Henry Cloud와 John Townsend 박사님의 저서 ‘Boundaries’를 읽고 있다. 착한 사람들, 그래서 바운더리 세우기에 실패하고 늘 남만 배려하다 힘들어지는 O형 스타일들이 우리 북클럽에 많았던 것 같다. 이들이 자신의 바운더리 문제를 깨닫고 나날이 해방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모두 가족, 친구, 직장동료, 일 등 영역에서 얼마나 바운더리 문제가 있었는지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예스만 하다가 화병 걸리지 말고 나를 지키는 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야 남도 도와줄 수 있다. 산소마스크도 내가 먼저 끼는 게 순서다. 이번 주 모임에서는, 한 주 동안 No를 몇 번 할 수 있었는지 나눠보아야겠다. (counselingsunflower@gmail.com)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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