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부동산 손실 2조 넘을 듯…"총자산 1% 미만"
해외 부동산 투자로 금융사 손실이 우려되는 금액이 최근까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개인까지 투자할 수 있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들어간 돈도 2조3000억원으로 이 중 올해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자 밀린 해외 부동산 투자 2조 넘어
전체 투자 금액 중 사업장이 어디인지 파악 가능한 단일 사업장에 들어간 돈은 35조8000억원이었다. 이 중 기한이익상실(EOD)이 된 금액은 2조3100억원(28개)으로 전체 투자금액의 6.46%다. EOD란 선순위 채권자에게 이자 혹은 원금을 못 주거나, 자산가치 하락으로 LTV(담보인정비율) 조건이 미달한 사업장을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 손실을 우려한 금융사들이 만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태다. 금감원 파악 결과 EOD 사업장은 지난해 9월 이후 3개 더 늘어나 손실 우려 투자액도 2조4600억원까지 증가했다.
복수의 부동산 사업장이나 블라인드 펀드, 재간접 펀드에 투자해 사업장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곳에 들어간 돈도 20조5000억원이었다. 해당 투자 금액의 손실 추정액까지 고려하면 현재 평가되는 손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보는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된 금액까지 포함해서, 전체 투자금액의 5.9% 정도가 평가 손실을 기록 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 투자액도 1.9조원…올해 만기 0.9조
전체 펀드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는 총 9개로 투자액은 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미국 상업용 오피스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미국9-2호(설정액 2941억원)’·‘하나대체투자미국LA1호(설정액 20억원)’는 이미 자산을 매각했다. 벨기에 오피스에 투자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2호(설정액 909억원)’는 배당을 유보 중이고, 이탈리아 오피스에 투자한 ‘한국투자밀라노1호’는 만기를 최근 3년 연장했다. 김 부원장보는 “배당이 이뤄지지 못한 1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손실이 날 수도 있다”며 “2건의 자산매각과 관련해서도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유럽 투자 80%…“추가 하락 가능성”
실제 이들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은 재택근무 정착과 고금리 여파로 고점 대비 큰 폭 하락 중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고점(2022년 4월) 대비 22.5%가 떨어졌고, 유럽은 고점(2022년 5월) 대비 22% 하락했다.
김 부원장보는 “상업용 부동산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많아 앞으로 손실이 조금 더 발생할 수는 있다”며 “9월 말 이후 최근까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4~6% 추가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체 자산 중 규모 낮아, 영향 제한적”
금감원은 “향후 투자자 간 대출조건 조정, 만기연장, 대주 변경 등을 통해 EOD 해소가 가능하며, 자산매각 시에도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금감원은 개인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은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해당 펀드들의 만기는 통상 5~7년으로 ELS(3년)보다 길다. 또 만기 연장이 불가능한 ELS와 달리 이들 펀드는 수익자 총회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받으면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또 올해에만 만기가 15조4000억원이 돌아오는 ELS와 달리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는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자산 중 굉장히 낮은 비중”이라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올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손실반영·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을 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만기 임박 자산 등에 대해 금융사 대응계획을 선제적 파악·관리 하겠다”고 밝혔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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