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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겸선(兼善)하다는 말

비슷한 부류의 단어이지만 어떤 단어는 왠지 더 많이 쓰이고, 어떤 단어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습니다. 참 묘한 일입니다. 단어의 선택에도 언중의 선호도가 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독선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는 편이지만, 겸선이라는 단어는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오늘 글에서는 겸선이라는 단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겸선하다’라는 말을 자주 쓸 것을 권합니다.
 
저는 독선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경계를 합니다. 독선이라는 말은 내가 착한 것이 아니라 나만이 착하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착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나라도 착하니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나만이 옳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악으로 취급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사람과는 도대체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독선적이라는 말만큼 꽉 막힌 말이 없는 듯합니다. 독선적인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독선적인 사람은 상대편일 수도 있지만, 나일 수도 있다는 점이 늘 경계를 하게 합니다. 독선적인 사람의 공통점은 내가 아니라 상대가 독선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나는 너그럽고, 치우치지 않는데 상대가 이기적이어서 문제라고 말하는 겁니다. 늘 나를 돌아봐야 합니다. 상대를 평가하는 나의 자세를 봅니다. 그런데 독선이라는 말은 나쁜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선에도 귀한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은 맹자에 나옵니다. 맹자 진심장(盡心章)에는 ‘궁즉독선기신(窮則獨善其身) 달즉겸선천하(達則兼善天下)’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어려울 때는 혼자서 몸을 선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세상에 나아가게 되면 천하가 함께 선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독선의 참 의미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혼자만 옳다고 생각하면 나쁜 독선입니다. 하지만 홀로 있을 때 자신의 몸을 선하게 하면 좋은 독선이 되는 겁니다. 좋은 독선은 홀로 있을 때조차 삼간다는 ‘신독(愼獨)’으로 옮겨갑니다. 아니 거꾸로 신독이 곧 독선일 수 있겠습니다. 혼자의 시간은 때로 고독하지만, 때로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독선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수행해서 독선을 이루고 난 다음에는 ‘겸선(兼善)’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다른 분의 해석을 보면 겸선 부분을 슬쩍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이 잘 되면 천하를 좋게 만든다는 해석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겸선은 나만 좋아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겸선하다’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 말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감화하여 착하게 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나만 착하면 안 됩니다. 주변도 착하게 하여야 합니다. 그게 좋은 세상입니다.
 
저는 주변에서 겸선하다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좀 아쉽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독선은 두 의미 중에서 나쁜 의미만 남아있고, 겸선이라는말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왜 이런 말은 살아남지 않을까요? 저는 적극적으로 겸선하다와 같은 말을 사용하였으면 합니다. 살려냈으면 합니다.
 
다시 마음속으로 단어의 뜻을 새깁니다. 나 혼자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은 멀리하고 싶습니다. 힘들고,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는 혼자서 선함을 수행하는 독선의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이 잘되어갈 때는 나만을 위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함께하는 겸선을 하기 바랍니다.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겸선하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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